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부산국제영화제가 심각한 위기에 봉착했습니다. 위기의 근원은 영화제의 양대 축인 부산시와 영화제 집행위의 갈등, 나아가 영화제 조직위원장인 서병수 부산시장과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 간의 갈등에 있습니다.
갈등의 시초는 지난 2014년 제19대 부산국제영화제에서의 다큐멘터리 ‘다이빙 벨’ 상영이었습니다. 정부와 부산시는 상영 중단을 요구했고, 영화제측은 '영화제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해치는 간섭'이라며 상영을 강행했습니다.
그 뒤 부산국제영화제 조직위원회에 대한 강도 높은 감사원 감사와 부산시의 감사가 이어졌습니다.
● 부산시…이용관 위원장 사퇴 공식 요구, 서 시장은 조직위원장 사퇴 초강수
갈등이 고조되면서 부산시장은 지난달 18일 기자회견을 열고 “조직위원장 자리를 민간에 이양하겠다”고 전격 선언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전 위원장의 사퇴도 함께 기정사실화 했습니다.
영화제 측은 부산시장의 조직위원장 사퇴를 환영하면서도 숨은 의도가 있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서 시장의 조직위원장 사퇴는 이 위원장의 동반 사퇴에 대한 명분과 지지를 이끌어 내면서 영화제 파행에 대한 책임을 모면하고, 나아가 부산시의 입장을 대변해 줄 수 있는 민간 조직위원장을 앉혀 수렴청정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겁니다.
이 위원장의 거취 문제는 정관을 개정한 뒤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입장입니다. 총회에서는 이 위원장을 지지하는 위원들과 서 시장을 지지하는 세력간에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팽배했습니다.
급기야 기타 안건 토의에서 영화계 인사들은 위원 102명의 서명을 받아 정관 개정을 위한 임시총회 소집을 요구했고, 서 시장은 “검토할 시간이 필요하다”며 서둘러 총회를 끝내고 퇴장했습니다. 지난달 26일로 임기가 만료되는 이 전 위원장의 재위촉이 되지 않음에 따라 이 위원장은 임기 만료로 물러나게 됐습니다.
● 이 위원장 반격…친 이 자문위원 68명 대거 신규 위촉
신규 위촉된 자문위원에는 한국을 대표하는 영화감독 박찬욱 류승완 최동훈 감독, 고영재 한국독립영화협회 이사장(‘워낭소리’ PD), 이준동 나우 필름 대표, 영화 배우 하정우 류지태 방은진, 주성철 ‘씨네 21’ 편집장 등도 포함돼 있습니다. 신규 위촉된 자문 위원 68명 가운데 47명이 수도권 지역 위원으로 이용관 위원장에 우호적인 인사들이 대거 포함됐습니다.
총회는 임원과 집행위원, 자문위원으로 구성돼 있는데 전체 인원은 현재 155명입니다. 이 가운데 107명이 자문위원인 셈입니다. 재적회원 2/3 이상이면 법인의 가장 중요한 정관 변경도 가능한데, 이 위원장으로서는 든든한 우호세력을 얻은 셈입니다.
신규 위촉된 자문위원들의 힘은 이번 총회에서 그대로 나타났습니다. 신규 자문위원들은 재적회원의 2/3가 넘는 102명의 서명을 받아 정관 개정을 위한 임시 총회 소집을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 부산시와 서 시장 크게 반발...법적 대응 불사 천명
서 시장은 이어 “지난 총회에서 영화인회의 이춘연 이사장 대표 명의로 신청한 임시총회 요구도 부당하게 위촉된 자문위원 들에 의한 것으로 소집 요구의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20년간 지켜온 영화인과 비영화인, 수도권과 부산 등의 균형을 무시하고 정관 개정에 필요한 재적회원 2/3를 달성하기 위해 자신을 지지하는 일부 영화인들을 대거 위촉했다”며, 이 위원장을 비난했습니다.
부산시는 신규 자문위원의 해촉과 임시총회 소집 철회를 하지 않을 경우 자문위원 및 임시 총회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법원에 제기할 방침이어서 부산 영화제의 운명이 법적 다툼으로 비화할 조짐마저 보이고 있습니다. 아울러 부산시의 보조금 지원 중단 조치도 배제할 수 없는 실정입니다.
● 임시 총회 개최 여부를 둘러싼 부산시와 영화제의 갈등 최고조에 달해
영화제 집행위원회는 3일 기자회견을 열어 “부산국제영화제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지키기 위하여 독자 총회를 열어 민간 출신의 조직위원장을 뽑을 수 있도록 정관을 개정하겠다”고 공식 발표 했습니다. 정관을 개정하려면 재적회원 2/3 이상 찬성이 있어야 합니다. 이번 신규 위촉 자문위원이 재적회원에 포함되면 정관 개정은 가능한 것입니다.
그러나 부산시는 신규위촉된 자문위원들의 자격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신규 자문위원의 해촉과 함께 임시총회 개최를 연기하라는 입장입니다. 만약 임시총회 개최를 강행할 경우 법적 대응을 예고한 상탭니다.
● 부산시의 '갑질' 행정? VS 영화제 집행위의 '폐쇄구조'?
부산시도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 체제가 고인 물이 썩듯 지나친 폐쇄 구조로 문제가 많다며, 이번 기회에 물갈이가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부산시는 민간 조직위원장 선출도 ‘집행위원회 등에서 복수의 인물을 추천하면 부산시장이 임명하자'며 영화제 측과 배치되는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갈등으로 부산국제영화제가 공중 분해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영화인 단체들은 부산시가 부당한 개입과 간섭을 멈추지 않을 경우 올 부산국제영화제를 전면 보이콧 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어렵게 쌓은 부산 국제영화제의 명성을 지킬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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