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안에 그동안 '시간 끌기'를 해온 러시아도 결국 찬성표를 던졌다.
러시아는 결의안 초안을 넘겨받고 1주일 가까이 뜸을 들인 것에 대해 결의안을 검토하는데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하지만 거부권을 가진 안보리 상임이사국이자 한반도 주변 강국으로서의 존재감을 확인시키겠다는 나름의 계산이 컸을 것이란 분석이 많다.
러시아는 근년 들어 중국에 이어 북한과 가장 밀접한 협력 관계를 구축해 왔다.
양국은 2014년부터 고위급 인사 교류와 각종 경제 협력 프로젝트들을 추진하며 급속도로 관계를 발전시켜왔다.
그해 양국은 전체 사업비가 250억 달러에 이르는 북한 내 철도 현대화 사업인 '포베다'(승리) 사업을 추진하기로 하고 러시아가 들일 공사비를 북한 광물자원으로 상쇄하기로 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전력협력협정을 체결하고 러시아 극동 지역의 잉여전력을 북한 나선 경제특구로 공급하기 위한 사업도 추진해왔다.
북한 내 지하자원을 공동으로 개발하고 석유화학공장을 현대화하는 사업도 논의해왔다.
러시아 극동 하산~북한 나진항을 잇는 철도와 나진항을 함께 이용하는 복합물류 사업을 추진하면서 한국 측을 끌어들여 남북러 3각협력 프로젝트로 확대하는 데도 공을 들여왔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러시아가 북한과 마찬가지로 서방 제재를 받는 처지가 되면서 양국 협력은 한층 강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약 55억 달러에 이르는 북-중 교역 규모에는 크게 못 미치는 1억 달러 수준이긴 하지만 북-러 양국의 교역도 활성화하는 분위기였다.
이후 러시아의 경제난이 깊어지면서 북한과의 협력 사업에도 제동이 걸리긴 했지만 완전히 중단된 건 아니었다.
긴밀해지던 양국의 경제협력 관계가 안보리의 제재 결의로 상당 정도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게 됨에 따라 러시아의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지난달 27일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과의 전화통화에서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안에 대해 "민간 경제 분야에서 이루어지는 북한과 외국 파트너들 간의 합법적 관계에 해를 끼쳐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산하 경제연구소 아시아 전략센터 게오르기 톨로라야 소장은 "안보리의 대북 결의가 대부분의 러-북 경제협력 사업에 영향을 줄 것이기 때문에 러시아로선 그 파급 효과를 점검하는데 시간이 필요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안보리 상임이사국이자 한반도 주변 강국인 러시아가 한반도 문제 논의와 해결 과정에서 스스로의 존재감을 확인시키기 위해 결의안 채택에 뜸을 들였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미국과 중국이 합의했더라도 러시아가 동의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점을 국제사회에 과시하려 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모스크바의 한 외교소식통은 "통상 결의안 채택 과정을 보면 '코어그룹'(core group)이 초안을 작성하고 그것을 상임이사국 모두에 전달해 동의를 얻은 뒤 다른 비상임이사국들에 회람시키는 것이 관례인데 이번엔 미·중이 합의한 초안이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의 동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모든 이사국에 똑같이 회람되면서 공개됐다"면서 "러시아가 기분 나빠할 만하다"고 지적했다.
워싱턴의 한 외교소식통도 러시아가 결의안에 시간끌기를 한 이유에 대해 "미·중이 합의했다고 호락호락 받아주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나아가 러시아가 결의안 채택 과정에서 스스로의 존재감을 각인시킴으로써 결의안 채택 이후 전개될 관련국들의 협상 국면에서 발언권을 키우려 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연합뉴스)
러시아, 한반도 주변강국 입지 확대 노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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