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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국민연금 사각지대 560만 명…취약계층엔 노후가 없다

[취재파일] 국민연금 사각지대 560만 명…취약계층엔 노후가 없다
● 올해로 29살 된 국민연금…수급자 400만 명 돌파

지난 1998년 출범한 국민연금이 올해로 29살을 맞았습니다.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은 서른 살을 1년 앞둔 시점에서 국민연금이 ‘명실상부한 전국민의 튼튼한 노후버팀목’으로 자리잡았다는 보도자료를 얼마 전 배포했습니다. 

실제로 국민연금 가입자는 2012년 2,033만명으로 2천만 명을 돌파한데 이어, 지난해에는 2,157만 명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국민연금을 받는 수급자도 403만명으로 4백만명을 돌파하며 기록을 갈아치웠습니다. 

노령연금수급자는 18만 명으로 이들은 월평균 88만 원을 받고 있고, 가장 많이 받는 수급자는 월 187만 원에 달합니다. 국민연금을 노후에 받을 수 있을까에 대한 불신과 불안으로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청년을 지나 이제는 장년으로 넘어가는 성숙단계에 있는 것만은 사실입니다.   

● 실직에 사업중단…국민연금 납부 예외자 450만 명

하지만 국민연금 가입자 현황에는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 있습니다. 바로 납부 예외자인데, 실업과 사업중단 등으로 소득활동이 사라져 보험료를 내지 않고 있는 사람이 지난해 451만 명에 달했습니다. 2010년 510만 명과 비교할때 60만 명 가량 감소한 수치지만, 경기침체와 고용불안으로 납부 유예자는 언제든 다시 증가할 수 있습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국민연금 신규 가입자 44만 명 가운데 39만 명이 일용직근로자로 사각지대 해소에 큰 성과를 거뒀다고 자평했습니다. 특히 지난해 국세청과 고용부로부터 일용 근로소득자료를 넘겨받아 소득이 있는데도 국민연금에 미가입한 근로자 150만 명을 찾아냈습니다. 연금공단직원들이 미가입자들이 속해있는 사업장을 찾아다니며 사업주에게 가입을 권유, 설득한 끝에 가입시킨 경우도 40만 명에 달한다고 덧붙였습니다.  
● 영세 사업장 국민연금 가입 '그림의 떡'

불황이 장기간 이어지다 보니 영세 사업장과 일용근로자들에겐 노후대비를 위한 연금보험료마저 불필요한 세금처럼 여겨지는 게 사실입니다. 건설이나 숙박, 음식점 등 영세 사업장의 경우 업주가 국민연금에 가입하면 직원의 보험료의 절반을 내줘야하니 부담이 클 수 밖에 없습니다. 

일부 업주는 직원 임금에서 보험료를 떼어 납부하기도 해 직원이 국민연금 가입을 원치 않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또 직원이 한두 달 다니고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보니 보험료를 내줄 필요가 있느냐는 자조 섞인 불만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일용직이라도 일단 국민연금에 가입하면 연체는 있을지언정 시간이 지나면 징수율이 상시근로자와 비슷한 수준으로 올라옵니다. 가입 후 처음에만 내기 어렵지 가입하고 나면 보험료를 자의든 타의든 98% 이상 낸다는 말입니다. 올해부터는 10인 미만 영세 사업장의 경우 국민연금에 신규 가입하면 월소득 140만 원 미만 근로자에게 정부가 보험료를 60%나 지원하는 등 사각지대 해소 작업이 한층 강화됩니다.
● 국민연금 1년 이상 체납 110만 명…흔들리는 '노후'

이런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보험료를 1년 이상 체납하는 취약계층은 좀처럼 줄지 않고 있습니다.  경제난으로 소득이 줄거나 고용이 불안정하기 때문인데, 체납자는 2014년까지 증가추세를 보이다 지난해 2만 명 가량 감소했습니다. 체납징수가 강화되면서 약간 줄어든 걸로 보이지만 추세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2015년 기준 체납자는 2011년 대비 3.8% 증가했습니다. 

※ 국민연금 체납자 현황 
2011년 106만 명
2012년 106만 명
2013년 107만 명
2014년 112만 명
2015년 110만 명
(자료: 보건복지부)

체납자들이 많아지면 취약계층의 노후는 그만큼 더 불안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취약계층의 노후대비 대책은 국민연금이 거의 유일하기 때문입니다. 김진수 연세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 원장은 “취약계층이 연금보험료를 내지 못해 수급자가 되지 못하면 그 부담은 다시 정부에게 더큰 부메랑으로 돌아온다”며, 적극적인 사각지대 해소 노력을 주문했습니다. 또 단순히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가입자를 강제적으로 늘리기보다는 국민연금이 용돈연금에 그치지 않도록 이들에 대한 일자리 확충과 더불어 소득대체율을 높이는 방안도 중장기적으로 검토할 때가 됐다고 강조했습니다. 

● 실직자 보험료 지원 '실업크레딧' 법안 낮잠

지난해 주요 기업들의 감원 한파로 만 61세 수급 연령이 되지 않았는데도 노령연금을 조기에 타려고 신청한 사람들이 48만 명이나 됐습니다.  1년 전보다 4만 명이나 늘어난 수치입니다. 실직 등의 이유로 소득이 없어지면 노령연금을 최대 5년간 앞당겨 받을 수 있는데 연 6%씩 최대 30%나 감액되는 불리한 조건에서도 신청자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경기가 어려워졌다는 반증입니다. 

이런 실직자들을 위해 보험료 납부 유예 대신 보험료의 4분의3을 정부가 1년간 지원하는 ‘실업크레딧’ 제도가 지난해 7월 마련됐습니다. 국민연금기금과 고용부, 고용보험기금에서 각각 25%씩을 지원하는데 이 법안이 아직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안타까운 일입니다. 

실업급여를 신청하러온 한 50대 실직자는 “국민연금은 노후를 위해 계속 붓고 싶지만 근로소득이 없는 상태에서 보험료를 내는 건 사실상 힘들다”며, 정부가 75%를 지원해주면 계속 붓겠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절박한 사람들에게 국민연금이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 있도록 가입자 확충도 중요하지만 국민연금 제도의 내실화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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