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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美, 아르헨티나 군부독재 인권탄압에 제소리 못냈다"

오바마 "美, 아르헨티나 군부독재 인권탄압에 제소리 못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아르헨티나 군부 독재 시절의 인권탄압, 이른바 '더러운 전쟁'(Dirty War)에 대해 좀처럼 공개적인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고 24일(현지시간) 사과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40년 전 군사 쿠데타가 일어난 날이자, 희생자들을 기리는 날로 기념되고 있는 이날 추모공원을 방문한 자리에서 "오바마 행정부는 아르헨티나 독재 시절의 과거사에 대해 정직함과 투명함으로 대처함으로써 역할을 다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사회가 과거의 불편한 진실을 언급하려면 용기가 필요하다"면서 "이런 실천이 불화를 일으키고 누군가를 좌절시키겠지만, 발전을 위해서는 필수적이다"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마우리시오 마크리 아르헨티나 대통령과 함께 군사 독재 시절 희생된 수천 명의 이름이 새겨진 기념비 근처에 있는 라 플라타 강가에 흰 장미를 던지면서 고인들의 넋을 기렸다.

그는 "아르헨티나의 어두운 시절에 미국의 역할을 두고 논란이 있어왔다"면서 "우리는 아르헨티나에서 자행된 일들을 공개적으로 밝히는 데 소극적이었다"고 시인했다.

마크리 대통령은 "우리에게 매우 특별한 날에 오바마 대통령이 방문해줘 고맙다"며 민주주의와 인권에 대한 새로운 약속을 위해 헌신해달라고 화답했다.

'더러운 전쟁'은 1976년 쿠데타로 집권한 군사정권이 1983년 민주화로 물러날 때까지 좌익 반군은 물론 독재정권에 저항하는 야당 정치인과 학자 학생, 노동조합원 등을 비밀리에 납치·감금·고문·살해한 것을 일컫는다.

미국은 남미에서 공산주의 확산을 막는다는 전략적 목적에서 남미 군사독재 정권들의 이러한 폭정을 알면서도 눈감았을 뿐 아니라 비밀리에 방조했다는 의혹을 샀다.

이 기간 실종·피살자는 아르헨티나에서만 해도 적게는 1만3천 명, 많게는 3만 명으로 추산되며, 이들 희생자의 어린 자녀 수백 명이 군사정권에 의해 남의 집에 강제입양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아르헨티나에선 수십 년 만에 죽은 부모 대신 조부모를 찾은 사례들이 잇따르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2011년 브라질, 칠레 순방 때도 미국이 냉전 시대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대통령과 같은 중남미 독재자들을 지원한 데 대해 사과하고 과거의 인권유린 규명 노력에 협력하겠다고 다짐한 바 있다.

백악관은 최근 아르헨티나 방문에 앞서 지난 1970~80년대 아르헨티나 군사독재 정권이 저지른 '더러운 전쟁'과 관련된 미 국방부와 중앙정보부(CIA) 등의 비밀문서를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은 이미 2002년 '더러운 전쟁'과 관련된 국무부 문서 4천700건을 공개했으나 비밀이 부분해제된 것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의 진심 어린 사과에도 군사정권 피해자 모임인 '5월 광장 어머니' 소속 회원 등은 전날 미국 대사관 앞에서 오바마의 방문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인권단체들은 오바마 대통령의 추모공원 방문을 거부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오후 가족들과 함께 아르헨티나 서부에 있는 관광도시인 바리로체에서 휴식을 취한 뒤 미국으로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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