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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부활절 단상…예수 재판과 어느 당의 공천

[칼럼] 부활절 단상…예수 재판과 어느 당의 공천
성경에는 예수 재판 광경이 아주 상세하게 묘사돼 있습니다.

법정에서 유대총독 빌라도는 예수가 도대체 무슨 악한 일을 한 것이 있느냐며, 몇 대 때려서 풀어주겠다고 합니다. 그런데 당시 대제사장과 관원들과 백성들이 일제히 소리를 질러 예수를 죽이라고 요구합니다. 

빌라도는 모두 세차례에 걸쳐 예수에게서 죽을 죄를 찾을 수 없다며 풀어주겠다고 말합니다. 그 때마다 군중들의 반응은 이렇게 기록돼 있습니다.

"저희는 소리 질러 가로되 저를(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게 하소서, 십자가에 못박게 하라고 요구하고",
"저희가 큰 소리로 재촉하여 십자가에 못 박기를 구하니",

그리고 성경은 이렇게 결론을 표현합니다.
"저희의 소리가 이긴지라."

이 광경을 상상력을 발휘해 재구성해보면 아주 흥미롭습니다. 법정에는 팔레스타인 지역 최고 권력자인 로마 총독이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그리고 예수는 죄수의 신분으로 법정 안에 서있습니다. 

법정 안에는 대제사장, 관원, 백성들이 꽉 들어차 있습니다. 성경 기록을 보면 법정 안에는 분노가 끓어넘치고 있습니다. 살기가 등등합니다. 재판은 총독 한 사람 대 나머지 군중들의 대결 구도로 이렇게 진행됩니다.

빌라도: 이거 봐! 이사람이 도대체 무슨 죄가 있다는 거야.

누군가가 예수의 죄를 열거했을 겁니다. 하느님의 아들이라고 참칭해 신을 능멸하고 백성들을 선동해 로마 지배에 반란을 꾀했으며 등등으로 말이지요.

예수의 죄를 열거하자 흥분한 방청객들은 일제히 외칩니다.  

군중 : "십자가에 못 박으시오! 십자가에 못 박으시오!"

예수를 못 박으라는 방청객의 외침과 야유, 욕설이 법정안을 채웁니다. 당황한 총독은 정숙! 정숙!을 외치지만 군중들의 기세는 조금도 수그러들지 않습니다.

빌라도는 거듭 말합니다. "아니, 이 사람이 도대체 무슨 죽을 죄었어. 죄가 있어야 십자가에 못 박지. 그냥 몇 대 때려서 내보자고!"

그러나 빌라도 총독의 이런 목소리조차 군중들의 야유에 묻혀버립니다. 군중들의 요구는 거의 광란 수준입니다. "누가 저 사람 예수 말도 들어보자"고 했다가는 뭇매라도 맞을 그런 분위깁니다. 합리적인 토론이나 반론은 전혀 허용되지 않았고 시간이 갈수록 법정안 분위기는 험악해집니다.

총독은 이들의 요구를 계속 무시했다가는 폭동으로라도 번지지 않을까, 이러다 저들이 내게 위해를 끼치지는 않을까 걱정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과는 다른 결정을 내립니다. 로마의 권력자는 군중들이 원하는대로 십자가형을 언도하고 예수를 그들에게 넘겨줍니다.

성경은 이렇게 기록합니다. "저희의 소리가 이겼다!"

예수 재판에 대한 성경의 기록은 여론이 얼마나 강한 힘을 갖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잘못된 여론이 갖는 힘이겠지요.

그런데 법정안 분위기와 일반의 여론이 과연 같은 것이었을까요? 예수를 십자가에 못박아 죽이라는 법정 내 여론은 과연 대다수 팔레스타인 민중들의 뜻을 대변한 것이었을까요?

예수에게 열광하고 예수를 신의 아들로 믿는 사람들이 많았다는 성경 기록을 보면, 법정의 여론과 일반의 여론은 확연히 달랐습니다. 그런데 왜 법정의 분위기는 이렇게 일방적이었을까요?

비밀은 법정 안에 있는 사람들의 구성에 있습니다. 성경에는 법정안에 들어간 사람들이 대제사장, 관원, 백성들이라고 적고 있습니다. 대제사장과 관원은 예수가 독설을 퍼부었던 기득권의 상징 같은 사람들입니다.

백성들 역시 아무나 그 역사의 법정에 들어간 것은 아니었을 겁니다. 제한된 공간이었을 테니 누군가가 선별해서 들여보냈다고 봐야 됩니다. 당신은 들어가도 좋고 당신은 안 되고, 이렇게 말입니다. 그래서 법정안에는 예수를 죽이지 못해 안달인 사람들로 가득 차있었을 것입니다. 

예수 처형의 음모는 이렇게 법정안 방청객 구성에서 이미 시작됐습니다. 총독이 아니라고 해도, 법정 밖 일반 민중들이 아무리 아우성을 쳐도 법정안의 무리들은 이미 정해진 길을 고집합니다. 반대의 목소리가 커질수록 오히려 그들은 더 똘똘 뭉쳐 단합하고 목소리를 높여 주장합니다.

"십자가에 못 박으시오! 죽이시오!"

그리고 요구를 끝내 관철합니다. 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습니다. 죽였습니다. 

예수의 재판을 두고 요즘 화제인 한 정당의 공천이 연상됩니다. 일반의 여론과는 상관 없이 누군가를 죽이라는 요구가 높은 것, 그에 외롭게 버티는 대표의 모습, 끝내는 죽이라는 요구가 관철되는 것까지 뭔가 비슷한 것들이 있습니다.

성경에 따르면 십자가에 달려 죽음을 맞은 예수는 사흘 후에 부활합니다.
예수의 부활을 기념하는 부활절이 이번주 일요일입니다.예수 재판과 관련해 역사적으로 종교적으로 가장 많은 비판을 받은 것은 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으라는 군중들이 아니라 자신의 소신을 지키지 못하고 군중의 요구에 제대로 항거하지 못한 채 예수를 그들에게 넘겨 준  빌라도입니다.    

(이미지 출처 : 게티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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