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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존폐의 기로에 선 부산국제영화제…부산시 vs 집행위 갈등 최고조

[취재파일] 존폐의 기로에 선 부산국제영화제…부산시 vs 집행위 갈등 최고조
올해로 21년 째를 맞는 부산국제영화제는 우리나라를 넘어 아시아 최고영화제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 위상을 갖기까지는 국내외 영화인들은 물론 영화를 사랑하는 시민들의 관심과 정부, 부산시의 지원이 컸습니다. 고비도 있었지만 이제는 국내외 영화계에 제법 탄탄한 네트워크도 만들어 놓았습니다.

이러한 부산국제영화제가 심각한 위기에 봉착했습니다. 위기의 근원은 영화제의 양대 축인 부산시와 영화제 집행위의 갈등, 나아가 영화제 조직위원장인 서병수 부산시장과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 간의 갈등에 있습니다. 

갈등의 시초는 지난 2014년 제19대 부산국제영화제에서의 다큐멘터리 ‘다이빙 벨’ 상영이었습니다. 정부와 부산시는 상영 중단을 요구했고, 영화제측은 '영화제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해치는 간섭'이라며 상영을 강행했습니다.

그 뒤 부산국제영화제 조직위원회에 대한 강도 높은 감사원 감사와 부산시의 감사가 이어졌습니다.   

● 부산시…이용관 위원장 사퇴 공식 요구, 서 시장은 조직위원장 사퇴 초강수 
부산시는 감사원 감사 결과를 토대로 이 전 위원장을 검찰에 고발하고 집행위원장 직에서 물러날 것을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영화제측은 “감사원 감사 결과는 개인적인 부정이나 비리가 아닌 행정 절차상의 관행과 사소한 잘못에 불과하다”며, 사퇴를 일축해 왔습니다. 오히려 “다이빙 벨 파문에 따른 정치적인 탄압”이라며, 부산시와 맞서 왔습니다.

갈등이 고조되면서 부산시장은 지난달 18일 기자회견을 열고 “조직위원장 자리를 민간에 이양하겠다”고 전격 선언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전 위원장의 사퇴도 함께 기정사실화 했습니다.

영화제 측은 부산시장의 조직위원장 사퇴를 환영하면서도 숨은 의도가 있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서 시장의 조직위원장 사퇴는 이 위원장의 동반 사퇴에 대한 명분과 지지를 이끌어 내면서 영화제 파행에 대한 책임을 모면하고, 나아가 부산시의 입장을 대변해 줄 수 있는 민간 조직위원장을 앉혀 수렴청정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겁니다.
지난달 25일의 정기 총회는 이러한 갈등이 본격적으로 표면화하는 상징적 회의였습니다. 최대 현안이 민간 조직위원장 선출을 위한 정관 개정과 이 집행위원장의 재위촉 문제였지만, 정작 총회 안건에서 이 두 핵심 과제는 빠져 있었습니다. 영화제 측은 서 시장이 부산국제영화제 조직위원장 직을 민간에 이양하겠다고 밝힌 만큼 영화제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할 수 있는 민간 조직위원장 선출을 위한 정관 개정을 요구했습니다.

이 위원장의 거취 문제는 정관을 개정한 뒤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입장입니다. 총회에서는 이 위원장을 지지하는 위원들과 서 시장을 지지하는 세력간에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팽배했습니다. 

급기야 기타 안건 토의에서 영화계 인사들은 위원 102명의 서명을 받아 정관 개정을 위한 임시총회 소집을 요구했고, 서 시장은 “검토할 시간이 필요하다”며 서둘러 총회를 끝내고 퇴장했습니다. 지난달 26일로 임기가 만료되는 이 전 위원장의 재위촉이 되지 않음에 따라 이 위원장은 임기 만료로 물러나게 됐습니다.
 
● 이 위원장 반격…친 이 자문위원 68명 대거 신규 위촉
이용관 전 위원장은 자문위원을 39명에서 107명으로 68명이나 대폭 늘려 총회에서 위촉 절차를 밟았습니다. 자문위원은 총회의 모든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구성원입니다. 영화제 집행위는 “영화제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해 자문위원을 새로 늘렸으며, 정관에 규정된 대로 집행위원장의 권한으로 위촉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이들 신규 자문위원 위촉은 지난달 15일 부산시에 구두 통보했고, 19일에는 명단까지 알렸다고 했습니다.

신규 위촉된 자문위원에는 한국을 대표하는 영화감독 박찬욱 류승완 최동훈 감독, 고영재 한국독립영화협회 이사장(‘워낭소리’ PD), 이준동 나우 필름 대표, 영화 배우 하정우 류지태 방은진, 주성철 ‘씨네 21’ 편집장 등도 포함돼 있습니다. 신규 위촉된 자문 위원 68명 가운데 47명이 수도권 지역 위원으로 이용관 위원장에 우호적인 인사들이 대거 포함됐습니다.

총회는 임원과 집행위원, 자문위원으로 구성돼 있는데 전체 인원은 현재 155명입니다. 이 가운데 107명이 자문위원인 셈입니다. 재적회원 2/3 이상이면 법인의 가장 중요한 정관 변경도 가능한데, 이 위원장으로서는 든든한 우호세력을 얻은 셈입니다.

신규 위촉된 자문위원들의 힘은 이번 총회에서 그대로 나타났습니다. 신규 자문위원들은 재적회원의 2/3가 넘는 102명의 서명을 받아 정관 개정을 위한 임시 총회 소집을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 부산시와 서 시장 크게 반발...법적 대응 불사 천명  
총회에서 허를 찔린 부산시는 크게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서 시장은 지난 2일 두 번째로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해 “이번 정기총회 개최 직전에 기습적으로 위촉된 68명의 신규 자문위원들은 총회 구성원으로서의 자격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서 시장은 이어 “지난 총회에서 영화인회의 이춘연 이사장 대표 명의로 신청한 임시총회 요구도 부당하게 위촉된 자문위원 들에 의한 것으로 소집 요구의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20년간 지켜온 영화인과 비영화인, 수도권과 부산 등의 균형을 무시하고 정관 개정에 필요한 재적회원 2/3를 달성하기 위해 자신을 지지하는 일부 영화인들을 대거 위촉했다”며, 이 위원장을 비난했습니다.

부산시는 신규 자문위원의 해촉과 임시총회 소집 철회를 하지 않을 경우 자문위원 및 임시 총회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법원에 제기할 방침이어서 부산 영화제의 운명이 법적 다툼으로 비화할 조짐마저 보이고 있습니다. 아울러 부산시의 보조금 지원 중단 조치도 배제할 수 없는 실정입니다.

● 임시 총회 개최 여부를 둘러싼 부산시와 영화제의 갈등 최고조에 달해
부산시와 영화제 집행위 간의 갈등은 임시총회 개최 여부를 둘러싸고 최고조에 이를 것으로 보입니다. 현행 정관상 재적회원 1/3 이상 동의를 얻으면 20일 안에 임시총회를 열어야 합니다. 지난 25일 총회에서 임시총회 소집 요구서가 제출된 만큼 오는 16일까지는 임시총회를 개최해야 합니다.

영화제 집행위원회는 3일 기자회견을 열어 “부산국제영화제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지키기 위하여 독자 총회를 열어 민간 출신의 조직위원장을 뽑을 수 있도록 정관을 개정하겠다”고 공식 발표 했습니다. 정관을 개정하려면 재적회원 2/3 이상 찬성이 있어야 합니다. 이번 신규 위촉 자문위원이 재적회원에 포함되면 정관 개정은 가능한 것입니다. 

그러나 부산시는 신규위촉된 자문위원들의 자격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신규 자문위원의 해촉과 함께 임시총회 개최를 연기하라는 입장입니다. 만약 임시총회 개최를 강행할 경우 법적 대응을 예고한 상탭니다.

● 부산시의 '갑질' 행정? VS 영화제 집행위의 '폐쇄구조'?
영화제 집행위는 부산시가 서 시장을 대신해 취임할 민간 출신 조직위원장에 그들이 바라는 인물을 앉히려 하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따라서 영화제의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  정부와 부산시의 입김에 좌우되지 않는 민간 출신 조직위원장 선출을 총회에서 결정하자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습니다. 그동안 여러 차례의 감사원 감사와 정부 보조금 삭감, 이용관 위원장 체제 흔들기 등은 부산 영화제의 독립성을 해치는 중대 사안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부산시도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 체제가 고인 물이 썩듯 지나친 폐쇄 구조로 문제가 많다며, 이번 기회에 물갈이가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부산시는 민간 조직위원장 선출도 ‘집행위원회 등에서 복수의 인물을 추천하면 부산시장이 임명하자'며 영화제 측과 배치되는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갈등으로 부산국제영화제가 공중 분해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영화인 단체들은 부산시가 부당한 개입과 간섭을 멈추지 않을 경우 올 부산국제영화제를 전면 보이콧 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어렵게 쌓은 부산 국제영화제의 명성을 지킬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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