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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다름'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칼럼] '다름'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온갖 갈등이 넘쳐가는 대한민국에서 많은 여성들이 경험하는 갈등이라면 아마도 '고부'간의 갈등이 아닐까 싶습니다. 특히 국제결혼 커플이 많아지면서 외국인 며느리와 시어머니의 갈등은 이른바 '시월드' 프로그램 제작진들이 반기는 소재 중 하나일 겁니다. 

이런 프로그램을 보고 있노라면 단골로 등장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며느리들이 서툰 솜씨에도 시부모와 남편을 위해 한국음식을 만듭니다. 그런데 돌아오는 건 한국에 온지 몇 년이나 지났는데 아직도 된장찌개 하나 못 끓이느냐는 시어머니의 핀잔입니다. 

시집와서 처음 나선 친정나들이는 눈물로 시작해 눈물로 끝이 납니다. 친정 식구들을 만나는 순간 그동안의 서러움이 한꺼번에 밀려온 듯 그녀들의 눈에선 하염없이 눈물이 흐릅니다. 외가 식구들 앞에서 쭈빗쭈빗 어쩔 줄 몰라하는 아이들. 그들은 외할머니, 외할아버지가 무슨 말을 하는지 전혀 알아듣지 못합니다. 외국인 엄마가 영어를 쓰는 경우는 아이들이 대부분 한국어와 영어 모두 유창하게 하지만 한국말과 함께 베트남어나 태국어, 캄보디아어 등을 동시에 하는 아이들은 많지 않습니다.     

지난 2006년 다문화정책이 수립된 이후 한국사회가 다문화사회로 진입한지 10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앞으로 3-4년 후엔 국내 다문화가족 인구가 100만 명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과연 우리는 그들을 아무런 편견 없이 대하고 그들의 자녀들을 우리 사회의 한 기둥으로 받아들일 사회적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걸까요?

최근 발표된 여성가족부의 '국민 다문화 수용성 조사결과‘를 보면, 지난 10여 년 간 우리와 ‘다른’ 문화를 가진 사람들의 이주가 급증했지만 그들을 바라보는 우리는 시선은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성인 한국인의 31.8%가 '외국인 노동자와 이민자를 이웃으로 삼고 싶지 않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미국의 13.7%, 호주의 10.6%보다 약 2.5배, 3.5%인 스웨덴보다는 10배 가까이 높은 수치입니다.

선진국이냐 아니냐를 가르는 중요한 척도 중 하나는 DIVERSITY, 다양성입니다. 한 사회에 ‘다양성’이 존재하려면 나와 다르더라도 그 ‘다름’을 인정하고 포용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얼마전 호주 정부의 초청으로 호주의 다문화정책을 접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한때 악명이 높았던 백인우월주의가 말끔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다양한 이민자들이 섞여 사는 호주에서는 이들을 껴안기 위한 정부 차원의 노력이 꾸준히 계속되고 있었습니다.

시드니에 본사를 둔 공영방송사 SBS(제가 다니는 SBS와 이름이 같죠)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언어로 방송하는 방송사입니다. SBS는 TV, 라디오, 인터넷을 통해 74개 언어로 방송을 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한국어 방송도 합니다. TV로 날마다 한국 방송사의 뉴스가 방영되고 라디오에선 K팝 등 아시아 음악이 매일 1시간씩 흘러나옵니다.

SBS는 최근 이라크와 시리아 출신 난민들의 호주 정책을 돕기 위해 아랍어 전용 라디오 채널까지 열었습니다. 이 채널은 아랍어로 호주 뉴스뿐 아니라 국제 뉴스를 24시간 방송하고 있습니다. 만약 우리나라에서도 결혼 이주여성들이 집에서 자기 나라에서 보던 드라마나 뉴스를 볼 수 있게 된다면 얼마나 큰 위안을 얻을까요?  

다문화를 지원하는 건 방송국뿐만이 아닙니다. 인구 4 명중 한 명이 이민자인 호주 빅토리아주에서는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주정부가 주관하는 대대적인 다문화축제주간이 시작됩니다.

1주일에 걸쳐 곳곳에서 화려한 무도회가 열리고, 음식체험 행사 등 3백여 개의 다문화 행사가 다채롭게 펼쳐집니다. 현지에서 만난 그리스 출신의 로스 알라차스 빅토리아주 다문화위원장은 호주 다문화정책의 핵심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말했습니다. “다문화 정책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책자체가 아니라 다양한 문화를 인정하고 포용하려는 마음가짐, 마인드 세팅이다.”

우리는 과연 내가 남과 달라도 불안해하지 않고, 남이 나와 달라도 손가락질 하지 않을 마인드 세팅이 되어 있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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