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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오체불만족 '불륜' 사건으로 본 일본의 부부관계

[월드리포트] 오체불만족 '불륜' 사건으로 본 일본의 부부관계
지난 24일 일본 TV에서는 아침부터 오체불만족의 저자 '오토다케 히로타다' 씨의 불륜 뉴스들이 쏟아졌습니다. 전날 발간된 일본 잡지 '주간 신조'가 폭로한 내용이었죠. 선천성 사지절단증으로 팔 다리 없이 태어난 오토다케 씨는 1998년 명문 와세다 대학 재학 시절 '오체불만족'이라는 책을 출간해 일약 스타로 떠올랐습니다. "용기와 의지만 있으면 어떤 상황 속에서도 스스로의 인생을 개척할 수 있다"는 그의 메시지는 일본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그런 그가 자신의 불륜 보도를 인정하면서 자신의 홈페이지에 사과의 편지를 올린 겁니다. 이슈가 너무 선정적이어서 '8시 뉴스' 리포트 여부를 많이 고민했습니다. 더욱이 일본 뉴스들도 왠일인지 낮뉴스부터는 오토다케 씨의 뉴스를 크게 줄인 겁니다. 얼마 전 유명 방송인 '숀K' 씨의 학력위조 뉴스가 2주째 계속 되고 있는 것과 비교해볼 때 의외였습니다. (일본 네티즌들도 이상하다는 반응 ▶해당 일본 기사 바로가기) 그래도, 숙의 끝에 8시 뉴스 리포트( ▶ '오체불만족' 저자 불륜 의혹…충격에 빠진 日)를 결정했습니다.

첫 보도 이후 오늘(26일)로 사흘째에 접어들면서 일본 TV에서는 관련 뉴스가 크게 줄었습니다. 하지만, 인터넷 상에서는 여전히 수많은 뉴스들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가장 큰 화제는 오토다케 씨 부인의 편지입니다. 부인이 남편의 홈페이지에 올린 편지 전문입니다.


"이번에 남편, 오토다케 히로타다의 행동이 주간지에 보도된 것과 관련해 많은 분들에게 심려를 끼쳐드린 점 사과드립니다. 이런 사태를 불러온 것은 아내인 저의 책임도 일부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오늘까지 두 사람이 깊이 이야기를 나눈 결과 세 아이를 위해서도 다시 한번 부부로서 함께 걸어가기로 강하게 결심했습니다. 본인은 물론 저도 깊이 반성하고 있습니다. 정말 면목이 없었습니다."

일본 네티즌들은 "잘못한 사람은 남편인데, 왜 부인이 사과를 하느냐?" "오토다케가 부인에게 이런 글을 쓰도록 압박한 것이 아니냐?" "올 여름 선거에 비례대표 출마를 한다더니 아직도 이미지 관리하냐?"는 등의 비난이 쇄도하고 있습니다. 정말 부인이 직접 쓰고, 홈페이지에 함께 올리자는 데 동의한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하여튼 상식적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리포트 이후 한국 분, 일본 분들과 한국과 일본의 남녀 관계, 연애와 부부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뉴스 보도 전에 일본의 40대 여성분이 제게 이런 걸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한국 드라마를 보면 남녀가 헤어질 때 여성이 남자 친구에게 "이렇게 이유없이 헤어지는 법이 어디있어? 이유라도 이야기를 해줘야지?" 하면서 화를 내는 장면이 있는데, 실제로 그렇냐는 겁니다. 일본에서는 '헤어지자'는 말을 들으면 상대를 위해서도, 나 자신을 위해서도 그냥 두말없이 조용히 헤어진다는 겁니다. 밤에 보고 싶다며 애인의 집에 무조건 달려가거나, 집 앞에서 기다리는 일도 일본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상대방을 압박하는 행동이라고 합니다.

스킨십도 다른 것 같습니다. 일본 도심 거리에서는 연인이나 부부가 손을 잡고 가거나 팔짱을 끼고 가는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일본에서는 부부들이 한국처럼 같은 이불 속에서 살을 맞대고 자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일본 최대 온라인 쇼핑몰인 '라쿠텐'에서 이불을 검색했습니다.


1인용만 나옵니다. '부부 이불'로 검색했더니…아래 딱 하나 나오는데, 이런 이미지입니다.


그래서 '부부 침대'로 검색했습니다.


가운데가 나눠져 있는, 언제든지 싱글 침대 두 개로 쓸 수 있는 형태입니다. 일본의 부부관계를 보여주는 사진이 아닐까요? 격렬한 부부 싸움 후에도 살을 맞대고 자면서 화해를 하는 건 어렵겠네요. 사실 일본 부부 상당수가 부부 싸움을 피하는 경우가 많고, 만약 갈등이 생기면 그냥 참고 산다고 합니다. 같은 지붕 아래서 수년간 남편, 아내와 대화를 하지 않는 경우도 있고요. 이렇게 있다가 갑자기 부인이 황혼 이혼을 요구하는 일은 이제 일본에선 흔한 일이 됐습니다. 이런 문화가 섹스리스(sexless) 일본을 만들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2013년 일본 콘돔 제조사가 일본인 1만 4,100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했는데, 연애 중인 미혼자 29%, 기혼자의 55%가 파트너와 섹스리스 관계라고 답했습니다.

몸과 마음뿐 아니라, 돈도 그렇습니다. 일본 젊은 부부들의 경우 아예 각자의 수입을 따로 관리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지난해 2월 일본 부동산정보업체 '수모(SUUMO)'가 맞벌이 신혼 부부 300명을 상대로 돈 관리 방법을 설문조사했습니다. 구체적인 돈 관리 방법을 물었더니 아래와 같았습니다.

1위) 부부 공동계좌에 각자 일정액 입금 후 사용(29.3%)
2위) 남편은 월세, 부인은 식비 등 비용항목 나눠 부담(25.7%)
3위) 한쪽 수입 모두를 생활비, 한쪽 수입 모두를 저축(19.7%)
4위) 부부 공동계좌에 모두 전액 입금 후 사용(15.0%)


아무리 부부라도 각자 개인의 영역을 확보하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요즘 우리 일부 젊은 부부들도 공동계좌 개설 등 비슷하게 산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만….

이 글은 일본과 한국 두 나라 중 어느 쪽이 더 낫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제 글이 일본 전체 부부생활을 완벽하게 분석한 글도 아닙니다. 한국에도 갈등을 겪고 있는 부부들이 수없이 많고, 일본과 비슷한 남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연인들도 있을 겁니다. 오토다케 씨의 부부 관계가 어땠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여튼 이번 사건의 아픔을 잘 마무리하고, 정말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가족 관계를 잘 회복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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