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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바라지 골목' 고증도 안 하고 철거 논란

<앵커>

옥바라지 골목이라고 들어보셨습니까? 서대문 형무소 수감자 가족들이 옥바라지하며 머물던 곳으로 알려졌는데요, 보존 가치가 있다는 주장과 사실과 다르게 알려졌다는 주장이 맞섰습니다. 하지만 사실 여부를 제대로 확인할 겨를도 없이 이렇게 철거되고 말았습니다.

정성엽 기자의 생생 리포트입니다.

<기자>

좁고 가파른 골목길에 다닥다닥 붙은 허름한 집들이 하나씩 사라집니다.

서울시의 제지로 보름 동안 중단됐던 서울 종로 무악동 재개발 구역의 철거작업이 재개됐습니다.

재개발 인가가 난 것은 지난해 7월이었지만, 철거 공사가 중단되는 우여곡절이 있었던 건 이곳이 옥바라지 골목이란 주장이 제기됐기 때문입니다.

인근 서대문 형무소에 수감된 독립투사와 민주열사의 가족과 동지들이 옥바라지를 위해 머물렀던 곳으로 역사적인 보존 가치가 있다는 겁니다.

[후지이 다케시/역사문제연구소 연구원 : 독립운동도 그렇고 민주화운동도 그렇고 어떻게 보면 그것을 뒷받침한 것은 옥바라지입니다. 서대문 형무소를 보존한다면 옥바라지 골목도 동시에 보존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반면 재개발 지역 주민들은 옥바라지 골목이 아니라고 맞섰습니다.

[이상부/90세, 주민 : 이 동네 여기는 아니에요. 이쪽은 밭이야 밭. 옥바라지 골목이 저 건너에 있었는지는 몰라도 이쪽은 아니에요.]

하지만 모든 게 말로만 전해질 뿐 제대로 된 고증 자료는 없는 상황에서, 지난 2010년부터 이곳에 옥바라지 골목이라는 안내판을 세웠던 종로구청이 지난해 태도를 바꿔 재개발을 인가하면서 양측의 갈등은 더욱 커졌습니다.

[박은선/옥바라지 골목 보존 활동가 : 관광청에도 옥바라지 골목을 없어져서는 안 될 골목이라고 해서 올려놨어요. 블로그에.]

[종로구청 공무원 : (당시) 둘레길이라든가 걷기에 대한 상당한 붐이 있지 않았습니까? 담당자가 고증도 없이 그냥 임의대로 그렇게 한 것입니다.]

서울시도 철거를 잠시 중단시켰을 뿐, 뾰족한 해법을 찾지 못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철거작업이 재개되면서 옥바라지 골목이 맞는지를 둘러싼 논란만 남긴 채 한 동네가 사라지게 됐습니다.

(영상편집 : 최혜영, VJ : 이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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