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한 에스프레소를 마시고 싶을 때가 있고, 연한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싶은 때가 있는가 하면, 달달한 라떼를 마시고 싶을 때도 있고, 풍부한 거품을 자랑하는 카푸치노를 마시고 싶을 때도 있다. 뭐니뭐니해도 피곤하고 스트레스 받을 때는 우리나라의 믹스커피만한 것이 없다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그런지 나라마다 커피도 다르다. 커피의 본고장 이탈리아의 에스프레소는 아주 작은 잔에 딱 한 모금 분량을 걸쭉한 상태로 입안에 톡 털어 넣는다. 이웃나라 프랑스의 에스프레소는 이탈리아 에스프레소보다는 양이 좀 많고 농도는 좀 연하다. 동남아쪽에서는 한약같이 걸쭉하고 쓴 커피를 즐긴다.
샤르트르와 보부아르 부부가 50년을 드나들었다는 <레되마고(les deux magots)>와 프랑스 혁명 때 바스티유 감옥 습격 주동자들이 모였다는 <르 프로코프(le procope)>로 대표되는 카페의 본고장이 바로 프랑스 아닌가?
파리에 처음 도착했을 때는 이 진한 커피가 도무지 익숙하지 않았다. 물을 탄 연한 커피가 있다는 말을 듣고 그다음부터는 연한 커피(cafe allonge)를 시켰다. 그래도 쓰다. 그래서 다시 우유를 시키면 웨이터들이 꼭 물어본다. “이미 연한 거 시켰는데 우유까지?” “그렇다”고 대답하면서 설탕도 같이 달라고 했다. 그러면 고개를 갸우뚱 갸우뚱하면서 우유와 설탕을 갖다 주곤 했다.
1년이 지나 프랑스 음식과 에스프레소가 아주 궁합이 잘 맞는다는 걸 알게 되면서 에스프레소를 즐길 수 있게 됐다. 아침 식사로는 대접만한 그릇에 나오는 카페라떼와 크라상을 찾게 됐다.
파리에서 함께 일했던 한 타사 특파원은 귀국길에 에스프레소 기계를 사갖고 들어왔다. 지금부터 7-8년 전의 일이다. 서울로 돌아온 이 특파원은 프랑스에서 사온 에스프레소 기계를 사무실에 두고, 자기 방을 찾는 사람들에게 대접했다고 한다. 그런데 커피를 마신 사람들이 아무 말도, 아무 반응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들 손님들은 아마 내가 처음 파리에 가서 느꼈던 익숙치 않았던 그 느낌을 그대로 받았을 것 같다. 대접하는 사람 성의를 생각해 말도 못하고...
일본 메이지대학의 문학부 교수인 사이토 다카시는 ‘세계사를 움직이는 다섯 가지 힘’이라는 책에서 커피가 세계 역사를 움직인다고 썼다. 17세기 유럽에 전파된 커피는 인간의 나태함과 한계를 극복하게 해 유럽의 근대화를 가져왔다고 주장한다. 그는 미국이 세계의 패권을 쥘 수 있었던 이유 중의 하나도 미국의 커피 문화와 유럽의 차 문화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coffee break'와 ’tea time'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커피는 일하기 위해 정신을 차리도록 마시는 것이고, 차는 휴식을 즐기기 위해 마신다는 것이다. 유럽 귀부인들의 살롱 문화에서 티와 쿠키를 즐기면서 수다를 떨곤 했던 것을 연상해보면 공감이 가는 부분이다.
그러나 사람의 입맛이 쉽게 바뀌랴? 스타벅스의 도전이 성공할지, 스타벅스가 몇 년에 걸쳐 이탈리아인의 커피에 대한 기호를 바꿔놓을 수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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