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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수입차 보험료는 무조건 비쌀까?

[취재파일] 수입차 보험료는 무조건 비쌀까?
올 하반기 수리비가 비싼 수입차나 일부 대형 국산차의 자차보험료가 인상됩니다. 고가차의 비싼 부품 값과 공임비, 렌트비 등으로 지출되는 보험금이 오르고 있으니 고가차 운전자들이 보험료를 더 부담하라는 게 정부의 논리입니다.

평균 수리비보다 수리비가 더 들어가는 차량들을 4개 구간으로 나눠 각각 3, 7, 11, 15% 할증하는 방식입니다. 적지 않은 수입차 운전자들은 불만을 표시합니다. 지금도 동급의 국산차와 비교해 비싼 보험료를 매년 내고 있는데, 부담이 급증할 것이란 얘기입니다.

● 무조건 비싼 수입차 보험료?

수입차 보험료는 무조건 비쌀 수밖에 없는 걸까요? '차량 모델 등급 평가'라는 제도가 있습니다. 운전자가 내는 보험료는 본인의 나이와 사고 경력 등에 따라 달라지지만, 그 전에 차량 자체에 대한 보험료 기준을 산출해 내는 제도입니다.

보험개발원에서 담당하는데, 실제 충돌 실험을 통해 사고 시 차가 어느 정도 손상 정도 되는지, 수리할 때 부품 값과 공임비는 얼마나 드는지, 구조는 얼마나 견고한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합니다. 그 결과에 따라서 1에서 26 사이의 등급을 받고 적정 보험료가 책정됩니다. (등급이 높을수록 보험료가 저렴합니다.) 지난 2007년 이 제도가 도입된 이후, 대부분의 국산차는 신차 출시 전에 평가를 통해 등급을 받고 있습니다. 

모든 차가 평가에 참여해 등급을 받는 것은 아닙니다. 자동차 브랜드별로, 또는 모델별로 과거의 손해율(수입보험료 대비 지급보험금)을 바탕으로 등급을 받을 수 있습니다. 페이스리프트, 즉 부분 변경 신차는 기존 모델의 손해율을 인용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수입차들은 풀체인지나 페이스리프트 할 것 없이 등급 평가에 참여하지 않아 왔습니다. 그냥 과거 손해율 실적을 이용해 온 것인데, 그동안 부품 값과 공임비가 너무 비싸다는 지적이 이어졌던 점을 고려하면 좋은 등급을 받을 수가 없었겠죠. 실제로 수입차들의 평균 등급은 5등급에 불과했습니다.

● 보험료 등급 평가 외면해온 수입차
왜 참여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수입차 업체들은 "그동안 국내에서 팔리는 차량의 숫자가 많지 않았다", "등급 평가의 기준이 너무 예전 것이다" 등의 이유를 내세웠습니다. 하지만, 자동차 업계와 보험 업계 관계자들은 다른 이유들이 있다고 말합니다.

우선 수입차 업체들은 보험료를 줄이려고 노력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비싼 수입차 타는 사람들이 보험료에 신경을 쓰겠느냐는 논리입니다. 또 평가를 받는다고 해서 좋은 등급을 나올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는 점도 크게 작용했습니다. 

등급 평가 항목 가운데, 충돌 실험의 경우 성능이 좋고 견고한 수입차들이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평가에선 충돌 실험 말고도 부품 값과 공임비도 중요한 요소입니다. 좋은 등급을 받으려면 부품 값과 공임비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하고, 가격 자체도 저렴해야 합니다. 하지만, 수입차 업체들은 부품 값 공개를 꺼리고, 가격 인하에도 인색한 모습을 보여 왔습니다.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김필수 교수는 "수입차 업계의 경쟁이 치열해 지면서 자동차 가격의 마진은 크게 가져가지 못하고 있다. 대신 거의 독점적으로 공급하는 부품 값으로 수익성을 맞추고 있다"면서 "국토부가 억지로 부품가격을 공개하도록 했는데도 소비자가 알아볼 수 없는 용어로만 공개하는 '시늉'만 하고 있다. 과연 수입차 업체들이 부품가격 인하를 통해 좋은 등급을 받으려고 할까?"라고 말했습니다.

● 수입차, 보험료 낮추기 나설까?

이런 가운데 임팔라가 지난해 등급 평가를 받았습니다. 한국GM이 팔고 있기는 하지만, 수입차 중에서는 처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GM은 해외 시장에서 인기가 높았던 임팔라를 들여오면서, 그간의 실적 부진을 만회시켜줄 전략 모델로 점찍었습니다.

한국GM은 보험료가 국산 동급 차량보다 수십만 원 비싸다는 부분이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이자, 부랴부랴 등급 평가를 받았습니다. 좋은 등급을 받기 위해 부품 값도 인하했습니다. 덕분에 12등급을 받았고, 최대 76만 원의 자차보험료를 낮출 수 있었습니다. 보험개발원 관계자는 "등급 평가를 받지 않았으면 기존 브랜드와 모델 손해율을 적용해 3등급밖에 받지 못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올 들어서는 볼보가 신형 SUV에 대해 등급 평가를 받고 있다는 발표가 있었고, 독일 브랜드 한 곳도 올해 출시할 예정인 신차에 대해 등급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부품 값 인하 등에 대해 어느 정도 생각이 있으니 참여하는 것이겠죠. 뒤늦은 조치고 경쟁 때문에 그런 측면이 있겠지만, 긍정적인 일입니다.

지난해 팔린 수입차는 27만대가 넘습니다. 시장이 그만큼 커졌고, 이에 따라 부품도 예전보다 많이 한꺼번에 들여오면서 인하 요소가 분명히 있을 것입니다. 수입차 업체들은 우리나라가 중요한 시장이라고 말만 하지 말고, 작은 부분이라도 서비스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소비자들의 진정한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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