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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마지막 순간 머뭇거리는 이한구…유승민 공천 최종 결론은?

[취재파일] 마지막 순간 머뭇거리는 이한구…유승민 공천 최종 결론은?

김수형 기자 sean@sbs.co.kr

작성 2016.03.19 16:57 수정 2016.03.19 18:38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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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승민 의원과 숨바꼭질…원내대표 사퇴과정 '데자뷰'

 새누리당 출입기자들은 요즘 유승민 의원과 숨바꼭질을 벌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대답 없는 유 의원에게 전화를 하다 지쳐, 취재팀을 대구로 내려 보내 집과 선거 사무실에 진을 치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유 의원은 자신의 동선을 철저히 숨기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유 의원의 말을 전해들은 집 관리인의 발언이 대서특필 될 정도입니다. 정치적인 메시지는 측근 의원들을 통해 간접적으로 전해질 뿐입니다. 

 이런 장면은 지난해 7월, 유승민 의원이 원내대표에서 물러나는 과정과 놀랍도록 닮아 있습니다. 친박계와 비박계의 힘겨루기 속에서 의원총회를 통해 유 의원이 결국 물러났는데, 그 과정에서 2주정도 언론과 숨바꼭질을 벌였던 기억이 납니다. 자진 사퇴하라는 친박계 최고위원의 지적에 최고위원회의가 욕설과 고성이 난무하는 난장판이 벌어진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유 의원은 당시에도 철저하게 침묵으로 일관했습니다. '제 발로 걸어 나가라'는 친박계의 요구에 유 의원은 '내 발로는 못나간다'는 의지를 묵언시위로 보여줬습니다. 결국 의원총회를 통해 '사퇴권고 결의안'을 통해 유 의원은 물러났습니다. 유 의원은 퇴임사를 통해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임을 천명한 헌법 1조 1항의 지엄한 가치를 지키고 싶었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 마지막 일격 남기고 머뭇거리는 이한구 위원장…"스스로 거취 정해야"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은 공천위를 운영하면서 거침없는 행보를 보여줬습니다. 당 대표 면접을 앞두고는 '공천 보류' 카드를 꺼내 결국 자신의 의지를 관철시켰고, 최고위에 출석해서는 "다시는 부르지 마라"고 대표에게 일갈했습니다. 처음에는 허수아비 공천위원장일 거라고 짐작하던 의원들도 기가 질렸습니다. 눈 밖에 났다가는 뼈도 못 추리겠다는 분위기가 퍼져 나갔습니다. 페이스북에 박근혜 대통령과 함께 있는 사진을 올리던 의원들이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과 악수하는 사진을 올릴 정도였습니다. 공천위 발표도 느닷없을 때가 많았습니다. 기자들이 전혀 예측하지 못하는 시간에 이한구 위원장은 혈혈단신으로 기자실에 내려와 공천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오죽하면 카메라 기자들이 도착할 때까지만 발표를 미뤄달라고 요청한 적도 있었습니다. 

 좌고우면하지 않고 거침없던 이한구 공천위원장이 유승민 의원의 공천에 대해서 심사숙고에 들어갔습니다. '피의 화요일'로 불리는 지난 15일 대구 경북지역 의원들에 대한 컷오프 발표에서 빠지더니 장기전으로 들어갔습니다. 급기야 최고위원회 논의에 이 문제를 넘겼습니다. 공천위의 의사 결정에 최고위가 간섭하는 걸 극도로 경계하던 이 위원장이 자기 손으로 유 의원 문제를 판단해달라고 최고위에 넘긴 거는 매우 이례적임에 분명합니다. 

 이한구 위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유 의원 공천에 시간이 걸리는 이유에 대해 묻자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는 게 본인을 위해서나 당을 위해서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원내대표를 역임한 3선 의원인 만큼 본인이 판단하지 않겠나하고 기다리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먼저 탈당을 해달라는 의미냐고 묻자 "그런 거를 어떻게 미주알고주알 얘기 하냐"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공천위가 결정하기 전에 스스로 물러나라는 의미로 짐작되기 충분합니다. 이미 이 위원장은 공천 배제 요건을 설명하면서, 당 정체성에 위배되는 행위를 한 사람이라고 찍어서 말한 바 있습니다. 다른 공천위원들도 유승민 의원이 당 정체성에 위배되는 행동을 한 사람에 해당된다는 걸 직간접으로 확인해주고 있습니다.  
● 유승민 의원 공천…새누리당의 이해득실은?

 유승민 의원의 공천에 대해 공천위 내부 기류도 둘로 갈려 있다는 게 감지됩니다. 먼저 유승민 의원이 속한 대구 동구을을 경선지역으로 발표하자는 의견입니다. 지금까지 여론조사에서 상대 후보를 비교적 큰 격차로 앞서가고 있는 유승민 의원을 경선에서 배제해버리면 역풍이 불 수 있다는 겁니다. 자격심사 과정에서 도덕적 하자를 발견하지도 못한 유 의원을 컷오프 해버리면 공천위가 보복공천을 했다는 비난이 쏟아질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유 의원은 이미 언론의 엄청난 관심을 받고 있기 때문에 이 지역구에 대한 발표가 공천위가 '눈밖 공천'(눈 밖에 난 사람을 공천배제)을 한 건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수도권은 물론 TK, PK 민심을 자극해 다른 후보들의 성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또 유 의원이 공천 배제되면 이미 잘려나간 비박계 의원들에게는 구심점을 만들어줄 수 있습니다. 새누리당은 텃밭에서 무소속 후보들과 힘겨운 싸움을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기회에 당 정체성을 확립하자는 움직임도 있습니다. 임기 종반을 향해가고 있는 대통령과 보조를 맞추기 위해서는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손발을 맞출 입법권이 필요합니다. 배신의 정치를 하는 사람을 심판해달라고 대통령이 이미 강조한 만큼 철학이 다른 사람을 굳이 국회의원 후보로 만들 이유가 없습니다. 게다가 이번은 야권이 분열돼 선거를 치르는 쉽지 않은 기회를 맞았습니다. 대다수 선거구에서 일여 다야 구도만 만들면 수도권도 해볼 만할 수 있습니다. 욕먹는 건 순간이지만, 말 안 듣는 의원은 4년 동안 속을 썩입니다. 다소 무리해 보이는 공천이라도 눈 질끈 감고 잘라내면 국정운영의 추동력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 깨지기 직전의 새누리당…김무성 대표는 이번에도 금부도사 역할 할까?

 이번 공천과정에서 김무성 대표의 처신에 대해 여러 뒷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친박계 일색인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대표는 거의 유일한 비박계 최고위원으로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 어제(18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이런 공천은 독재시대때나 했던 일"이라고 거칠게 대립했고, "최고위 해체도 각오돼 있다"고 결기를 보였습니다. 하지만 공천관리위원회의 결정을 번복하기는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새누리당을 탈당한 조해진 의원은 “김 대표가 버스 지난 뒤에 손을 흔들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동안 침묵으로 일관하던 김 대표가 가까운 의원들의 공천을 확정 지은 뒤 갑작스럽게 목소리를 높이는 것에 대해 음모론적으로 보는 시각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김무성 대표는 유승민 의원의 원내대표 사퇴 과정에서 마지막 순간 잡은 손을 놨습니다. 친박계 의원들의 사퇴 요구를 중간에서 설득하다 결국 자진 사퇴 쪽으로 기울었습니다. 김 대표는 의원총회에서 자진 사퇴 요구를 직접 유 의원에게 전달하는 '금부도사' 역할을 했습니다. 물론 당이 깨질지도 모르는 극한 상황에서 대표는 어려운 결정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번에는 김무성 대표는 공천장에 도장을 찍지 않을 수도 있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공천관리위원회도, 최고위원회의도 김무성 대표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선거 직전 당이 깨질 각오를 하지 않는다면 자신의 뜻을 관철시킬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는 결정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하지만 김 대표는 상향식 공천을 자신의 정치 생명을 걸고 지키겠다는 뜻을 이미 여러 차례 밝힌 바 있습니다. 갈등을 봉합하고 선거를 치른다고 하더라도 김 대표는 회복불가능한 정치적인 치명상을 입을 수밖에 없습니다. 새누리당 공천의 마지막이자 핵심, 유승민 의원에 대한 공천을 어떻게 처리할지 최종 결정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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