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신용카드사들이 고객의 동의도 제대로 받지 않은 채 부가 상품에 가입시켜서 매달 수수료를 꼬박꼬박 떼간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문제의 부가상품 가입자가 3백만 명을 훨씬 넘는 것으로 나타나서 피해 규모가 상당할 것으로 보입니다.
박현석 기자입니다.
<기자>
직장인 최 모 씨는 얼마 전 신용카드 명세서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매달 3~4만 원씩 사용처를 알 수 없는 돈이 빠져나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가입한 줄도 몰랐던 채무면제유예상품 명목이었습니다.
알아보니 사망이나 병에 걸렸을 경우 카드 채무를 면제하거나 결제를 유예해 주는 보험 성격의 상품이었고, 대신 매달 카드대금의 0.4%가량을 수수료로 떼간 것이었습니다.
[최 모 씨/직장인 : 버스 타고 가고 있는데 전화가 왔고, 저는 그냥 가입이 된 줄 몰랐던 건데, 나중에 내가 가입이 됐고, 그런 돈들을 냈다고 하니 굉장히 불쾌했죠.]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이런 채무면제유예상품 관련 피해 상담 가운데 절반 이상이 최 씨처럼 본인은 가입에 동의한 적이 없거나, 무료 서비스라고 설명을 들은 경우입니다.
이 상품은 지난해 말 기준 가입자 수가 무려 323만 명이나 됩니다.
최근 5년 동안 7개 신용카드사들은 이 상품 수수료로 1조 원 넘는 돈을 챙겼고, 이 가운데 2천억 원가량만 보험료로 지출했습니다.
[서보원 대리/한국소비자원 약관광고팀 : 명시적 동의 의사를 표명하지 않았다면, 한국소비자원에 그런 내용을, 피해 사실을 접수해주시면 저희 소비자원의 조력을 통해 환급받으실 수 있습니다.]
소비자원은 또 카드명세서에 채무면제유예상품 등 부가상품 가입내역을 알아보기 쉽도록 표시하게 하는 방안을 관계부처에 건의하기로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