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앙은행(ECB)이 10일 통화정책회의에서 이미 마이너스인 예치금리를 더 낮추는 결정을 내놓으면서 주요국 중앙은행 간 금리 인하 경쟁이 점입가경이다.
마이너스 금리의 원조 국가인 스웨덴은 물론 덴마크, 스위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일본 등이 줄줄이 도입한 데 그치지 않고 그 강도를 키워가고 있어서다.
이는 시중에 더 많은 돈을 돌게 해 디플레이션에 맞서는 동시에 자국 경제를 떠받치기 위한 조치다.
그러나 글로벌 경기 부진의 근본적 회복이 어려운 상황에서 부양 효과는 미미하고 부작용만 낳을 것이라는 회의론과 함께 경고음도 잇따르고 있다.
보다 파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 '마이너스 경쟁'에 회의론도 무성…"ECB 0.1%p 내리면 은행수익 5% 감소"
미국을 뺀 주요국 중앙은행의 마이너스 금리 채택은 경기 부양을 위한 '극약 처방'이다.
금융위기 이후 경기가 개선될 조짐을 보이지 않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것이다.
지금까지 마이너스 금리를 채택한 나라는 스웨덴, 덴마크, 스위스와 유로존, 일본 등 5개 경제권이다.
이들의 경제 규모를 합하면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4분의 1을 차지한다.
2009년 7월 스웨덴, 2012년 7월 덴마크, 2014년 6월 유로존, 같은 해 12월 스위스, 2016년 1월 일본까지 각국 중앙은행은 잇따라 마이너스 금리를 채택했다.
다만 방식에 있어선 다소 차이가 있다.
중앙은행에 맡기는 돈에 적용하는 예치금리에 마이너스 금리를 적용하는 곳이 대부분이지만, 전체 예치금에 적용하기도 하고 일정 면제한도를 초과하는 예치금에 마이너스 금리를 매기기도 한다.
하지만 그 효과를 놓고는 회의론이 만만치 않다.
특히 일본이 이를 도입한 이후에 유럽은행들의 실적 악화 소식까지 맞물리며 증폭되는 양상이다.
일본의 경우 '엔저'를 유도한 의도와는 달리 '엔고'를 초래해서다.
회의론자들은 물가를 끌어올리고 성장을 촉진하기보다 은행들의 수익을 좀먹고, 대출을 억제해 성장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실제 유로존의 예치금리가 마이너스로 떨어진 지 1년 8개월이 지났지만, 올해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같은 달보다 0.2% 하락해 5개월 만에 다시 마이너스대로 돌아섰다.
디플레이션 우려를 재점화시킨 것이다.
독일 데카방크의 크리스티앙 토트만 이코노미스트는 "점점 많은 중앙은행이 마이너스 금리를 적용하고 있지만, 효과는 줄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모든 통화가 동시에 절하될 수는 없다"라며 "마이너스 금리의 과도한 사용은 심각한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무엇보다 은행권의 수익 악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은행들이 중앙은행에 맡겨두는 예치금에 대해선 수수료를 내야 하는 형국이어서 그렇다.
은행들이 이런 수수료를 보전하려면 고객들의 예금금리에도 마이너스 금리를 적용해야 하는데 이는 쉽지 않은 일이다.
고객 이탈이 불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국제결제은행(BIS)도 지난 6일 금융시장에 대한 분기 보고서에서 대부분의 은행이 마이너스 금리에 따른 비용을 고객에게 전가하지 못하고 있다며 은행의 수익성 악화로 사업 모델 자체에 의문이 제기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모건스탠리는 ECB가 예금금리를 0.1%포인트 내리면 유로존 은행권의 내년 수익은 약 5% 줄어들 것으로 추산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마이너스 금리 도입으로 일본 대형 은행들의 수익은 8%가량, 지방은행들의 수익은 15%가량 감소할 것으로 분석했다.
UBS의 세르지오 에르모티 최고경영자(CEO)는 지난주 과도하게 낮은 대출 금리가 은행들의 위험 대출을 늘린다며 은행들도 예금을 갖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모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 중앙은행의 양적완화 '바주카포'…'헬리콥터 머니' 시대 올 수도
중앙은행 중에는 마이너스 금리 외에도 채권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돈을 푸는 양적완화 프로그램도 가동하는 곳도 있다.
ECB가 대표적이다.
ECB는 이날 기존 채권 매입 프로그램의 월 매입한도를 600억 유로에서 800억 유로로 늘렸다.
하지만 그간의 노력에도 경기 회복세는 여전히 미약하며 물가상승률은 목표치에 턱없이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에 따라 통화정책에 대한 신뢰도 떨어지고 있다.
양적완화의 결과로 특히 신흥국의 부채는 증가해 우려스러운 수준에 이르렀다.
크레디트 스위스는 최근 양적완화 '바주카포'의 포탄이 떨어지는 것 같다고 최근 분석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돈을 푸는 것은 기업들이 투자하고 싶지만, 유동성이 부족할 때 효과가 있다"면서 "근본적으로 유효수요가 부족하다 보니 돈을 풀어 경기를 살리기는 어렵다. 지금까지는 눈에 띌 만큼 효과가 있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BIS는 중앙은행들의 부양정책이 금융시장에서 과거보다 영향력이 줄었다면서 마이너스 금리의 영향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BIS는 중앙은행의 효과적인 정책 수단이 떨어져 가는 것 아니냐는 인식이 시장에서 퍼지고 있다고 말했다.
BIS는 최근 몇 년간 초완화적인 통화정책의 장기적 영향에 대해 경고해왔다.
이 은행의 수석이코노미스트인 클라우디오 보리오는 "극도로 완화적인 통화 조건에도 성장은 실망스러웠고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낮다"면서 "중앙은행의 치유력에 대한 시장 참가자들의 신뢰가 약화하고 있는데 이는 아마도 처음 있는 일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돈 풀기 정책의 효과에 대한 회의적인 의견이 갈수록 늘고 있다.
하지만 다른 옵션도 마땅치 않다는 지적도 있다.
이준협 연구위원은 "양적완화가 부작용이 심해서 더 쓸 수 없는 상황인 것은 아니니 더 확대될 여지는 있다"고 말했다.
브루킹스연구소의 케말 더비스는 돈을 찍어 정부 지출에 직접 자금을 대는 이른바 '헬리콥터 돈 뿌리기'가 정책 결정자들에게 하나의 선택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기관이나 기업 부문을 건너뛰고 돈이 곧바로 중산층 또는 저소득의 소비자에게 들어가기 때문에 소비를 촉진한다는 것이다.
현재의 양적완화 프로그램처럼 금융시장을 통한 낙수효과를 기대하기보다는 총수요에 직접 영향을 미쳐 정책의 효율성을 높아진다고 보는 경제학자들이 있다.
헤지펀드 브리지워터의 창업자 레이 달리오도 지난달 중앙은행들의 국채 매입이나 마이너스 금리 등의 수단이 고갈되고 효과가 떨어지고 있다면서 '헬리콥터 머니' 시대가 올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양적완화가 자산가격을 얼마간 높였지만, 투자자나 예금자들은 아직도 (지출보다) 저축하려 한다"고 말했다.
통화정책만으론 한계가 있으며 정부 재정정책이 뒷받침돼야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달 중국 상하이에서 주요 20개국(G20)은 공동선언문을 통해 "통화정책만으로는 균형 잡힌 성장을 이뤄낼 수 없다"며 "경제성장을 촉진하고 일자리 창출, 경제신뢰 제고를 위해 재정정책을 유연하게 운용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이준협 연구위원은 중국을 제외한 주요 경제국은 재정을 풀 여력이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마이너스 금리 '약발' 받을까…"돈풀기 한계"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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