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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너무 늦게 ‘옥새 깃발’ 든 김무성…몽니일까 투쟁일까

[취재파일] 너무 늦게 ‘옥새 깃발’ 든 김무성…몽니일까 투쟁일까

김수형 기자 sean@sbs.co.kr

작성 2016.03.26 14:46 수정 2016.03.28 17:40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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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개 면박까지 당한 김무성…마지막 카드는 '대표 도장'

김무성 대표는 이번 공천과정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거의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의 폭주에 저항 한번 제대로 못해 보고 결과를 그대로 수용했습니다. 지난 4일, 현역 의원 가운데 처음으로 김태환 의원이 컷오프 됐을 때 뭔가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왔지만, 큰 문제제기 없이 그대로 넘어갔습니다. 이 날 이후 친박계에서는 "사실상 이제부터 전략공천은 무제한 허용됐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습니다.

비박계에서도 "상향식 공천에 정치생명을 걸겠다는 약속은 어디 간 거냐"는 불만이 도처에서 터져 나왔습니다. 이한구 위원장은 김무성 대표를 무시했고, 급기야 기자들 앞에서 "대표가 바보 같은 소리한다"며 공개 면박을 주는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공천 과정에서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은 보였지만, 김무성 대표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물론 김무성 대표도 가만히 있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아주 초기부터 “정말 이런 식으로 하면 공천장에 대표 도장을 찍어주지 않는 수가 있다”는 말이 측근들 입에서 나왔습니다. 하지만 살기등등한 친박계도 지지 않았습니다. “대표가 도장을 가지고 투쟁을 벌이면 최고위를 해체하면서 대표를 끌어내리는 수가 있다”고 말하는 친박계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실현될 거라고 본 사람은 많지 않았습니다. 공천장에 도장을 안 찍어서 후보자를 내지 못하게 되고, 최고위를 해체해 대표를 끌어내리는 일련의 행위는 선거를 치르지 말자는 것과 다를 바 없기 때문입니다. 서로 사용할 수 있는 마지막 카드였고, 너무 큰 칼이기 때문에 일종의 '공포의 균형'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유승민 의원 탈당 기자회견
● 유승민 탈당에 결행된 김무성의 '옥새 투쟁'

이번 새누리당 공천은 여러가지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줬지만, 가장 막장은 유승민 의원 지역구인 대구 동구을에 대한 공천 결정이었습니다. 공천 신청자에 대해 정당이 공천을 할지 결정해주는 것은 권리이자 의무입니다. 공천위가 당헌 당규에 따라 유승민 의원을 심사해서 후보자로 적격한지 부적격한지 판단하고 그 결정을 내리면 그만입니다. 다만 출마를 봉쇄해서는 곤란합니다. 당적을 변경해서라도 출마를 하겠다고 하면 그 길을 열어줘야 합니다.

하지만 공천위는 무책임하게도 최종 시한을 넘기면서 그 결정을 회피했습니다. 공천은 안 주지만 결정도 내리지 않을테니 먼저 나가라는 무책임한 필리버스터가 이어졌습니다. 시간을 끌며 제자리에서 굶어죽거나, 못 참겠으면 제 발로 나가기를 기다리는 모양새였습니다. 유승민 의원은 대구에서 탈당 기자회견을 하면서 "공천에 대해서 당이 보여준 모습은 정의와 민주주의가 아니다"며, "부끄럽고 시대착오적인 정치보복일 뿐"이라고 일갈했습니다. 

김무성 대표는 유 의원의 탈당에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탈당 직후 심야 최고위원회의가 열렸는데 "대표를 그만두겠다"며 펄펄 뛰었다고 합니다. 원유철 원내대표는 선거를 안 치르겠다는 얘기냐며 "무책임하다"고 대거리를 했습니다. 최고위원들끼리 한판 붙어 고조된 감정을 추스르기 위해 감자탕 집에서 뒤풀이 회식을 하고서야 가까스로 정리를 할 수 있었다고 한 참석자는 전했습니다.

친박계는 그것으로 끝났다고 생각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김 대표는 다음날(24일) 당헌 당규에 어긋났다고 판단한 5곳에 대해 무공천 결정을 하겠다며 최고위원회를 열지 않겠다는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김 대표는 "당을 억울하게 떠난 동지들이 정의가 아니고 민주주의가 아니라고 한 말이 가슴에 비수로 꽂힌다"고 소회를 말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는 부산 지역구에 내려가 버리는 옥새 투쟁을 벌였습니다. 
김무성 대표, 영도다리의 고뇌
● 마지막에 칼 거둬들인 김무성…선거 이후로 미뤄진 계파 갈등

김무성 대표가 영도다리에서 고뇌하는 사진은 거의 모든 신문 1면을 장식했습니다. 김 대표가 이제 친박계는 물론 박근혜 대통령과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넌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듯 했습니다. 김무성 대표의 강단 있는 결행에 주목도가 높아졌고, 이게 어떻게 마무리 될지 언론도 촉각을 곤두세웠습니다. 친박계인 박종희 공천위원은 SBS 뉴스브리핑 전화연결에서 "김무성 대표가 사퇴를 결심한 거 같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옥새 투쟁이라는 너무 큰 칼을 꺼낸 김무성 대표가 이를 추스르기 위해서는 대표직을 던질 수밖에 없을 거라는 전망이었습니다.

하지만 친박들도 속이 편한 건 아니었습니다. 대표가 없으면 당장 선거를 치를 일이 막막합니다. 아무리 미워도 당의 얼굴도 없이 선거를 치른다는 건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최고위 내에서 대표를 끌어내리고 대표권한 대행을 세우는 방안도 논의를 하기는 했지만, 당장 무공천 5곳에 대한 결정을 막는 건 불가능했습니다. 게다가 김대표는 친박계가 대표 대행을 내세우는 걸 막기 위해 당사로 복귀해 최고위를 진행하면서 시간을 끄는 노련함을 보여줬습니다. 혼자 싸우는 투쟁이지만 무공천 지역에 대한 대표의 의지를 관철시킬 수 있었습니다. 김무성 대표의 반격에 친박계는 아연실색했습니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 김 대표는 자신의 칼을 거둬들였습니다. 대구 3자리를 내주고 유승민, 이재오 의원 지역을 무공천하는 걸로 타협했습니다. 

김무성 대표의 타협에 대해 비박, 친박 모두 파국은 막았다는 평가를 내렸습니다. 하지만 양쪽 모두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한 친박계 의원은 "김무성 대표의 리더십은 이것으로 끝났다"며 "이번 선거 때 김무성 대표에게 연설 부탁도 안 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한 비박계 의원도 "김무성 대표는 8.15 광복 다음날 독립 운동한다고 나서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유승민, 이재오 의원을 지키기는 했지만 때가 늦었고, 거둔 성과가 너무 초라했다는 겁니다.

게다가 김 대표는 공천과정 내내 침묵한 것이 자신과 가까운 의원들을 지키기 위해서가 아니었냐는 의심을 받고 있습니다. 탈당한 조해진 의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김무성 대표의 옥새 투쟁에 대해 "모든 상황이 종료되기 전 자신의 존재를 확인해주려 외마디 소리를 질러보는 수준"이라며 "자기 것은 다 챙기고 나서 저항하는 건 몽니"라고 직격탄을 날렸습니다. 김무성 대표의 리더십에 불만을 품은 세력은 여전히 많고, 계파 갈등은 언제든 폭발 가능한 상태입니다. 다만 그 시점이 선거 이후로 미뤄졌을 뿐입니다.  
이재만 후보의 탄식
● 너무 늦은 옥새 결행…무공천 지역 후보들의 참정권은?

김무성 대표의 옥새 투쟁은 뜻밖의 여러 피해자를 남겼습니다. 공천관리위원회가 후보자로 결정했던 대구 동구을 이재만, 서울 은평을 유재길, 서울 송파을 유영하 예비후보가 그들입니다. 이들이 출마하는 것까지 막을 권한은 누구에게도 없습니다. 하지만 김 대표가 무공천 결정을 당적 변경 시한을 넘겨 결정했기 때문에 이들은 출마 자체가 봉쇄당했습니다. 국회의원이라는 목표를 위해 사무실을 얻고 지지자들을 관리하며 출마를 준비했지만 아예 기회조차 얻지 못했습니다. 금전적인 피해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유영하 예비후보만 결과에 승복한다고 했지만, 나머지는 강력 반발하고 있습니다.

유승민 의원과 일전을 준비하던 이재만 예비후보는 "온 몸에 경련이 일어난다"며 분노를 표하기도 했습니다. 이들은 어쩌면 새누리당에서 의사 결정을 빨리해줬더라면 탈당해 무소속으로라도 출마를 했을지 모릅니다. 김무성 대표는 유승민, 이재오 의원은 구했다고 평가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새누리당원인 유재길, 이재만, 유영하 예비후보는 버렸다는 비난을 피할 길이 없어 보입니다. 김 대표의 옥새 투쟁이 적어도 이들에게 참정권을 보장해주는 시점에 결행됐다면 또 다른 갈등을 피할 수 있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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