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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시즌 첫 승 김하늘 "최경주 프로님께 벙커 샷 배웠어요"

[취재파일] 시즌 첫 승 김하늘 "최경주 프로님께 벙커 샷 배웠어요"

"최경주재단 학생들과 손이 터질 만큼 맹훈련"..."부모님 안 계실 때마다 우승…죄송하지만 뿌듯"

김영성 기자 yskim@sbs.co.kr

작성 2016.03.28 18:04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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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시즌 첫 승 김하늘 "최경주 프로님께 벙커 샷 배웠어요"
"미야자키 날씨가 평소와 달리 너무 쌀쌀해서 감기 걸렸어요."

어제(27일) 일본 여자프로골프, JLPGA투어 악사레이디스 대회에서 시즌 첫 우승을 차지한 김하늘은 전화기 너머로 콧물을 훌쩍이면서도 목소리는 유쾌하게 살짝 들떠 있었습니다.

지난해부터 일본 JLPGA투어에서 활약하고 있는 김하늘은 데뷔 첫 해 19개 대회만에 첫 우승을 했었는데 올해는 4개 대회만에 우승컵을 들어올렸고 올시즌 출전한 4개 대회 연속 톱10(7위-4위-5위-1위)에 들며 지난해보다 한층 업그레이드 된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그 비결을 묻자 대뜸 최경주프로의 이름부터 튀어나왔습니다.

"지난 겨울 동계훈련을 중국 광저우에서 최경주 프로님과 함께 했어요. 제 스윙 코치이신 이경훈 프로님이 최경주 프로님과 '절친'(친한 친구)이어서 재단 장학생들, 최 프로님과 같이 광저우 캠프에서 45일 동안 정말 손에 물집이 잡힐 정도로 열심히 훈련했어요. 저는 이제까지 운동하면서도 손에 굳은 살이 생겨본 적은 거의 없었는데 이번에 완전히 주니어 시절로 돌아간 기분이었어요.(웃음)" Q. 최경주 프로에게 원포인트 레슨이라도 받았나?

"최 프로님이 '벙커 샷의 달인'이시잖아요? 벙커 샷 제대로 배웠죠. 처음엔 제가 벙커샷 하는 거 보시더니 학생들 앞에서 망신을 주시더라고요. 이런 샷으로 어떻게 그동안 9승이나 했냐고요 (웃음). 창피 안 당하려고 학생들 틈에서 최 프로님이 가르쳐 주시는 대로 열심히 따라했더니 눈에 띄게 벙커 샷이 좋아졌어요. 그리고 투어 생활 경험담과 힘들 때 극복하는 방법들을 알려주셔서 정신적으로도 많은 도움이 됐어요."

Q. 작년에 새 스윙 코치(이경훈)를 만나고 나서 첫 우승도 하고 더 좋아진 것 같은데?

"이경훈 프로님은 저랑 코드가 아주 잘 맞아요. 저는 이론 따지고 계산해서 치는 스타일이 아니라 감각과 느낌으로 치는데요, 이 프로님이 참 감각적이세요. 다른 사람의 스윙을 보면 바로 흉내내고 문제점을 그 자리에서 콕 집어내시는 능력이 탁월하신 것 같아요. 제가 숏게임이 잘 안 될 때 진짜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이번 동계 훈련 때도 어프로치와 퍼팅, 벙커 샷을 집중적으로 가다듬었어요."

Q. 앞선 두 대회에서는 최종라운드를 선두로 출발하고도 모두 역전을 허용했는데 이번엔 뭐가 달라진 건가?

"아, 정말 징크스가 생기는게 아닌가, 마음에 부담이 많이 됐던 건 사실이에요. '나이 때문에 체력이 달려서 뒷심이 부족하다' 이런 말을 듣는 게 정말 싫거든요. 지난 두 대회에서는 1, 2라운드에서 제가 놀랄 정도로 샷이 잘 맞았어요. 바로 지난 주 T포인트 레이디스 대회에서는 2라운드에 홀인원에 샷이글까지 하면서 단독 선두로 나섰는데 이상하게 마음이 불안하더라고요. 운을 다 써버렸는지 다음날 여지 없이 샷이 흔들리더니 역전을 허용하고 말았죠. 그런데 이번 대회에서는 달랐어요. 2라운드에 샷이 잘 안 맞았어요. 왠지 다음날 최종라운드에서는 샷이 잘 맞겠다는 생각이 들더니 생각대로 되더라고요. 멘털(정신력)이 그 만큼 중요한 것 같아요."

Q. 지난해 첫 우승 때도 그렇고 이번에도 부모님이 옆에 안 계셨는데, 경기할 때 부모님이 옆에 없는게 마음이 더 편한가?

"아, 그런 건 아녜요. (웃음) 올시즌 처음 2개 대회는 아빠, 엄마가 함께 따라다니시다가 엄마가 먼저 한국 들어가셨고 지난주 세 번째 대회 마치고 나서는 아빠가 떠나셨는데 하필이면 두 분 다 옆에 안 계실 때 우승을 해서
죄송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그 동안 부모님께 미안했던 마음을 이번 우승으로 털어버릴 수 있어서 뿌듯하기도 하고 그러네요."

Q. 우승상금 1억 5천만 원에 부상도 푸짐하던데?

"일본 대회는 우승 상금 말고도 부상을 참 많이 줘요. 지난해 첫 우승했을 때 부상으로 자동차와 명품 시계 받았는데 이번에 또 자동차를 받았어요. 자동차 말고도 소고기와 과일, 캐비어(철갑 상어 알)를 1년치나 푸짐하게 받았는데 먹거리들은 모두 자선단체에 기부할 생각이에요."

Q. 한국에서는 별명이 '스마일 퀸'이었는데 일본에서 따로 불리는 별명이 있나?

"일본 언론에서도 '스마일 퀸'이라고 써 주세요. 일본 사람들 입장에서 보면 제가 외국인이다 보니까  행동, 매너 하나하나가 조심스러워요. 제 몸짓과 이미지 하나가 한국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하니까 짜증나는 일이 있어도 참고 웃어 넘기다 보니 생각도 긍정적으로 바뀌더라고요."

김하늘은 올 시즌 누적상금 2,501만 엔(약 2억 5천만 원)으로 지난해 상금왕 이보미를 제치고 상금랭킹 1위로 올라섰습니다. 이번 주에는 목요일부터 시작되는 야마하 레이디스 대회에 출전해 2주 연속 우승에 도전합니다.

"시즌 개막 전까지 제 목표는 시즌 2승에 상금랭킹 톱10에 드는 것이었는데 이젠 좀 수정해야 겠어요. 일단 2승을 채우고 다음 목표를 세우겠습니다."

김하늘은 일본 투어를 뛰면서 중간 중간에 한국대회(KLPGA투어)에도 출전할 계획입니다.

"일단 5월 말 E1 채리티 대회와 10월 열리는 하이트진로 대회, 이렇게 2개 대회는 출전을 확정했고 상황 봐서 계획 짜려고 합니다. 한국 팬들 만날 생각하면 지금도 마음이 설레어요."

KLPGA 8승에 JLPGA 2승. 프로 통산 10승을 채웠지만 김하늘은 여전히 우승에 목이 마릅니다. 데뷔 2년 차에 '멀티 우승'으로 진짜 실력을 보여주겠다며 골프화의 끈을 단단히 조여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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