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 삼청각 前 팀장, 계약직 직원들에게 "목걸이 사달라"

국민권익위, "금품 수수 확인"...징계는?

[취재파일] 삼청각 前 팀장, 계약직 직원들에게 "목걸이 사달라"
▲ 국민권익위가 '뇌물'로 판단한 문제의 목걸이

벗겨도 벗겨도 계속 비슷한 상황이 연출될 때 우리는 ‘양파’ 같다고 합니다. 한때 이명박 전 대통령이 ‘양박’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었죠. 얼마 전까지 두 차례 보도한 세종문화회관에서도 양파의 기운이 스멀스멀 올라옵니다.

● 삼청각 前 팀장, "금목걸이 사달라" 강요 정황 드러나

이야기는 지난 2013년 1월 중순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삼청각을 관리하던 세종문화회관 간부 이모(3급· 부장) 씨가 있었습니다. 이 씨는 담당업무가 변경되면서 마련된 자신의 송별회 자리에서 ‘아랫사람들’로 부터 20만 원 상당의 목걸이를 받았습니다. 언뜻 보기엔 훈훈해 보이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1년 3개월 뒤, 이 씨는 이 목걸이를 토해내게 됩니다. 2014년 4월 국민권익위원회가, 직무 관련자로부터 선물 또는 향응을 받아서는 안되는 <세종문화회관 임직원 행동 강령>을 위반했다고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지요.

뭔가 사연이 있지 않을까요? 하여 당시 이 씨에게 목걸이를 줬던 ‘아랫사람’ A 씨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A 씨에 따르면 이 씨는 삼청각을 떠나기 전, 직원들에게 송별회를 열어 달라고 했답니다. 그리고 자신은 선물로 목걸이를 받고 싶다고 말했다는군요. A 씨는 동료들에게 이런 내용을 전달했고 2~4만 원씩 걷어 목걸이를 마련했다고 털어놨습니다.

취재진은 '시대가 어떤 시대인데 거절하지 그랬느냐'고 면박을 줬습니다. 그러자 돌아오는 대답은 “이 씨는 정규직에 윗사람이고, 우리는 계약직에 아랫사람이라 거부하기 힘들었다”였습니다. 권익위의 조사에 따르면 그 목걸이는 직원들의 마음이 담긴 선물이 아니라 이 씨가 직원들의 팔을 비틀어 받아낸 것 이었습니다. 물론 이 씨는 줄곧 혐의를 부인하고 있습니다. 이 씨는 취재진에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준 것일 뿐 강요한 적은 없다"며 한쪽의 일방적인 주장에 근거한 내용"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쯤에서 세종문화회관 감사실을 들여다 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2013년 10월 처음 이같은 진정을 접수한 세종문화회관 감사실은 꿈쩍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권익위에까지 진정이 올라가게 됐죠. 조사 결과는 위에서 읽으신 그대로 이 씨가 <임직원 행동 강령>을 위반했다는 결론입니다.

그제서야 움직인 세종문화회관 감사실, 그런데 이번에는 이 씨에 대해 가벼운 징계에 해당하는 ‘경고’ 조치만 내렸습니다. 그것도 다른 비위사실(업무용 차량을 사적으로 타다가 사고 낸 뒤 직위를 이용해 삼청각 예산으로 처리토록 한 일)과 함께 묶어 내린 처분이었습니다.

만약에 이 씨의 이 같은 '갑질'에 대해 당시 감사실이 보다 엄격한 잣대로 판단했더라면 얼마 전 삼청각에서의 '공짜 식사' 같은 또 다른 '갑질'이 들어설 자리가 있었을까요?

더 놀라운 건 ‘목걸이 사건’의 이 씨가 <근무 시간에 대학원 다녔는데...징계는 고작 ‘주의’(3월 3일 보도)▶기사 바로가기>에 나오는 이 씨와 동일 인물이라는 데에 있습니다. 세종문화회관은 직원들이 금품을 수수해도, 배임을 해도, 근무 시간에 근무를 안 해도 ‘경고’나 ‘주의’ 정도면 최고로 높은 징계라고 판단하는 것 같습니다. 적어도 정규직에게는 말이죠.(비정규직들에게는 가혹한 잣대를 보여준 사례가 있습니다.)
● '근무 시간에 대학원' 간 간부가 감사실서 근무 중

취재진이 세종문화회관과 관련된 두 번째 보도를 준비하고 있을 때 회관 최고위층이 취재진을 찾아왔습니다. 첫 번째 삼청각 '공짜 식사’는 자신의 재임 중에 일어난 일이기에 할 말이 없다고 하더군요. 다만 두 번째 보도는 자신의 취임(2015년 2월) 전에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보도 자제를 요청했습니다. 그러면서 직원들이 근무 시간에 대학원에 다닐 수 없도록 근태 관리를 하고 있다며, 2015년 11월부터 다달이 근태 기록을 감사실에 넘기도록 조치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이 조치에 따라 현재 직원들의 근태 기록을 감사하고 있는 사람이 누군지 아십니까. 바로 <근무 시간에 대학원 다녔는데...징계는 고작 ‘주의’>에 등장하는 또 다른 인물인 노모(3급 부장)씨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감사를 다시 제대로 받아야 할 사람이 감사실에서 감사업무를 하는 웃지 못 할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겁니다. 세종문화회관 최고위층은 과거의 일이라고 생각하는지 모르지만 지금 회관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재 진행형’ 촌극입니다.

세종문화회관은 쏟아지는 비난을 ‘조직 흔들기’ 정도로 생각하진 말기 바랍니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지금의 상황에서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할 겁니다. ‘이것 또한 지나가겠지’ 하는 마음으로 제 식구만 감싸고 자리 보전에 연연한다면, 조직 개혁을 위해 이제 외부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것을 자인하는 것입니다.            

※ 세종문화회관이 알려왔습니다.

[근무 시간에 대학원 다녔는데..징계는 고작 '주의'(3월 3일)]  기사와 관련해 해당 직원들은 "기사에 적시된 대학원 수강기간 및 수강시간이 일부 잘못됐고, 교수의 인터뷰 내용은 기사의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세종문화회관은 "전면적인 쇄신을 위해 전방위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알려왔습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