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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갈길 바쁜 독수리…닭뼈 목에 걸려 신음

이용식 기자 yslee@sbs.co.kr

작성 2016.03.30 10:03 수정 2016.03.30 16:03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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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를 다쳐 비행을 할 수 없게 된 어미 대신 자연으로 돌아간 새끼 독수리가 머나먼 어미의 고향 몽골로 돌아갈 수 있을까? 강원도 철원 독수리 월동지에서 잘 적응하던 이 새끼 독수리의 앞날에 빨간불이 켜졌습니다.
 
야생으로 돌아간 지 3주 가량 뒤인 지난 27일 독수리 방사와 모니터링을 맡고 있는 국립생태원 동물병원부 직원들은 GPS 위치추적 결과 독수리가 한 장소에서 12시간 가량 꼼짝 않고 있는 것을 포착했습니다. 독수리에게 뭔가 나쁜 일이 생겼음을 직감한 생태원 직원들은 다음날인 28일 아침 4시간을 달려 강원도 철원으로 달려갔습니다. 불길한 예감은 눈앞의 현실로 다가왔습니다.지금껏 방사장소 주변에서 활발하게 이동했던 것과 달리 독수리는 사람이 가까이 다가가도 몸을 움직이지 않고 웅크린 채 밭에 주저앉아 있었습니다. 호흡도 어려운 상태로 간신히 고개를 든 독수리는 애처롭게 도와달라는 절박한 신호를 보냈습니다.
 
구조팀은 독수리를 조류보호협회 철원지회로 옮겨 몸 상태를 살펴봤습니다. 숨도 제대로 못 쉬던 독수리의 목안에서는 큰 닭뼈가 발견됐습니다. 동물뼈 중에서도 억세기로 이름난 닭뼈가 목에 걸려 있으니 먹을 수 도 없고, 숨을 쉬기도 어려웠던 것입니다.독수리의 위에서는 소화가 안 된 먹이잔해와 닭똥이 수북하게 나왔습니다. 닭뼈가 목에 걸려 먹이도 못 먹고,  닭똥에 중독 돼 기진맥진 할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독수리가 구조된 장소에는 닭똥이 널려 있었습니다. 농민들이 거름을 준다며 양계장에서 걷어온 닭똥을 밭에 뿌렸고, 폐사한 닭 사체가 함께 섞여 있었던 것입니다.죽은 동물의 사체를 뜯어 먹고사는 독수리는 겨울철 먹이 부족에 시달립니다. 심지어 차에 치어 죽은 고라니, 너구리 등 야생동물을 뜯어 먹다가 로드 킬을 당하기도 합니다. 밀렵꾼들의 총에 맞아 죽은 야생동물을 먹다가 폐사체 안에 있던 납까지 삼켜 납중독으로 사경을 헤매기도 합니다.

이 새끼 독수리도 밭에 거름으로 뿌려 놓은 닭똥을 헤집으며 먹이를 찾았고, 그 속에 섞여있던 닭의 사체를 먹다가 죽기 일보직전까지 갔던 것입니다.
 
이 독수리에게는 특별한 사연이 있습니다. 독수리의 엄마, 아빠는 10여년 전 날개를 다쳐 구조됐지만 부상이 심해 영구 비행장애가 됐습니다. 비행능력을 상실하다보니 야생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됐습니다. 보호시설에서 머물던 독수리 부부는 4-5년 전 부터 알을 낳아 번식을 시도했지만 제대로 성공하지 못하고 대부분 실패로 끝났습니다. 그러던 중 지난해 4월 독수리 부부가 교대로 알을 품은 끝에 자연부화 방식으로 새끼 독수리가 태어났습니다.
 
이 새끼 독수리는 무럭 무럭 자랐고, 지난해 10월 국립생태원으로 옮겨져 야생방사를 위한 비행훈련에 들어갔습니다. 어미와 함께 좁은 사육장에 있던 새끼 독수리는 처음에 날개짓도 서툴러 제대로 날아오르지 못했습니다. 5개월 동안 100미터 가량의 줄을 발에 묶고 비행훈련을 한 끝에 잃어버렸던 비행능력을 되찾았고, 먹이섭취도 왕성하게 할 만큼 자랐습니다.
 
국립생태원은 지난 3일 이 새끼독수리를 강원도 철원 독수리 월동지에서 자연으로 돌려보냈습니다. 이곳에 머물던 다른 독수리들과 어울려서 3-4월쯤 어미 고향인 몽골로 무사히 날아가길 기원했습니다. GPS 추적장치로 관찰한 결과 독수리는 방사 열흘 뒤쯤부터 다른 독수리 30여 마리와 함께 어울려 먹이활동을 하면서 잘 지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우리나라에서 겨울을 보낸 독수리는 보통 3월에서 4월말쯤 번식지인 몽골로 돌아가는 습성이 있습니다. 철원지역에 있던 대부분의 독수리도 이미 귀향길에 오른 상태입니다. 현재 남아있는 독수리는 그렇게 많지 않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뜻밖의 사고로 치료를 받고 있는 독수리가 다시 야생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국립생태원은 다른 질병이 없는데다 위세척을 통해 중독증세가 회복되고 있어서 조만간 자연으로 돌아갈 수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변수는 다른 독수리들이 언제까지 기다려 주느냐 입니다. 그 머나먼 몽골로의 비행을 친구 없이 홀로 떠나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먼 길 비행경험도 없는 새끼 독수리에게는 낯설고 힘든 여정일 수밖에 없습니다.
 
어미의 꿈을 이루기 위한 새끼 독수리의 도전이 성공을 하기 위해서는 야생동물에 대한 인간의 관심과 배려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씩씩하게 2차 도전에 나서 무사히 몽골로 힘찬 날개짓을 한 뒤 올 가을쯤 다시 우리나라를 찾아 어미에게 고향소식을 전해 주었으면 참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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