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왕이 되면 수억 원대 연봉도 보장받습니다. 각종 매체의 스포트라이트도 따라옵니다. 그러니 40만 명이 넘는 보험 설계사들의 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최근 한 보험왕의 몰락 이야기는 그래서 더욱 씁쓸합니다. 보험왕 자리를 포기하지 못해 결국 고객 돈 44억 원을 가로챈 보험 설계사 박 모 씨의 이야기입니다. <3월 6일 SBS 8 뉴스 '보험 왕'에 집착한 40대女…들통 난 45억 사기극>
오래된 고객들이 범행 대상이 됐습니다. 가족의 돈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박 씨는 “수익이 높은 보험 상품이 있다. 3년 안에 원금을 두 배로 돌려주겠다”고 제안하며 돈을 끌어 모았습니다. 평소 성실했던 박 씨의 말을 의심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10억 원이 넘는 돈을 건넨 사람도 있었고, 8개의 상품에 가입한 고객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3년 안에 원금을 두 배로 돌려주는 보험 상품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이후 사기 규모는 점점 커졌고, 수법도 대담해졌습니다. 박 씨는 멈출 수 없었습니다. “은행 금리보다 훨씬 높은 이자를 주겠다”며 주변 사람들의 돈을 계속 끌어들였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났습니다. 박 씨는 빌린 돈을 돌려막으며 버텨봤지만 역부족이었습니다. 피해자들이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했고, 결국 범행 2년여 만에 사기 행각의 전모가 드러났습니다.
안타깝게도, 보험 왕들이 이런 식으로 몰락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불과 2년 전엔 ‘대납 왕’ 사건이라고 불렸던 일도 있었습니다.
부산에서 보험설계사를 하던 40대 여성 A씨는 2009년을 포함해 두 번이나 보험 왕을 차지할 정도로 잘나가는 스타 설계사였습니다. 그러다 돌연 사기혐의로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알고 보니 보험 왕이 아니라 ‘대납 왕’이었습니다.
A씨는 가입자 수를 유지하기 위해 자신의 연봉 중 매달 2천만 원 이상을 보험료로 다시 넣었습니다. 빚은 순식간에 3억원까지 늘었습니다. 결국 주변 사람들의 돈을 노리기 시작했습니다.
A씨는 "일시불로 보험료 8천5백만 원을 주면 3년 후 1억 원을 받는 상품에 가입시켜 주겠다"며, 고객들을 끌어 모았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박 씨와 수법이 굉장히 유사합니다. 당연히, 이번 사건과 마찬 가지로 그런 보험은 없었습니다. 피해자는 모두 16명, 사기금액은 6억 원이었습니다. "늘 명품 옷을 걸치고 고급 외제차를 타고 다니는 보험왕의 이야기라 믿지 않을 수 없었다"는 피해자들의 진술이 이어졌습니다.
몇 년 전 우연히 한 보험사의 '보험왕'과 만난 적이 있었습니다. 저녁 약속 4~5개는 기본이었습니다. 고객들이 전화를 하면 밤 늦은 시간에 나와 식사비를 계산하는 일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보험 왕은 되는 것보다 지키는 것이 어렵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잊을 만하면 터져 나오는 보험 왕들의 사기 행각도 결국 마찬가지 이유였습니다. 금융 당국과 보험사의 제도적 보완책 마련이 필요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