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경선의 최대 패자는? 바로 공화당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1일(현지시간) 대선 경선 레이스의 최대 승부처인 당의 '슈퍼 화요일' 대회전에서 '아웃사이더'인 트럼프가 압승을 거두고 후보 지명에 성큼 다가서면서다.
공화당 주류의 희망으로 여겨졌던 마르코 루비오(플로리다) 상원의원은 미네소타 한 곳을 겨우 챙기는데 그쳤고, 그나마 자신의 지역구 텍사스 주 등 3곳에 승리한 테드 크루즈(텍사스) 상원의원은 극우 티파티 세력이 낳은 비주류, 이단아일 뿐 정통 보수도 아니다.
"트럼프가 거둔 승리의 범위와 규모가 에이브러햄 링컨, 시어도어 루스벨트, 로널드 레이건의 당이 대선에서 괴멸될 수 있다는 두려움을 가진 주류들에게 공포를 심었다." AFP는 이날 결과에 대한 당 주류의 반응을 이같이 요약했다.
트럼프의 대선 후보 지명을 '8부 능선'에 올린 '슈퍼 화요일' 대회전으로 인해 당이 레이스에서 쪼개지는데 그치지 않고 결국 대선 필패, 당 해체의 공포마저 감돌고 있다는 것이다.
노예 해방과 불법이민자의 사면 등 역사적 결정을 통해 미국사를 새롭게 써왔던 공화당이 막말과 기행을 일삼는 극단적 아웃사이더에게 통째로 넘어가게 생긴 데 대한 두려움이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도 '슈퍼 화요일'을 "공화당이 파열된 날"이라며 "공화당이 미 동부 연안의 주류, 사교계 일부 명사들이 수십년 간 지배해온 당이 더이상 아님을 생생히 증명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는 '슈퍼 화요일' 승리 연설에서 "우리는 공화당을 확장해왔다"고 주장했지만, 그의 압도는 실상 공화당을 절반으로 쪼갰다.
백인 우월주의단체 쿠클럭스클랜(KKK)에 대한 트럼프의 어정쩡한 태도를 일갈하며 대선 주자로서 "역겹고 실격"이라며 배제하려는 세력과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처럼 '투항'한 세력으로다.
어쩌다 공화당은 왜 이렇게 분열하고 추락한 걸까.
공화당은 극단적 보수주의자 배리 골드워터를 당 대선후보로 선출한 1964년 '대분열' 이래 지금과 같은 정체성 위기를 겪은 적이 없다.
하지만,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2009년 집권하고, 연임한 뒤 공화당은 수권정당이기를 포기했다는 평가다.
연방정부 셧다운과 흑인을 비롯한 소수인종, 서민들의 환영을 받은 오바마 케어 좌초 시도, 이민개혁과 총기규제 반대 등 정책과 대안 부재 속에 '반(反) 오바마'로 일관하며 미국인의 외면을 받았다.
하지만, 하원의장까지 몰아낼 정도로 기승을 부린 극단주의 티파티 세력은 여전히 건재하다.
멕시코 이민자들을 "성폭행범"이라고 부를 정도의 외국인 혐오와 극단적 포퓰리즘을 보여주는 '트럼피즘'의 온상은 이런 대책없는 공화당 정치였다.
워싱턴 기득권 정치에 질린 보수층과 인종적 우월감을 품은 백인 남성들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는 국가주의적 주장에 올라탔다.
폴 라이언 하원의장까지 트럼프 때리기에 나서는 등 공화당은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돌입했지만, 그의 질주를 막기는 만시지탄이라는 말이 나왔다.
이제 공화당 주류가 미련을 갖는 마지막 시나리오는 2가지라고 한다.
첫째, 크루즈 의원과 루비오 의원, 존 케이식 오하이오 주지사 등이 각각 자기 지역구에서 승리하는 것이다.
크루즈 의원은 '슈퍼 화요일' 지역구인 텍사스 주에서 압승했다.
루비오 의원과 케이식 주지사가 15일 각각 플로리다와 오하이오 주에서 승리한다면 현실적으로 트럼프가 가져갈 대의원이 크게 줄게 된다.
그 경우 1위 주자가 대의원 과반을 확보하지 못하면 당 수뇌부가 후보를 재량껏 고르는 '중재 전당대회'를 열 수 있다는 시나리오다.
하지만 이들 2개 주에서도 현재로선 트럼프가 크게 앞서 있다.
둘째, '후보 단일화'를 통해 '반(反) 트럼프 전선'을 구축하는 방안이다.
하지만, 이 시나리오 역시 지금까지 제대로 통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누구를 주저앉힐 수 있을지도 기대 난망이다.
'슈퍼 화요일' 3연승을 거둔 크루즈 의원은 '마이웨이'의 명분을 얻었고 당 주류의 희망인 루비오 의원의 하차는 당장은 아니라는 기류다.
케이식 주지사가 15일 오하이오를 패배할 경우 그만두겠다고 공언했지만 그 효과는 미미하다.
설사 기세를 얻고 있는 크루즈 의원으로의 단일화가 된다 하더라도 그 역시 '워싱턴 카르텔의 해체'를 주장하는 이단아라는 점이 주류의 부담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가 당을 장악하는 것을 막는데 필사적이었던 인사들이 이제 그의 파워와 필연성을 인식했고 그의 질주를 저지할 힘을 잃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링컨의 당이 트럼프의 당으로"…美경선 최대 패자는 공화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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