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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지방에 산다고, 먹는 수돗물이 차이난다면…

노후 상수도관 교체율, 서울과 시 지역 약 2배 차이

[취재파일] 지방에 산다고, 먹는 수돗물이 차이난다면…
어제는 ‘물의 날’이었습니다. 전국 곳곳에서는 수돗물 먹는 행사가 진행됐습니다. 수돗물을 맛있게 마시는 모습들이 연출됐습니다. 우리나라 수돗물이 깨끗하다는 자료가 넘쳐났습니다.

한국수자원공사는 우리나라 수돗물이 세계 물 맛 대회에서 아시아 최초로 top7에 올랐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습니다. 환경부는 수돗물과 정수기물, 판매되는 생수를 비교 실험한 결과를 내놓았습니다. 실험 결과는 수돗물의 미네랄 함량이 가장 우수하다는 겁니다. 그럼 마음껏 마셔도 될 거 같습니다.

그런데 정작 수돗물을 그대로 마시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환경부가 실시한 수돗물 만족도 조사결과를 보면, 수돗물을 그대로 마신다고 응답한 사람은 4.1%에 불과했습니다. 정부는 수돗물이 깨끗하다고 홍보에 열을 올리지만, 국민들의 생각은 다른가 봅니다. 이유가 많을 겁니다. 그 중에서 상수도관을 중심으로 논의를 이어가 보겠습니다.

같은 수돗물이라도 정수장에서 정수를 마치고 갓 떠올린 수돗물과 상수도관을 통해 가정으로 온 수돗물은 분명 다를 겁니다. 수도관의 상태가 수돗물에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오래된 수도관은 수돗물의 수질에 부정적인 영향을 줍니다.

한국건설기술원의 조사 결과를 보면, 수도관이 15년이 넘으면 적수, 흔히 말하는 녹물을 경험하는 세대가 최대 75%, 금속성 맛을 경험하는 세대가 최대 50%에 달했습니다. 정수장에서 아무리 깨끗하게 정수를 해도 수도관이 오래되면 정작 사용자는 깨끗한 물을 쓸 수 없는 겁니다.

"상수도관이 오래되면 수돗물이 오염된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이 '당연함'이 현실에서는 '지역별 차이'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서울에 사는지, 지방 중소도시에 사는지에 따라 매일 쓰는 수돗물의 질이 다를 수 있다는 게 현실입니다. 

2014년 기준으로 20년이 넘은 상수도관은 전체 상수도관의 31.4%입니다. 그런데 정수된 물의 손실양인 누수율을 보면 서울은 2.5%에 불과하지만, 강원도나 경상도, 전라도는 서울의 10배에 달하는 20%대 수준입니다. 서울보다 지방의 수도관의 상태가 좋지 않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표1. 시도별 누수율 현황 (자료 : 환경부)
 
구분 누수율(%)
서울 2.5
부산 4.0
대구 4.7
강원도 21.1
전라북도 22.1
전라남도 26.1
경상북도 24.7
경상남도 20.4

그런데 교체율은 정반대입니다. 서울의 교체율을 54.3%입니다. 하지만, 시 지역은 27.3%, 군 지역은 30.9%로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습니다. 부식이 가장 심해 교체가 필요한 아연도강관은 서울은 거의 100% 교체했지만, 지방상수도에는 여전히 815km남아 있습니다.

우리의 상식은 상태가 안 좋은 지역부터 개선하는 겁니다. 그런데 현실은 반대입니다. 이유는 상수도관 교체는 지자체의 몫이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서 상수도관을 교체할 돈이 있는 지자체는 교체하고 있고, 돈이 없는 지자체는 못하고 있는 겁니다.
 
표2. 95년 이전 (20년 이상) 상수관로 교체현황 (자료 : 환경부 / 단위 : km)
 
구분 95년 이전 관로연장 95년 이전 교체연장 교체율(%)
전국 92,787 34,553 37.2
서울시 15,097 8,201 54.3
특·광역시 40,094 19,792 49.4
시 지역 41,713 11,368 27.3
군 지역 10,079 3,393 30.9

지방자치단체는 상수도 요금을 받습니다. 이 돈으로 직원들 월급도 주고 상수도관도 교체하는 등 운영을 합니다. 그런데 서울은 인구가 밀집돼 있고 상수원도 가까워 상수도관의 길이도 짧습니다. 생산원가는 상대적으로 저렴한데 수도요금을 낼 사람은 훨씬 많습니다.

지방은 상수원도 먼 데다 농어촌 지역은 멀리 떨어져 있어 상수도관도 길어 생산원가는 더 비쌉니다. 그런데 지방은 인구도 적습니다. 요금 낼 사람도 없습니다. 지방으로 갈수록 상수도 요금만으로는 노후 상수도관 교체는커녕 적자를 면하기도 어려운 구조입니다. 

지난해 지방정부의 재정자립도는 약 45%에 불과했습니다. 지방정부 예산의 절반이 부족해 중앙정부의 도움을 받거나 빚을 내야 하는 상황입니다. 이러니 지방정부도 상수도관 교체 사업에 예산을 편성하기 쉽지 않습니다. 결국 시선은 또 중앙정부로 옮겨집니다.

중앙정부는 올해 처음 상수도 시설보수 예산을 편성했습니다. 중앙정부는 지금까지 상수도 시설보수는 지방자치단체 사업이라는 이유로 예산 배정을 거부했지만, 올해는 처음으로 40억 원을 편성했습니다. 하지만, 시범사업 수준의 예산입니다. 환경부는 용역조사 결과, 오래된 상수도관 등을 보수하는데 2027년까지 총 3조 6,695억 원이 드는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대규모 사업입니다. 필요한 사업이기도 합니다.

서울에 사는 김 씨도, 강원도에 사는 김 씨도, 경상도나 전라도에 사는 김 씨도 모두 수돗물을 사용하고 수도요금을 내고 있습니다. 이들은 국민으로서 누려야 하는 깨끗한 물을 공급받을 권리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 대가로 수도요금 납부라는 의무도 다하고 있습니다. 그럼 최소한 ‘다름’은 없어야 할 겁니다.

서울에 산다고, 강원도에 산다고 매일 마시고 쓰는 수돗물의 질에 차이가 난다면, 이 차이의 이유 중 하나가 지방재정에 따른 노후 수도관 교체 문제라면 국가가 지금보다 조금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할 이유는 충분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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