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에 실어 보낸 고가의 군사장비를 잃어버리고도 운송사의 책임을 제한한 국제협약 때문에 배상받지 못할 위기에 처했던 방산업체가 법원의 판결로 배상을 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방산용품 공급업체 A사는 지난 2011년 국제항공운송업체 B사를 통해 아이티공화국 내 유엔 평화유지군 기지에 있는 국군부대에 개당 2천만 원이 넘는 광파거리 측정기 두 세트를 보냈습니다.
하지만 B사가 항공운송 도중 측정기 한 세트를 분실했고, A사는 이 장비의 납품가격과 납품 지연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하라며 소송을 냈습니다.
소송에서는 이 화물 배송이 우리나라가 2007년 가입한 '몬트리올 협약'이 적용되는 국제항공운송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었습니다.
몬트리올협약은 비행기로 화물을 국제운송하던 중 분실·파손한 운송인의 손해배상 책임을 화물 중량 1㎏당 우리 돈 약 3만 원으로 제한합니다.
1심은 몬트리올협약이 적용된다고 봐 B사의 배상 책임을 약 72만 원으로 제한했는데, 항소심에서는 협약이 적용되는 화물인 건 맞지만 고가의 화물임을 A사가 B사에 미리 알렸던 점을 고려해 실제 손해액인 2천 1백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 사건이 협약 적용 대상이라고 인정한 하급심의 전제 자체가 잘못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국제항공운송계약에 협약이 적용되려면 출발지와 도착지가 모두 협약당사국이어야 하는데 아이티는 당사국이 아니기 때문에 협약을 적용할 수 없다는 겁니다.
대법원 3부는 A 사가 B 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상고심에서 협약이 아닌 일반 민사법상 손해배상 법리에 따르라는 취지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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