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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학생 등급 매기고 성추행까지…'막장' 교사의 악행

[취재파일] 학생 등급 매기고 성추행까지…'막장' 교사의 악행
 "아이가 '선생님이 쫓아올 것 같다'면서 지금까지도 무서워해요."

 담담히 말을 이어가던 엄마는 결국 눈물을 보였습니다. 벌써 1년도 더 지난 일인데 말입니다. 엄마와 아이의 상처는 생각보다 컸나 봅니다. 동심이 가득했던 3학년 교실이 동토(凍土)로 변해 버린 건, 지난해 3월이었습니다.

● "엄마, 등심이 뭐야?"…우연히 드러난 학대

 39살 박 모 씨는 당시 서울 A 초등학교 3학년 담임교사였습니다. 학대 정황은 우연히 드러났습니다.

 어느 날, 박 씨의 반 학생이었던 10살 이 모 군이 엄마에게 "등심이 뭐야?"라고 물었다고 합니다. 엄마는 아무 생각 없이 "응, 고기의 한 부위야"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돌아온 아이의 대답이 이상했습니다. "그런데 왜 선생님은 우리한테 자꾸 등심이라고 하지?"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박 씨가 '등신'이라고 욕을 한 걸 아이가 '등심'으로 잘못 들었던 겁니다. 생전 들어본 적 없는 단어였으니, 이해를 못 한 건 어찌 보면 당연했을 겁니다. 학교에 가기 싫다는 말을 반복하는 등 이상한 점은 한둘이 아니었습니다. 이 군만이 아니었습니다. 반 학생 중 절반 가까이에게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던 겁니다. 학부모들은 진상 파악에 들어갔습니다.

 실체는 충격적이었습니다. 박 씨는 우선 반 아이들을 동물에 빗대 등급을 나눴습니다. 힘이 센 동물부터 약한 동물이었는데, 사자, 호랑이, 표범, 여우, 토끼, 개미 순이었습니다. 그리곤 자신의 말을 잘 들으면 높은 등급을 주고 그렇지 않으면 낮은 등급에 앉혔습니다. 높은 등급 학생들에겐 방학숙제 면제권, 급식 우선권 등을 줬고 낮은 등급의 어린이들에겐 불이익을 줬습니다.

 악랄함을 보여주는 대목도 있었습니다. 박 씨에 대해 안 좋은 이야기를 하는 학생을 고자질하면 곧바로 최고 등급으로 올려줬습니다. 어린이들이 서로를 감시해 자신의 학대가 밖으로 드러나지 않게 한 겁니다. 아이들은 서로가 서로를 감시해야 했습니다.

 '잔소리부대'라는 것도 있었습니다. 박 씨가 특정 학생을 지목하고 "공격"을 외치면 반 아이들이 해당 학생에게 손가락질을 하거나, 야유를 보내는 식입니다. '사랑의 매' 역할을 반 아이에게 부여한 뒤 자신이 지시하면 다른 학생을 때리도록 시켰습니다. 교실은, 박 씨의 왕국이었습니다.

● 짧은 치마 사준 뒤 성추행도

 결국, 학부모들은 박 씨를 고소했고, 수사가 시작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미성년자 강제추행 혐의까지 드러났습니다. 2010년 근무했던 B 학교에서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당시 6학년 담임이던 박 씨는 반 아이 두 명을 이화여대 앞으로 데려간 뒤 짧은 치마와 짧은 티셔츠를 사줬습니다. 그리곤 다음 날 입고 오라고 지시했습니다.

 추행은 다음 날 일어났습니다. 말을 안 듣는다는 이유로 두 어린이를 혼내면서 허벅지를 만졌습니다. "스타킹을 벗지 않으면 동물 등급을 낮추겠다"며 강제로 스타킹을 벗게까지 했습니다. 또 다른 여학생 한 명은 숙제를 안 했다는 이유로 엎드려 뻗치게 한 뒤 엉덩이를 만지기도 했습니다.

 사건을 처음 수사했던 경찰은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박 씨를 검찰로 넘겼습니다. 이후 검찰의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됐습니다. 검찰은 박 씨의 혐의가 심각하다고 판단하고 이달 초, 구속영장을 청구했습니다. 결국, 박 씨는 구속된 상태로 지난 18일,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박 씨는 "동물로 등급을 매기고 욕설을 한 건 교육상의 목적이었고, 강제추행을 한 사실이 없다"며 지금까지도 혐의를 부인하고 있습니다.
● 檢 "폭언도 아동 학대" 구속 기소…'수수방관' 교육 당국

 검찰이 특히 수사 과정에서 주목한 것은 박 씨의 폭언이었습니다. 박 씨는 학생들에게 "개XX, 너 같은 거 필요 없다. 전학 가라", "등신, 개XX, 국민 등신" 등의 폭언을 했습니다. 학생들의 부모를 거론하며 "너희 엄마가 너랑 똑같으면 네가 학교를 안 나오든, 내가 학교를 안 나오든 하겠다"는 말까지 쏟아냈습니다. 초등학생들이 받아들이기엔 감당하기 힘든 언어폭력이었습니다. 공소장에 따르면 학생 중 일부는 "선생님이 날 죽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고도 합니다.

 검찰은 박 씨에게 아동 학대 특례법과 성폭력 특례법을 적용해 재판에 넘겼습니다. 직접적인 폭력이 없었더라도 아동의 정신 건강에 해를 끼친다면 학대라고 판단했습니다.

 교육 당국의 안일한 대처도 수사 과정에서 함께 드러났습니다. 특히 B 초등학교의 경우, 학부모들이 문제를 제기하고 해결책을 마련해 줄 것을 학교에 요청했지만, 학교는 손을 놓고 있었습니다. 검찰은 해당 교육청에 당시 관련자를 징계할 것을 요구한 상태입니다. 

 박 씨는 자신의 학대 행위가 드러난 뒤에도 학생들에게 "끝까지 너희 곁에 있을 것"이라며 겁을 줬다고 합니다. 여전히 일부 학생들은 박 씨가 언젠가는 다시 자신들 앞에 나타날 것이라며 공포에 떨고 있다는 말도 들립니다. 박 씨가 담당했던 반의 일부 학생들은 학교를 옮기는 건 물론, 심리 치료까지 받아야 했습니다. 학교가 학부모와 아이들의 이야기에 진작 귀를 기울였더라면 더 많은 피해자가 나오기 전에 박 씨를 막을 수 있었을 겁니다. 두고두고 아쉬운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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