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 "하루 술 1잔도 안돼요"…암 예방 수칙 바꾼 이유는?

[취재파일] "하루 술 1잔도 안돼요"…암 예방 수칙 바꾼 이유는?
매년 3월21일은 암 예방의 날입니다.  해마다 증가하는 암에 대한 국민의 이해를 높이고 암의 예방과 치료, 관리 의욕을 고취시키기 위해 ‘암관리법 제4조’에 따라 정부가 제정한 법정 기념일입니다. 

암 환자가 얼마나 빠르게 증가하면 기념일을 만들어서 경각심을 높이려 하는 걸까요? 1999년 이후 발생한 암환자들 중 2014년 1월1일 살아있는 것으로 확인된 암경험자 수는 약 140만명으로, 우리 국민 37명 중 1명 이상이 암을 경험했습니다.  또 2013년 새로 발생한 암환자 수는 22만5,343명으로 2012년 보다는 873명이 감소했지만, 10년 전인 2003년 암환자 수 대비 80%나 늘었습니다. 

환자는 늘었지만 암 치료 의술도 좋아져  3명 중 2명이 5년 이상 생존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쯤 되면 암은 이제 수명 증가에 따라 우리가 안고 사는 병일지도 모릅니다.

정부는 ‘암 예방의 날’을 기념일로 제정하기 전인 2006년부터 ‘암 예방 수칙’을 만들어서 국민들에게 알렸습니다.  10가지 암 예방 수칙은 다음과 같습니다.

<암 예방 수칙>

1. 담배 피우지 말고, 남이 피우는 담배 연기도 피하기
2. 채소와 과일 충분히 먹고, 균형 잡힌 식사하기
3. 짜지 않게 먹고, 탄 음식 먹지 않기
4. 술은 하루 2잔 이내로만 마시기
5. 주 5회 이상, 하루 30분 이상 땀 날 정도로 걷거나 운동하기
6. 자신의 체격에 맞는 건강 체중 유지하기
7. B형 간염 예방접종 받기
8. 성병에 걸리지 않도록 안전한 성생활 하기
9. 발암성 물질에 노출되지 않도록 작업장에서 안전보건수칙 지키기
10. 암 조기 검진 빠짐없이 받기


● '하루 1~2잔 이내'에서 '하루 1잔도 피하기'

이번에 바뀐 수칙은 바로 4번과 7번입니다. 7번은 예방접종 지침에 따라 만11~12세 여아에 자궁경부암 예방 접종이 추가된 겁니다. 

술의 경우 ‘적정 음주량 1~2잔 이내’에서 ‘한 잔이라도 피하기’로 사실상 ‘마시지 말기’로 강화됐습니다. 적정 음주량이란 남자의 경우 하루에 소주나 맥주 2잔, 여자는 1잔 정도를 뜻했는데 이 정도의 음주는 암과 관련 없이 괜찮다는 뜻이었습니다. 그런데 10년 만에 이 예방 수칙을 바꾼 이유는 뭘까요?

결론부터 얘기하면 ‘한 잔의 술이라도 매일 마시면 암 발생 위험이 증가한다’는 해외 연구결과가 계속 보고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하루 1~2잔 정도의 소량 음주로 암 발생 위험은 구강인두암 17%, 식도암 30%, 간암 8%, 대장암 7%, 유방암은 5% 높아지는 걸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미국 간호사 10만 명을 추적 관찰한 결과 일주일에 3~6잔의 음주로 유방암 발생 위험이 15%나 증가했습니다. 

이런 까닭에 유럽연합은 2014년에 암 예방 수칙을 하루 1~2잔 이내에서 ‘암 예방을 위해 음주하지 말 것’으로 10년 만에 변경했습니다.  캐나다 역시 ‘하루 1~2잔 이내’에서 ‘술의 종류나 양에 상관없이 음주는 암 위험을 높인다.  마시는 양의 술이 적으면 적을수록 좋다’는 내용으로 암 예방 수칙을 올해 바꿨습니다.

암 예방 수칙을 국민에게 제공하는 국가로는 EU와 캐나다 외에도 미국, 호주, 영국, 일본 등이 있는데 바꾸지 않은 나머지 국가들도 강화된 내용으로 변경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적당한 음주는 심혈관 질환 예방에 좋다는데…

문제는 적당한 음주는 심혈관질환이나 2형 당뇨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과학적 근거가 있다는 사실입니다. 실제로 캐나다 맥마스터대학 앤드루 스미스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보고서에서 11만5천 명을 대상으로 4년여 동안 조사한 결과 음주가 심장 질환을 24% 낮췄으며, 적당한 음주가 과도하거나 가벼운 음주보다 효과가 있었다고 발표했습니다.

마찬가지로 포도주엔 노화를 방지하는 항산화성분이 들어 있고 우리 전통술인 막걸리에도 항암 물질이 들어 있다는 식품연구원의 발표도 얼마 전 있었습니다.  도대체 술을 마시란 말인가 마시지 않을까 헷갈리는 게 당연합니다. 

국립암센터의 임민경 암예방사업부 부장은 혼란을 이렇게 심플하게 정리했습니다. “적당한 술이 심혈관 질환이나 당뇨병 등 특정 질환 예방에 좋다고 하더라도 암을 유발한다면 굳이 예방을 위해 술을 마실 필요는 없다.  술 이외에 이런 질환을 예방할 수 있는 더 좋은 방법이 많다”고 정리했습니다. 

또 국민들이 변경된 음주 수칙에 따라 술을 마시지 말아야한다는 강박감(?)에 시달릴지도 모르지만 이는 최고의 지향점으로 정부는 국민께 알릴 의무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일리 있는 말입니다. 질병 예방을 위해 술을 마시는 것은 암 세포를 키우는 우를 범하는, 빈대 잡느라 초가삼간을 태울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우리나라는 술에 관한한 여전히 관대한 게 사실입니다. 직장의 회식문화나 사적인 모임 등에서 술은 빼놓을 수 없는 매개체가 됐습니다. 우리나라는 남성의 74%, 여성의 43%가 한 달에 한 번 이상 술을 마십니다. 1년에 3천 명 이상 음주로 인해 암이 발생하고 1천 명 이상이 음주로 인한 암으로 사망합니다. 

술로 인해 국민 건강이 계속 나빠지면 담배 소송처럼 정부가 주류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거는 날이 올지도 모릅니다.  이제 적당히 마시는 술이 건강에 좋다는 생각은 버리고, 가급적 먹지 말자는 생각으로 조금씩 줄여나가면 어떨까요? 당장은 실천하기 힘들고 현실과 동떨어진 예방 수칙이라고 비판할 수도 있습니다만 지금까지 나타난 술 관련 폐해들을 종합해 볼 때 건강한 삶을 위해 줄여나가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 '술 한 잔은 보약?' 10년 만에 뒤바뀐 암예방 수칙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