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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시간 통화 '그놈목소리'…젊은 여성 노린 보이스피싱의 진화

8시간 통화 '그놈목소리'…젊은 여성 노린 보이스피싱의 진화
직장인 A(33·여)씨는 지난달 오전 사무실에서 전화 한 통을 받았습니다.

전화기에서는 "○○검찰청 □□□ 수사관이다. 귀하께서는 통장 사용 사기 범행에 연루된 피의자로 수사받고 있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왔습니다.

이어 A씨는 "불러주는 사이트에 들어가면 관련 내용이 있으니 확인해봐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자 검찰청 홈페이지가 나왔고, A씨의 눈앞에는 사건번호와 자신의 이름이 피의자로 적힌 화면이 나타났습니다.

목소리는 "귀하는 수사 대상자이다. 이제부터는 담당 검사와 통화를 해야 한다"며 다른 사람을 바꿔줬습니다.

A씨는 다급하게 범죄를 저지른 적이 없다고 항변했고 담당 검사라는 목소리는 "그렇다면 범행 피해자일 수 있다. 2차 피해가 우려되니 일단 가까운 은행으로 가라"고 유도했습니다.

당황한 A씨는 지시를 따랐고 상대방은 "금융감독원과 공조를 한다. 계좌의 돈을 모두 뽑아서 금감원이 있는 서울 여의도에 가면 보호해주겠다"고 말했습니다.

상대방은 A씨가 계좌 잔고뿐 아니라 적금까지 깨 현금을 들고 여의도로 이동할 때까지 관련 법조문 등을 쉴새 없이 이야기하며 전화를 끊지 않았습니다.

A씨가 여의도역 출구로 나오자 "금감원 직원이 곧 나올 것이니 그에게 맡기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목에 금감원 출입증을 건 남성이 나타나 금감원 직원이라는 명함을 건네며 A씨로부터 1천700만원을 받아 인수증을 넘겨주고 사라졌습니다.

전화는 이때까지도 끊기지 않았고 훈계조로 A씨를 나무라기도 했으며 돈을 건네주고도 무려 3시간 통화가 이어졌습니다.

A씨가 전화를 끊고 확인해보니 통화 시간은 무려 8시간.

A씨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검찰청이라는 그 번호로 전화를 걸었고 반대편에서는 "○○검찰청이다"라는 대답이 나와 A씨는 한 시름을 놓았습니다.

하지만 한동안 연결되던 검찰청 번호는 몇 시간이 지나자 '없는 번호'라는 안내 음성이 흘러나왔습니다.

돈을 챙기고도 3시간이나 더 통화한 것은 금감원 직원을 사칭한 공범이 달아날 시간을 벌어주려는 작전이었습니다.

A씨가 피해를 본 날 같은 수법으로 B(33·여)씨도 4천만원을 뜯겼고, 이달 2일에도 C(27·여)씨가 2천여만원의 피해를 봤습니다.

일반적인 보이스피싱과 다른 점은 피해자에게 절대 전화를 끊지 못하게 한다는 것입니다.

전화를 끊으면 해당 번호를 검색하거나 수사 기관에 문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휴대전화 배터리가 방전되면 교체하는 사이에도 끊임없이 전화를 걸어 틈을 주지 않았습니다.

범인 추적도 쉽지 않아서 범인들은 일시적으로 사용하다 폐쇄하는 추적이 어려운 전화번호를 사용했고, 현장에서 돈을 받을 때도 철저히 CCTV 사각지대로만 이동했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결혼 자금 등 현금이 많은 20, 30대 여성이 범행 대상으로 우리 경찰서에만 2주에 한 번꼴로 비슷한 피해가 접수되고 있다"며 "수사 기관은 절대 현금을 요구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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