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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위험한 폭탄', 도로위 낙하물 연간 22만 건

[취재파일] '위험한 폭탄', 도로위 낙하물 연간 22만 건
시속 100km를 넘는 빠른 속도로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는데 갑자기 도로 한 가운데에 쇠붙이나 나무토막 같은 게 떨어져 있다거나, 혹은 작은 자갈이 내 차를 향해 날아온다면 얼마나 놀랍고 공포스러울까요? 쓸데없는 걱정 같지만 실제로 이와 같은 사고는 의외로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지난 3일 충북 청주시 중부고속도로 오창휴게소 부근에서 덤프트럭에 싣고 가던 2kg짜리 퇴비 20포대가 도로위로 떨어졌습니다. 뒤따르던 승용차 4대가 미처 속도를 줄이지 못해 추돌했는데 다행히 큰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이 일대 고속도로는 2시간 가까이 정체를 빚었습니다.
 
지난해 10월 전북 부안군 서해안고속도로에서는 25톤 트럭에서 철제빔이 떨어졌고, 5월에는 서울외곽순환도로에서 대형 콘크리트 말뚝 5개가 떨어져 4명이 다쳤습니다. 지난해 3월에는 강원 춘천시 중앙고속도로에서 돼지 3마리가 달리던 트럭에서 도로로 떨어져 소동이 빚어지기도 했습니다. 
한국도로공사는 도로 위에 떨어지는 이런 물건, 즉 낙하물을 지난해에만 22만 건 넘게 수거했습니다. 2013년엔 27만 건, 2011년엔 31만 건으로 1년에 대략 20~30만 건에 달합니다. 나무토막과 자갈, 모래, 철제 물건, 합판 등 낙하물의 종류도 다양합니다.
 
아주 작은 물건이라도 고속으로 주행하는 차량에  부딪치면 치명적인 사고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직접 충돌하지는 않더라도 운전자가 낙하물을 피하려고 급제동을 하거나 차선을 갑자기 변경하면 2차, 3차의 대형 사고로 이어일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 5년간 고속도로 위의 낙하물 때문에 232건의 사고가 발생해 1명이 숨지고 79명이 부상당했습니다. 한 해 평균 46건의 교통사고가 일어나는 것입니다. 
그래서 낙하물 사고는 사전 예방이 중요합니다. 한국도로공사는 고속도로 톨게이트에서 적재 상태가 불량해서 낙하물이 생길 것 같은 차량을 사전에 적발하고 있는데 지난해엔 9만 6천여 건, 2014년에도 9만 3천여 건이 적발됐습니다. 

널리 보급된 블랙박스를 활용하기 위해 도로 위에 낙하물이 있거나 화물을 떨어트린 차량의 영상을 제보하면 포상하는 신고포상제도 시행하고 있습니다. 
적재 불량으로 단속되면 현행법으로는 차량의 종류에 따라 4~5만 원의 법칙금이 부과됩니다. 그러나 이 것 만으로는 예방 효과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아서 지난 2월 12일부터는 운전자에게 15점의 벌점까지 부과하기 시작했습니다. 4~5만 원 정도인 범칙금을 15~20만 원까지 올리기 위한 법안도 발의돼 국회에 계류 중에 있습니다.
  
외국의 경우 적재불량 차량이나 낙하물 차량에 대해 우리나라보다 처벌이 엄격한데, 미국은 175달러에서 최고 2천 100달러까지 벌금을 물린다고 합니다. 영국은 사람에게 위해를 주는 적재 상태에 대해서도 만 달러 이하의 벌금이나 최고 면허 정지의 벌칙을 부과합니다. 충분히 예방 가능한 사고이기 때문에 무고한 인명 사고나 물적 피해가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취지일 것입니다.
 
낙하물 사고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서는 화물을 싣고 묶는 방법에 대해 보다 구체적이고 명확한 기준이 필요합니다. 그렇지만 아쉽게도 현행법에는 화물의 높이나 중량에 대한 제한 기준은 있지만 화물의 종류에 따라서 어떤 식으로 포장을 하고, 어떤 식으로 묶어야 하는지 명확하게 규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경찰은 도로교통법 제39조 제4항, 즉 “모든 차의 운전자는 운전 중 실은 화물이 떨어지지 아니하도록 덮개를 씌우거나 묶는 등 확실하게 고정될 수 있도록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는 조항에 근거해 단속하고 있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런 이유 때문에 화물차의 적재함을 상자 형태로 규격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그래야만 사고를 방지하기가 쉽고 처벌도 엄격해질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그러나 화물은 종류와 모양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실어야 하는데 획일적인 적재함을 쓸 경우 효율성이 떨어지고 비용이 증가하는 등 운송업체나 화물차 기사들에게 경제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적재불량 차량을 단속하는 권한을 도로공사측에 주자는 의견도 있습니다. 고속도로에 배치된 경찰은 각종 교통사고와 범죄 상황에 우선적으로 대처해야 하는데 인력이 부족해 화물 적재 단속까지 적극적으로 나서기는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고속도로 사업자인 도로공사에게 단속권을 주면 예방과 현장 대처에 효율적이라는 주장입니다.
 
그렇지만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화물차 운전자나 화물주의 안전의식이 아닐까 싶습니다. 낙하물이 단순히 물건 하나를 도로에 떨어뜨린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사람의 목숨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언젠가는 나도 그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고 사고 예방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일반 운전자들도 언제 어디서 나타날지 모를 낙하물에 대비해 앞차와의 안전거리를 확보하고 항상 규정 속도를 지켜야 할 것입니다.
 
* 자료제공: 한국도로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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