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대선 경선 '중간 승부처'인 5일(현지시간) 위스콘신 주(州) 경선을 하루 앞두고 '라이언 후보추대설'이 거듭 부상하면서 안 그래도 혼란스러운 경선판이 한층 더 복잡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낙태 여성 처벌, 한국·일본 핵무장 용인, 한반도 전쟁 시 불개입 등 공화당의 정체성과 맞지 않는 각종 논란성 발언으로 본선 경쟁력을 스스로 깎아 먹는 도널드 트럼프 대신 폴 라이언(위스콘신) 하원의장을 대선후보로 밀자는 여론이 주류 진영에서 다시 진지하게 고개를 들면서 찬반 논란이 격화되는 형국이다.
특히 트럼프가 위스콘신에서 패배해 대세론에 제동이 걸릴 경우 당 지도부가 사실상 후보 결정을 주도하는 '중재 전당대회'(brokered convention)가 열릴 가능성 한층 커진다는 점에서 위스콘신 경선 이후 이 시나리오를 둘러싼 찬반 논란은 더욱 확산될 공산이 크다.
공화당 내부 기류 및 전당대회 전략에 정통한 한 익명의 소식통은 4일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중재 전당대회 시나리오를 기정사실화하면서 여기에서 제대로 승부가 나지 않을 가능성을 60% 이상으로 전망했다.
이 소식통은 특히 중재 전당대회에서 교착상태가 계속되고 라이언 의장이 후보로 나설 경우 대의원들이 그에게 표를 던질 가능성을 90%로 전망했다.
심지어 라이언 의장의 후보 지명 가능성을 54%로 예측하기도 했다.
공화당 규정상 경선 주자 중 누구도 과반을 득표하지 못해 중재 전당대회가 열리면 경선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도 출마할 수 있으며, 중재 전당대회 2차 투표부터는 일정 비율에 따라 대의원들이 경선 과정에서의 지지 약속을 번복하고 후보를 바꿀 수 있게 된다.
실제 공화당 주류 진영의 인사들은 현재 본선에서 민주당 유력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꺾으려면 극우 강경성향의 트럼프나 테드 크루즈(텍사스) 상원의원이 아니라 '신선한 얼굴'이 필요하며, 그 주인공이 바로 라이언 의장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당사자인 라이언 의장은 여전히 '절대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라이언 의장은 이날 보수성향 라디오 진행자 휴 휴잇과의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후보 명단에 내 이름을 올려놓겠지만 삭제해 주길 바란다.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며 이런 대화에 맞는 사람이 아니다"면서 "대통령이 되려면 (애초 경선부터) 참여했어야 하는 것"이라며 출마 가능성 자체를 일축했다.
이에 대해 주류 진영 일각에서는 "지금 상황에서는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그러나 라이언 의장이 지난해 10월 말에도 강력히 고사하다가 막판 구원투수로 나서 하원의장을 맡은 것처럼 이번에도 상황이 그렇게 흘러갈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보고 있다.
폭스뉴스의 정치평론가인 후란 윌리엄스는 이 같은 시나리오를 거론하면서 "트럼프와 라이언 의장이 충돌하는 코스에 있다"고 전망했다.
물론 트럼프나 크루즈 의원 측은 이런 시나리오가 거론되는 것 자체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경선 중도하차 후 트럼프 지지를 선언한 벤 카슨은 이날 MSNBC 인터뷰에서 "크루즈 의원이나 트럼프가 후보로 지명되지 않으면 엄청난 갈등이 일어날 것"이라면서 "이런 시나리오는 공화당에 재앙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트럼프가 연일 당 지도부를 향해 '탈당 후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협박하는 것도 주류 진영의 이런 시나리오에 대한 반발에서 나온 것이다.
한편, 트럼프는 이날 공개된 에머슨칼리지의 위스콘신 여론조사(3월30∼4월3일·공화당 유권자 549명)에서 35%의 지지율을 기록해 40%를 얻은 크루즈 의원에게 5%포인트 밀리는 것으로 나왔다.
전날 공개된 CBS뉴스의 추적 여론조사에서도 두 사람의 지지율 격차는 6%포인트(크루즈 43%, 트럼프 37%)였다.
크루즈 의원의 위스콘신 우위 구도는 이 지역이 라이언 의장과 경선 초반 일찌감치 사퇴한 스콧 워커 주지사의 텃밭이라는 점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두 사람 모두 트럼프에 대해 비판적 인식을 갖고 있으며, 특히 워커 주지사는 최근 크루즈 의원에 대한 공개 지지를 선언한 상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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