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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랜딩 기어 고정 핀이 뭐길래

[취재파일] 랜딩 기어 고정 핀이 뭐길래
지난 1일 아침 8시 인천발 마닐라행 여객기 KE621편이 이륙 직후 랜딩 기어가 접히지 않아 1시간 40분 만에 인천공항으로 돌아왔습니다. 항공기는 이륙 후 일정 고도에 이르면 바퀴를 동체 안으로 접어 넣는데 이 부분에서 이상 신호가 포착된 겁니다.

비행기의 랜딩 기어란 바퀴와 바퀴 지지대를 합쳐 부르는 말로 비행기가 활주로 위에 서있을 때는 이 바퀴 지지대가 접히는 연결 부위에 고정핀을 꽂아 비행기가 주저앉지 않도록 합니다. 랜딩 기어 핀에는 외부에서도 잘 보이도록 밝은 빨간색 리본이 달려있고, 리본 위에는 비행 전에 제거하라는 내용이 적혀있습니다. 

여객기는 이륙을 위해서 활주로로 이동하기 전에 바퀴 고정목과 함께 이 핀을 제거하는 과정을 거치는데, 회항한 항공기 KE621 편의  정비사가 이를 잊은 겁니다. 1차적으로는 정비사가 2차적으로 조종사가 이륙직전에 확인해야 하지만, 어쩐 일인지 두 파트에서 모두 이를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랜딩 기어를 뽑지 않고 이륙을 하게 되면 랜딩 기어 레버를 올릴 때 굴절 부분이 고정돼 바퀴가 안 올라 갑니다. 바퀴가 내려온 상태로 더 비행할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일정 속도 이상으로 날아갈 수가 없습니다.

랜딩 기어가 나와있을 때는 얼마 만큼의 속도를 유지하라는 원칙이 있는데 그 속도를 초과해 비행하는 경우 랜딩 기어 계통에 결함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랜딩 기어 계통에 결함이 발생한다면 착륙시 동체에 치명적인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은 자명한 일일 것입니다.
만일 해당 비행기가 국내선이었다면 시간이 조금 더 걸린다고 해도 목적지까지 날아갈 수 있었겠지만, 필리핀 마닐라까지의 장거리 비행이었기 때문에 되돌아올 수 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그럼 이륙 직후 랜딩기어가 접히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도 왜 1시간40분 뒤에야 인천공항에 되돌아온 것일까요? 비행기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가득 찬 기름, 바로 연료 때문입니다. 

필리핀까지 비행하기 위해 항공기는 탱크에 가득 연료를 채웠고, 이를 그대로 담고 있으면 비행기 무게가 엄청나 착륙 시 랜딩기어에 부담을 줄 수 있습니다. 무슨 이유로든 다시 착륙을 하기 위해서는 공중에서 연료 탱크 노즐을 열고 연료통을 비워 동체의 무게를 줄이는 작업을 해야 하는 겁니다.
날개에서 연료를 뿜어내는 Fuel dumping 모습이 에어쇼처럼 멋있어 보이지만 사실은 승객들의 안전을 위해서 필수적인 작업인 셈입니다. 예정에 없던 착륙을 위한 시간 배정, 항공기가 머물 계류장 배정 같은 착륙 허가 절차도 거쳐야 합니다. 그리고 다시 이륙을 하려면 연료탱크를 채우고, 기체 점검과 함께 이륙 인허가 절차을 또 한 번 거쳐야합니다.

아무리 단순한 실수라도 회항을 하게 되면 이런 복잡한 과정을 거쳐 항공기 운행 과정에서 가장 위험하다는 이착륙을 한번 더 해야 하기 때문에 정부는 엄한 행정 처분을 내리고 있습니다. 항공법 시행령에는 정비작업 미수행 등 중요한 사항을 위반한 경우, 국토교통부의 조사를 거쳐 6억원까지 과징금을 부과하게 돼 있습니다.  

지난해 1월1일 아시아나항공 김포발 상하이행 여객기가 바퀴 고정핀을 뽑지 않고 이륙했다가 회항해, 국토부가 3억원의 과징금과 함께 정비사와 조종사에 각각 자격정지 30일과 15일을 통보한 바 있습니다.
 
항공기는 자동차보다 더 안전한 교통수단으로 알려져 있지만, 작은 실수도 치명적인 사고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높은 과징금으로 처벌한다고 실수가 없어지는건 아닌만큼 주기적인 교육, 확인 작업을 습관화 하도록 교육을 하고 또 해야 하는 겁니다.
대한항공 랜딩기어 고정
3.1절을 맞아 마닐라로 떠난 267명의 승객 가운데는 패키지 여행객보다 가족 단위 여행객이나 업무차 출장 가는 승객들이 많았다고 합니다. 휴일을 맞아 해외여행에 나섰던 승객들은 회항으로 3시간 가까이 비행기에서 소중한 시간을 허비해야 했습니다.

쓰지도 않은 항공유를 허공에 버리고 다시 채워야 했고, 과징금도 내야 할테니 이번 회항은 항공사에도 적지 않은 비용부담을 줄 것으로 예상됩니다, 허공에 뿌린 기름은 자연환경을 더 오염시켰을 것입니다. 하지만 랜딩기어 고정핀을 뽑지 않았음에도 항공기가 아무 탈이 없이 다시 착륙해 운행을 재개했다는 것은 무엇보다 다행이라고 해야겠습니다. 

▶ '꼭 뽑아야 할' 고정 핀 안 뽑고 이륙…어이없는 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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