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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사건보다 감동사진으로 특진'…경찰, 미담 부풀리기 급급

'강력사건보다 감동사진으로 특진'…경찰, 미담 부풀리기 급급
경찰이 범죄 수사 등 본연의 임무보다 홍보나 실적 내세우기에 집착한다는 비판에 휩싸였습니다.

'미담 사례'를 홍보하려다 보니 내용을 부풀리기도 하고, 현장 상황이 급박한 데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릴 사진 찍기에 더 집중하는가 하면, 수사성과를 부풀리거나 있지도 않은 사실을 진실인 것처럼 꾸며 발표했다가 질타를 받기도 했습니다.

◇ 홍보만 잘되면 끝?…보여주기식 행정이 문제
자살 시도 막은 여경
지난해 9월 페이스북에는 50대 남성이 부산 자갈치시장 친수공간 끝에 걸터앉아 있고, 이 남성을 신입 여성 경찰관이 뒤에서 끌어안은 사진이 올라왔습니다.

자식을 저 세상으로 먼저 보낸 이 남성은 술에 취해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하는데 상체만 앞으로 기울여도 물에 빠질 수 있는 급박한 상황이었습니다.

새내기 여성 경찰관이 "힘들 때 지구대로 오시면 딸이 돼 드리겠다"고 위로한 뒤 이 남성은 곧바로 마음을 돌렸고, 사연이 사진과 함께 소개되면서 신입 여성 경찰관을 칭찬하는 글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해당 사진을 찍은 사람이 여성 경찰관과 함께 출동했던 선임 경찰관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었습니다.

급박한 상황에서 두 사람이 힘을 합쳐 안전한 곳으로 옮기지 않고, 선임 경찰관이 사진을 찍은 게 과연 적절했는지에 대한 비판이 불거진 것입니다.

부산지방경찰청은 지난달 MBC 예능 프로그램인 '무한도전'에 출연한 형사들에게 방송 출연으로 경찰의 이미지를 높였다며 표창을 줬다가 구설에 올랐습니다.

연예인을 붙잡은 이들이 정작 범인을 검거한 경찰관과 함께 표창을 받게 돼 형평성 논란과 함께 경찰이 본연의 임무인 범인 검거보다 이미지 제고를 더 중요시하는 게 아니냐는 것입니다.
광주에서는 최근 신입 여경이 거리를 헤매는 여성에게 자신의 외투부터 벗어 챙겨주는 모습을 동료 경찰관이 촬영해 미담 사례로 언론을 탔습니다.

해당 지구대 관계자는 "함께 출동한 남자 경찰관 2명 중 1명이 신고처리 과정을 남기고자 떨고 있던 여성에게 여경이 외투를 입히는 모습, 119구급대 진료 등을 휴대전화로 4장 촬영했다"며 "사전에 의도하거나 조작한 상황이 아니다"고 해명했습니다.

이효민 영산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경찰의 SNS 홍보는 일반 시민에게는 경찰 활동상황을 경험할 수 있는 창구가 되기 때문에 긍정적이지만 경찰의 미담사례 장면을 제3자가 아닌 출동 경찰관이 찍었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 성과 부풀리기에 거짓 발표까지…기본에 충실해야

부산경찰청은 최근 일선 경찰관들에게 자가용으로 출퇴근하면서 교통법규를 위반하거나 운전 중 담배꽁초 투기 차량을 발견하면 블랙박스 영상을 국민신문고에 등록하도록 해 논란을 빚었습니다.

한 경찰관은 "공익신고 활성화 차원이라고 하지만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한 '카파라치' 활동을 직접 경찰관에게 하라고 할 정도로 실적을 강요당해야 하느냐"고 한숨을 쉬었습니다.

천안 서북경찰서는 지난달 25일 '21시간 화장실에 갇힌 할머니 구출' 보도자료를 내면서 사실과 다른 코멘트를 넣었습니다.
화장실에 21시간 갇혀있던 할머니
경찰은 관리인이 퇴근해버려 추운 화장실에 갇혀 있던 할머니를 21시간 만에 구조했다며 해당 건물 관리인의 과실인 것처럼 말했지만 관리인이 경찰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또 지난해 9월 청주 청원경찰서 율량지구대 소속 팀장은 새내기 여경이 택배 기사로 위장해 수배자를 아파트에서 불러내 검거하는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고 언론에 알렸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일선 경찰관들은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강력범이나 지능범을 잡아도 특진이 될까 말까인데, 지구대나 파출소 경찰관들은 SNS에 잘 올라간 '따뜻한' 사진 한 장으로 특진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습니다.

25년 경력의 한 강력계 형사는 "치안종합 성과평가에서 홍보 비중이 크다 보니 위에서 SNS에서 히트할 만한 사진을 강조한다"며 "이제 급박한 사건에 출동하면서도 카메라를 챙기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 돼 버렸다"고 한숨을 쉬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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