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별 사용량을 고려하지 않은 획일적인 대용량 포장 때문에 미국에서 한 해에만 30억 달러(약 3조6천810억원) 어치의 비싼 암치료제가 쓰레기통으로 들어가는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의 메모리얼슬론케터링 암센터가 1일(현지시간) 의학저널 BMJ에 수록한 보고서에 따르면 주사제 형태로 쓰이는 주요 암치료제 20개 가운데 18개가 1종 또는 2종의 용량으로만 나온다고 일간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고가의 암치료제들은 보통 개별 환자의 신체 사이즈 등을 고려해 엄격하게 용량을 계산해 투여해야 하며, 한번 바이알(주사용 약병)을 개봉하면 남은 약은 곧바로 폐기된다.
치료제가 다양한 용량으로 출시되면 의료진이 환자별 필요량에 따라 사용할 수 있으나, 대부분의 치료제가 한두 가지 대용량으로만 나오는 탓에 상당량이 버려지는 것이다.
가령 다발성 골수종과 림프종 치료제로 쓰이는 미국다케다제약의 벨케이드의 경우 한 병에 1천34달러(127만원)인 3.5㎎짜리로만 나온다.
이는 키 200㎝, 몸무게 113㎏인 사람에게 충분한 양으로, 이보다 작은 대부분의 환자가 맞고 난 후에는 쓰고 남은 값비싼 약이 곧바로 버려지게 된다.
이렇게 버려지는 양의 벨케이드로 다케다제약이 벌어들이는 돈은 한해 3억900만 달러(3천791억원)로, 한 해 미국에서 팔리는 전체 벨케이드의 30%에 해당한다.
만약 제약사가 0.25㎎짜리를 새로 내놓으면, 버려지는 양이 84% 급감하고, 벨게이드의 미국내 매출은 한 해 2억6천100만 달러(3천202억원) 줄어들 것이라고 연구진은 추정했다.
제약사로서는 소용량의 약을 출시할 유인이 없는 셈이다.
다국적 제약사 머크도 지난해 2월 항암제 키트루다의 50㎎짜리 출시를 중단하고, 100㎎짜리를 내놓았다.
연구자들은 머크가 향후 5년간 버려지는 키트루다로 24억 달러(2조9천억원)를 벌어들일 것으로 내다봤는데, 이중 절반은 용량 변경에 따른 결과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이렇게 버려지는 암치료제로 인해 미국의 공공·민간보험이 제약사들에게 한 해 18억 달러, 의사와 병원들에 10억 달러를 지불하는 셈이라고 분석했다.
그 부담은 보험료 인상 등으로 환자에게 고스란히 전가된다.
연구에 참여한 리어나도 살츠 박사는 "어마어마한 암치료제를 대용량만으로만 사야한다"며 "흥미로운 것은 똑같은 약들이 규제가 엄격한 유럽에서는 소용량으로도 팔리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합뉴스/사진=게티이미지)
"대용량 포장 탓에 美서 한 해 30억 불 암치료제 버려져"
제약사들, 환자별 사용량 고려 않고 획일적인 용량으로 판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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