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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오남용 되는 여성흥분제 '러시'…마약류로 지정된다

강력한 환각제로 알려진 ‘알킬 나이트리트’ 일명 ‘러시(rush)’를 아시나요?  나이트클럽 등지에서 주로 오남용되고 있는 데 강력한 환각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빨리 달아오른다’는 의미의 '러시'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젊은 층에서는 여성흥분제, 환각제, 최음제 등으로 은밀하게 유통돼 마약당국이 2013년 12월 임시마약류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습니다. 임시마약류란 과학적으로 입증은 안됐지만 마약 효과가 나타날 수 있는 위험물질이라는 뜻입니다. 

임시마약류로 지정되면 이를 흡입하거나 투여한 사람은 마약관리법에 따라 처벌받도록 되어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합니다. 
실험용 ‘알킬 나이트리트’ 시료
‘러시’는 주로 해외직구를 통해 국제우편이나 특송화물을 통해 국내로 밀반입됩니다. 특히 해외 인터넷 사이트 등에서 일반인들이 소비용으로 구입해 밀반입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014년 관세청의 신종마약류 적발현황을 보면 ‘러시’가 6.6kg으로 전체의 38%를 차지했습니다.

지난해 4월 서울고등법원은 ‘러시’의 밀수업자에게 무죄판결을 내렸습니다. 임시마약류가 중독성 등에 대한 검증이 완전히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무기 또는 5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하는 마약류 처벌 규정이 맞지 않다는 이유에서입니다. 

결국 마약류로 지정되지 않으면 법원에서 실형을 선고하지 않는 경우가 발생하고 수사기관은 기소유예 처분 등으로 가볍게 처리할 수 밖에 없다는 겁니다.
관세청에 압수된 임시마약 '러시'

● 식약처, 동물실험 해보니 '중독성' 강해…'의존성'도 규명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임시마약류로 지정된 ‘러시’에 대해 동물실험을 통해 강한 중독성과 의존성을 세계 최초로 확인했습니다. 알킬 나이트리트 3가지 성분(아소부틸 나이트리트, 이소아밀 나이트리트, 부틸 나이트리트)을 실험용 쥐에게 투여해 중추신경계 독성을 평가한 결과 세 가지 성분을 투여한 쥐에서 균형 유지 등 운동조절 능력에 장애가 발생함을 확인한 것입니다. 

학습능력과 기억력이 감퇴하는 등 중추신경계에도 독성을 유발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알킬 나이트리트를 투여 받았던 장소에 실험용 쥐가 계속 머무르고 싶어하는 욕구를 보여 정신적으로 의존현상이 생김도 확인했습니다. 

특히 저용량인 5mg/kg 투여했을 때는 쥐의 활동이 활발해지는 등 중추신경 흥분 작용 가능성을 볼 수 있었지만, 50mg/kg의 고용량을 투여하자 활동성이 급격히 감소하는 경향을 나타냈습니다. 이는 신경독성의 지표로 알려진 미세 아교 세포의 숫자가 증가해 신경독성이 발생했을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습니다.
'알킬 나이트리트' 동물 실험 장면, 쥐에게 약물을 투여한 뒤 중독성·의존성 등 평가
● 식약처, ‘러시’ 공식 마약류 지정 추진…UN마약총회에도 보고

임시마약류로 지정돼왔던 ‘러시’는 이번 식약처의 동물실험으로 중독성과 의존성이 입증됨에따라 공식 마약류 지정이 추진됩니다. 마약류로 지정하기 위해서는 과학적인 근거자료가 필요한데 이번 실험을 통해 입증됐기 때문입니다. 식약처의 중추신경계 독성에 대한 연구결과는 신경과학 분야 국제학술지인 ‘Neuroscience Letters' 4월호에 게재됐습니다. 

식약처는 오는 4월19일부터 열릴 ’UN마약총회‘에서 알킬 나이트리트 독성 실험에 대한 결과물을 관련국들과 공유하고 마약류 지정 추진 사실을 알릴 계획입니다. 아직까지 ’알킬 나이트리트‘류가 마약으로 지정된 예가 없지만 우리 식약처가 입증한 만큼 다른 나라들도 마약류로 지정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식약처 관계자는 늦어도 오는 6~7월 경에는 관련 법률 개정을 통해 ’러시‘가 국내에서는 마약류에 포함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이제 알킬 나이트리트, 즉 ’러시‘를 소지하거나 운반, 투여하는 사람은 ’마약사범‘으로 엄격히 처벌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신종마약이 계속 등장하고 있는 시기에 ’마약 청정국‘의 지위가 흔들리지 않도록 마약 관련 당국의 지속적인 관찰과 단속이 이뤄지길 기대합니다. 어떠한 경우에도 강한 중독성, 의존성을 유발해 결국 몸과 정신을 망가뜨리는 마약에 손을 대지 않도록 사회적인 경각심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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