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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박태환 리우올림픽 출전 사실상 물거품

[취재파일] 박태환 리우올림픽 출전 사실상 물거품
케냐 출신의 세계적 마라토너 윌슨 로야나에 에루페의 한국 국적 취득이 끝내 좌절되면서 박태환의 리우 올림픽 출전도 사실상 물거품이 될 전망입니다.

대한체육회는 6일 오후 서울 송파구 대한체육회 13층 회의실에서 제1차 스포츠공정위원회를 열고, 에루페의 육상 우수인재 특별귀화 추천에 대해 심의한 결과 특별귀화 추천을 하지 않기로 결론을 내렸습니다.

에루페가 특별귀화 추천 대상자에서 제외된 것은 2012년 도핑 이력 때문입니다. 에루페는 당시 도핑 테스트에서 양성 반응을 보여 2년간 출전 금지 처분을 받았습니다. 지난 1월 특별귀화 추천 심의에서도 이 문제 때문에 추천이 보류됐습니다. 당시 에루페는 “말라리아 치료 목적으로 쓴 약물이었다”고 해명했으나, 대한체육회는 “주장을 증명할 추가 자료 검토가 필요하다”며 추천 결정을 미뤘었습니다.

3개월 만에 에루페의 특별귀화 심의를 다시 실시한 대한체육회는 “미리 치료 목적으로 이 약을 쓰겠다고 신청을 할 수 있는 ‘치료목적 사유 면책특권 제도’가 있지만 이것을 사용하지 않았다"며, 에루페의 주장이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했습니다. “국제육상경기연맹으로부터 징계 처분을 받았을 때도 정말 고의성이 없었다면 이의신청을 해야 했지만 이를 하지 않았다”며, 치료 목적으로 약물을 사용했다는 에루페의 주장을 사실상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사실 스포츠공정위원회가 열리기 하루 전만 해도 에루페의 귀화가 유력해보였습니다. 대한체육회의 고위 관계자는 SBS와 통화에서 “지난달 서울 국제마라톤에서 2시간5분13초의 국내 대회 최고 기록을 세우며 우승해 리우올림픽 메달 획득 가능성을 증명했고, 도핑에 관한 소명 자료도 이미 제출했다. ‘금지약물 복용으로 징계를 받은 선수는 징계 만료 이후 3년간 국가대표 선수가 될 수 없다’는 현 대한체육회 규정도 2014년 7월에야 제정됐기 때문에 에루페에게 소급 적용될 수 없다. 더 이상 에루페의 귀화를 승인하지 않을 이유가 별로 없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통합체육회 출범 이후 처음 개최된 스포츠공정위원회가 도핑 전력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 것입니다. 이에따라 수영스타 박태환의 오는 8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출전도 사실상 좌절됐습니다. 에루페처럼 박태환도 금지약물인 테스토스테론 주사를 맞을 때 ‘치료목적 사유 면책특권 제도’를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에루페와 마찬가지로 국제수영연맹(FINA)로부터 18개월 자격정지 징계 처분을 받았을 때 이의신청을 하지 않았습니다.

박태환이 에루페보다 더 불리한 것은 도핑 테스트 양성반응이 나온 시점이 2014년 9월로 ‘금지약물 복용으로 징계를 받은 선수는 징계 만료이후 3년간 국가대표 선수가 될 수 없다’는 현 규정이 제정된 지 2개월 뒤였습니다. 쉽게 말해 에루페보다 더 빠져나올 구멍이 없다는 뜻입니다.

박태환은 오는 25일부터 광주 남부대 수영장에서 열리는 리우올림픽 파견 국가대표 선발전에 출전합니다. 하지만 대한체육회가 도핑에 관해 엄격한 규정을 적용하면서 리우 올림픽 출전이 매우 어렵게 됐습니다. 도핑 문제로 에루페의 특별 귀화를 승인하지 않은 대한체육회가 한 달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박태환에게만 ‘예외’를 적용해준다면 이는 형평에 어긋날 뿐 아니라 자칫 한국인과 외국인을 차별한다는 시비를 불러일으키기 때문입니다.

이달 말 수영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만약 박태환이 부진한 성적을 거둘 경우 큰 논란 없이 리우올림픽 출전이 무산될 전망이지만, 반대로 세계적인 기록을 세울 경우 대한체육회의 고민이 깊어질 것이란 게 국내 체육계의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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