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재계의 한 가지 궁금증이 해소됐습니다. 삼성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과정에서 강화된 순환출자 고리를 어떻게 해소할까에 대한 궁금증이었습니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말 통합 삼성물산 출범으로 강화된 순환출자를 해소하기 위해 삼성SDI가 보유한 삼성물산 주식 500만주를 올해 3월 1일까지 처분하라고 삼성에 요구한 바 있습니다.
삼성SDI의 삼성물산 주식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삼성생명공익재단이 330만5000주를 떠 안았습니다. 나머지는 국내외 기관 투자자들에게 시간외 대량매매로 매각해 문제가 된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했습니다.
● 이재용 부회장, 순환출자 해소·지분 확대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SDS 지분 2.05%를 매각해 마련한 자금 3000억원 중 2000억원으로 삼성물산 지분 130만5000주를 매입했습니다.
당초 삼성엔지니어링의 유상증자에 참여하기 위해 마련했던 돈입니다. 하지만 삼성엔지니어링의 구주주 유상증자 청약이 성공을 거두면서 삼성물산 순환출자를 해소하는데 쓰였습니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의 삼성물산 지분율은 16.5%에서 17.2%로 늘었습니다.
동시에 삼성생명공익재단도 보유하고 있던 현금 3000억원으로 삼성SDI가 내놓은 삼성물산 지분 200만주, 1.05%를 매입했습니다. 삼성그룹은 이재용 부회장과 삼성생명공익재단이 주식을 매입한데 대해, "대규모 주식을 처분해 순환출자를 해소해야 하는데, 주어진 시간이 촉박해 어쩔 수 없이 선택한 방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짧은 기간에 수천억원에 달하는 지분을 모두 매입해줄 투자자를 찾기 어려워 일부를 기관투자자에 넘기고, 나머지 지분을 이 부회장과 재단이 매입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겁니다. 실제로 순환출자 해소 명령이 나온 시점과 해결해야 할 시한을 감안하면 일면 이해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또한 이 부회장과 재단이 매입한 지분이 시장에 풀렸을 경우 물량부담으로 주가에 악영향이 불가피해 소액투자자 입장에선 긍정적인 효과도 있습니다. 향후 삼성물산의 주가가 오르면 삼성생명공익재단의 투자수익도 확보돼 '좋은 일'에 사용될 수도 있습니다.
이재용 부회장 입장에선 큰 숙제인 순환출자 문제를 해소했고, 결과적으로 사실상 그룹 지주회사인 삼성물산에 대한 지배력을 높이는 효과도 봤습니다.
● 공익재단 지분매입 논란
이처럼 순환출자 구조는 해소됐지만 논란은 남았습니다.
경제개혁연대는 공익법인인 삼성생명공익재단의 삼성물산 지분 인수는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승계를 위한 편법이고, 자금 원천도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삼성공익재단은 지난 2014년 6월 보유하고 있던 삼성생명 지분 4.68% 가운데 2.5%를 매각해 5000억원을 마련했고, 이 중 3000억원을 이번에 사용했습니다.
지난해 5월 이재용 부회장은 아버지 이건희 회장을 대신해 삼성공익재단과 삼성문화재단 이사장에 취임했습니다.
문제를 제기하는 쪽은 이 부회장과 삼성그룹이 경영권 승계의 통로로 재단을 이용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는데, 삼성공익재단이 이번에 삼성물산 지분을 인수한 것은 약속을 어겼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삼성공익재단이 이번 삼성물산 지분을 인수한 자금의 원천이 된 삼성생명 지분은 2006년 고 이종기 삼성화재 회장이 기부한 것으로, 이건희 회장의 차명주식 논란이 있었던 주식이라는 점도 지적됐습니다.
● 금호그룹도 공익재단 논란…'법적 판단' 주목
삼성그룹은 이런 지적에 대해 "이번 삼성물산 지분 매입은 온전히 합법적"이라고 설명합니다.
공익법인인 삼성공익재단은 기부받은 삼성생명 지분을 처분해 마련한 돈을 3년안에 사용해야 했기 때문에 이번에 삼성물산 지분을 매입했고, 이는 국세청의 공익목적사업 유권해석에도 해당된다는 겁니다.
또한 순환출자 해소 과정에서 이 부회장 등 삼성그룹 오너 일가와 계열사들의 삼성물산 지분 합계는 기존 39.9%에서 39%로 0.9%포인트 낮아졌기 때문에 지배력이 강화됐다고 보기도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공익재단의 관계사 지분 인수 문제는 올해초에도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박삼구 금호그룹 회장이 지주회사격인 금호기업을 만들어 금호산업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공익법인인 금호재단과 학교법인 죽호학원이 출자를 한 것은 부당하다며 경제개혁연대가 검찰에 고발한 겁니다. 금호그룹은 "합법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이같은 상황을 감안하면, 공익재단의 관계사 지분인수는 '오너의 지배력 강화를 지원했다'는 비판의 문제가 아니라 '합법적인 조치인가'에 대한 법적 판단의 문제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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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CNBC 신욱 기자)
[CEO취재파일] 이재용 부회장, 순환출자 해소와 공익재단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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