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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플러스] 몇 시간 기다려도 '싱글벙글'…신기한 투표 현장

이달 초 이란에서 총선이 실시됐죠. 그 결과 핵 협상과 경제 개방 정책을 지지하는 개혁파와 중도파 연대가 과반을 확보하며 보수파를 압도했는데요, 이란은 온 국민이 정치인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매우 높아서 선거 방식과 문화도 남달랐습니다. 현지를 취재하고 온 정규진 특파원이 취재파일을 통해 전했습니다.

먼저, 숫자가 놀랍습니다. 이번 총선에서는 290명을 선출하는데 1만 2천 명이 후보 등록을 했고 그 중 자격 미달자와 기권자들을 뺀 나머지 4천8백여 명이 경합을 벌였습니다.

테헤란만 해도 30명을 뽑는데 1천1백여 명이나 출마해 후보자 명단만 대자보 크기로 6장 분량이었습니다.

이렇게 후보가 넘치다 보니 거리에 벽이란 벽은 죄다 선거 관련 홍보물로 도배돼 있었는데요, 따로 지정된 게시 공간이 없다 보니 심지어 나뭇가지에까지 달랑달랑 후보자 포스터를 매달아 놓았을 정도였습니다.

여기에 한 사람당 던질 수 있는 표의 개수도 1인 1표가 아니라, 선거구별 의석수만큼이었습니다. 그러니까 테헤란의 경우 한 명이 30표를 행사했겠죠.

그런데 이란은 정당이 없다 보니 우리처럼 기호가 있는 것도 아니라서 유권자들은 빈칸만 그어진 투표용지에 자신이 찍고 싶은 후보 30명의 이름을 하나하나 손 글씨로 적어 넣습니다.

물론, 그 많은 이름을 다 외우기는 어려울 테니 주로 자신이 응원하는 정파가 나눠준 손바닥만 한 전단지를 보고 베끼는데요, 자필 기입 투표가 귀찮고 번거로울 법 한데도 이들은 5분이면 다 적는데 뭐가 힘드냐며 오히려 후보의 이름을 더 정확히 인지하게 돼 좋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부스 같은 게 따로 없어서 그냥 확 트인 투표소에서 바닥에 앉거나 친구의 등을 받침대 삼아 후보자의 이름을 대놓고 써내는데요, 옆 사람과 상의도 하고 자연스럽게 대화도 하며 투표를 하는 게 마치 동네잔치 분위기입니다.

게다가 이러다 보니 투표 시간도 오래 걸릴 수밖에 없어서 투표장 밖에는 긴 줄이 늘어서지만, 몇 시간씩 기다리는 얼굴들도 짜증은커녕 싱글벙글입니다.

정 기자가 줄 서 있는 이란 유권자들에게 왜 이렇게 웃냐고 물었더니 선거가 즐겁다고 답했다고 합니다. 내가 바라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권리를 행사하는데 이 정도는 불편이 아니라는 겁니다. 이 같은 선거에 대한 열기로 미루어 볼 때 이제 막 교류의 빗장을 푼 이란의 미래가 꽤 밝아 보입니다.

▶ [월드리포트] 이란 총선 취재기 ① 1인 30표 행사, 마라톤 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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