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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식목일 앞당기자고? 식목일 이후에 나무 70% 심어

[취재파일] 식목일 앞당기자고? 식목일 이후에 나무 70% 심어
● 기후변화 심각, "식목일 앞당기자 vs 식목일은 역사적 상징"

다음 주 화요일은 4월 5일 식목일입니다. 전국 지차제가 식목일을 앞두고 적극적인 식목행사에 나섰습니다. 제주도는 이미 2월 15일부터 가장 먼저 나무심기를 시작했습니다. 남부지방은 3월 초중순에, 서울도 식목일을 일주일 앞두고 이번 주부터 식목 행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기후변화로 봄철에 이상 고온이 나타나면서 나무를 더 빨리 심어야한다는 주장이 매년 반복되고 있습니다. 일부 환경단체들은 식목일을 4월 5일에서 일주일 정도 앞당겨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주장에 근거는 있습니다. 나무를 심을 때는 잎이나 뿌리가 자라기 전에 옮겨 심어야 합니다. 잎이나 뿌리가 자라기 시작한 뒤에 나무를 옮겨 심으면 새로운 땅에 뿌리가 제대로 내리지 못해, 영양부족으로 나무가 고사할 수 있습니다. 

산림과학원 연구에 따르면 평균기온이 1℃ 오를 경우 나무가 자라기 시작하는 시기는 약 5∼7일 앞당겨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때문에 기온이 오르면 나무를 심는 시기도 빨라져야 합니다.

우리나라의 평균기온은 지난 100년간 약 1.5℃가 상승한 것으로 관측됐습니다. 식목일 기온도 크게 올랐습니다. 식목일은 1949년에 제정되었는데, 당시 4월 5일 서울의 평균 기온은 7.9℃ 였지만 최근엔(2006년~2015년)에는 10.2℃까지 2.3℃가량 상승했습니다.

식목행사를 일찍 진행하는 지자체들도 한결같이 ‘기후변화로 인해 나무를 심어야 하는 날이 빨라졌다’고 답합니다.

실제로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 때 식목일을 앞당기자는 논의가 있었지만 실행되진 않았습니다. 산림청은 식목일은 역사적인 의미가 있는 기념일이라며 식목일 변경은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식목일을 4월 5일로 정한 것은 24절기의 청명 무렵이 나무 심기에 적합하다는 이유도 있지만, 신라가 삼국통일을 한 날이자 조선 성종이 동대문 밖 선농단(先農壇)에서 직접 밭을 일군 날(1343년)이라는 역사적인 의미가 있다는 겁니다.

● 정말 나무 심기 어려울까? 우리나라 식목일 후에 나무 70.8% 심어

기후변화를 근거로 할 때 나무를 심어야할 적정 시기는 5~7일 앞당겨진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산림청은 공식적으로 지정한 ‘식목 기간’은 3월에서 4월이고, 5월과 가을에도 나무를 심는다며 식목일은 기념일뿐 그날만 나무를 많이 심으라는 건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그에 대한 근거가 있습니다. 1년간 심는 나무 가운데 식목일 이전에 심는 나무는 전체의 29.2%, 식목일 이후에 심는 나무는 70.8%이기 때문입니다. 최근 5년간 1월부터 식목일(4.5)까지 평균 조림면적은 6,290ha로 전체 21,526ha의 29.2% 에 불과했습니다. 나머지 70.8%는 식목일 이후에 심는다는 얘기입니다.

작년 같은 경우에는 23,178ha의 숲을 조성했는데, 4월 5일까지 32%인 7,443ha의 숲을 만들었고 4월 5일 이후에 나머지 68%를 심었습니다. 올해는 총 21,813ha를 조림할 계획인데, 식목일까지 전체의 22%인 4,850ha의 나무가 심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식목일 이후에 나머지 78%의 나무를 심겠다는 겁니다.

통상 4월 말까지 80~85%를 심게 되고요, 나며지 15~20%는 가을에 심는다고 합니다. 쉽게 정리해보면 <식목일 이전에 30%>, <식목일 후 봄철에 50%>, <가을에 20%> 정도 심는다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취재파일] 식목일 앞당기자고? 식목일 이후에 나무 70% 심어

그렇다면 앞서 말한 대로 식목일 이후에 나무를 심으면 나무가 잘 자라지 못하는 게 아닐까요?

산림청은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최근 3년간 평균 나무 활착률은 90.8%라고 답했습니다. 활착률은 옮겨심은 나무가 잘 자라는 비율을 (%)로 나타낸 것인데 산림청은 80%만 넘어도 성공인 것으로 본다고 합니다. 활착률 90.8%, 산림청의 결론은 "식목일 이후에 나무를 심어도 잘 자란다"는 겁니다.

● 식목일, 이젠 기후변화의 상징

식목일을 앞당기자는 주장과 유지하자는 두 주장 모두 근거가 있습니다. 나무에 잎이 나고 뿌리가 자라기 전에 나무를 심어야하는 건 사실이고, 기후변화로 봄 기온이 크게 상승한 건 사실입니다. 제주도의 기온 조건에서는 3월 말이면 나무에 잎이 나기 때문에 옮겨심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나 지역별로 잘 자라는 시기가 다르고, 나무도 다양한 종류가 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대부분의 나무들은 식목일 이후에 심는 게 가능합니다. 또 3월 달에는 이상 고온 뿐 만아니라, 기습 한파도 찾아오기 때문에 심은 나무가 얼어 죽는 사례도 나타난다고 합니다. 4월도 나무심기에는 적당하다는 겁니다. 또, 식목일은 역사성을 가진데다, 어린 아이들도 쉽게 기억하는 날로 홍보가 잘 되어 있습니다.

기술도 덩달아 발전하고 있습니다. 싹이나 뿌리가 나는 걸 지연시키도록 묘목을 냉동시켜 저장하는 방법들이 이미 연구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다양한 상황을 종합해 볼 때 아직까지는 식목일을 그대로 유지하자는 주장이 조금 우세해 보입니다.

하지만 날짜를 굳이 변경하지 않더라도 시민들의 인식이 변하면서 식목일은 기후변화의 상징이 되고 있습니다. 세계 기상의 날(3월 23일)보다 식목일(4월 5일)의 기온이 상승한다는 것이 사람들에게 더 쉽게 기억됩니다.

단순히 나무를 심는 날이 아니라 '기후변화의 상징일'로서도 식목일은 많은 메세지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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