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고보조금은 눈먼 돈'이라는 세간에 떠도는 말이 단순히 우스갯소리가 아니라는 사실이 또 한 번 입증됐다.
원예시설 공사업체 21곳이 공사비를 두 배 부풀려 2009년부터 6년간 10개 자치단체에서 보조금 62억원을 부당 수령했지만 이를 눈치챈 자치단체는 없었다.
원예농가 시설 개·보수 공사를 전문적으로 하는 업체 대표 정모(56)씨는 국가에서 보조금을 지원하는 원예시설 현대화 사업과 관련해 '눈먼 돈'을 빼돌릴 묘안을 떠올렸다.
이 사업은 낙후한 원예시설을 현대화하는 조건으로 농가에 공사비 전체 중 50%를 지원하는 사업으로 보조금 규모가 크다.
원예농가 규모가 크면 공사비가 1억이 넘어가기도 한다.
정씨는 공사 계약서와 관련 서류만 제출하면 쉽게 보조금을 타낼 수 있다는 점을 노려 원예 농가에 접근했다.
원예시설은 대부분 하우스로 돼 있기 때문에 파이프의 규격이나 시공방법 등에 따라 공사비도 천차만별이다.
정씨는 원예농가와 짜고 품질 좋은 자재 등을 사용하는 것처럼 계약서를 작성해 자치단체에 제출했다.
실제 공사비와 계약서상의 공사비는 두 배가량 차이가 났다.
원예농가 입장에서는 거의 돈을 드리지 않고 시설을 개·보수해서 좋고, 정씨도 손쉽게 공사를 따낼 수 있기 때문에 정씨와 농가의 '밀월관계'는 2009년부터 6년간이나 이어졌다.
사업을 관리·감독해야 하는 자치단체 공무원들은 현장 점검을 나갔지만 공사비가 원래 계약서보다 두 배나 적게 든 원예시설을 구분해 내지 못했다.
전문가가 아니면 공사에 들어간 자재를 구분하기가 어렵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지만, 6년간 10개 지자체에서 62억원의 보조금이 새나 갈 동안 이를 잡아낸 공무원은 단 하나도 없었다.
업체에서 제출한 시방서를 토대로 '제대로' 점검했더라면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기 전에 보조금 누수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16건의 피해를 본 임실군의 담당 공무원은 "수시로 점검을 나가서 계약서를 토대로 창문의 개수가 부족하거나 환풍기 개수 등을 확인해 시정조치를 내리기도 했다"며 "다만, 파이프와 목재 종류와 길이 등 세세한 부분은 전문 지식이 없으면 확인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자치단체 담당 공무원들이 시설을 제대로 점검했는지 이번 사건과 관련이 됐는지 등에 대해서도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줄줄 새는 원예시설 보조금' 10개 지자체 6년간 당했다
공사비 두 배 부풀려도 몰라…"현장 점검만 제대로 했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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