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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기저귀 전쟁, 오래갈 수 있을까?

[취재파일] 기저귀 전쟁, 오래갈 수 있을까?
지금 유통가의 가장 핫한 이슈는 최저가 경쟁입니다. '최저가 전쟁'으로 불러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그만큼 치열하니까요. 포문은 이달 중순 이마트가 열었죠. 온-오프라인 통틀어 가장 싼 가격으로 기저귀를 팔겠다고 한 겁니다. 온라인 업체들에게 빼앗겼던 '기저귀 시장'을 되찾아오겠다는 목표도 제시했습니다. 사실상 롯데마트, 홈플러스가 아니라 쿠팡, 티몬 같은 소셜커머스 업체, 그리고 GS샵, CJ몰 같은 온라인몰 업체들에게 선전포고를 한 겁니다. 그럼 기저귀 가격 추이를 볼까요?

먼저 이마트는 지난달 18일 기저귀(하기스 매직팬티 대형)를 1개(낱개 기준)에 310원에 팔기 시작했습니다. 그 시점에서 최저가가 됐습니다. 그러자 다음날 소셜커머스 업체 쿠팡도 310원으로 내렸습니다. 이마트는 2원 내린 308원으로 다시 낮췄고, 쿠팡은 305원으로 재조정했습니다. 며칠사이에 기저귀 최저가격이 310원 ⇒ 308원 ⇒ 305원으로 아주 조금씩 내려간 거죠. 이번주에 이마트가 가격을 더 내릴 가능성도 있습니다. 분유값도 마찬가집니다. 분유 1통(임페리얼 XO 3단계) 가격을 이마트가 1만8,200원으로 낮추자 쿠팡은 1만8,193원으로 7원 더 낮게 책정했습니다. 역시 이마트가 재조정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아기들을 키우는 엄마들은 일단 '완전 좋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기저귀 값으로 돈이 꽤 드는데 1원씩이라도 내려가면 좋은 거 아니냐는 거죠. 맞는 말입니다. 어차피 물건은 똑같은 건데, 유통업체들끼리 경쟁해서 가격 낮추는 건 소비자로선 나쁠게 없는 일입니다. 품목도 기저귀에서 분유로 확대됐고, 다른 생활용품까지 늘어날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이마트가 한 말이 있으니, 당분간 계속해서 최저가 품목을 늘려 나갈 겁니다. 그렇다면 경쟁사 롯데마트라고 가만히 있겠습니까? 역시 최저가 경쟁에 뛰어 들었죠. 온라인 업체들도 대응하고 있습니다. 쿠팡은 상시 최저가 정책을 유지할 것이란 입장을 밝혔고 티몬이나 위메프도 가세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이런 식의 최저가 전쟁이 끝없이 이어질 수 있을까요? 거기엔 회의적인 시각이 많습니다. 우선 가격 낮추기 경쟁은 한계가 있습니다. 현재, 가격을 낮춰서 줄어든 이익은 유통업체가 감수하는 구조입니다. 당장은 그렇게 가겠죠. 하지만 얼마나 오래갈 수 있을까요? 한쪽에서 이익이 줄면, 다른 쪽에서 채우는 수순으로 갈 가능성이 있습니다. 어디서든 벌충을 하려 할 테고 그럼 그 비용이 소비자에게 전가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비슷한 맥락에서 제조업체들도 이 최저가 전쟁을 불안한 눈빛으로 바라봅니다. 취재과정에서 만나 최저가 품목 제조업체 관계자의 말을 그냥 옮겨보겠습니다. "현재 유통업체가 자기 이익을 손해보면서 최저가 정책을 시행 하고 있는데, 아직까지는 제조업체에 대해서 납품단가 인하 요구는 없습니다. 그런데 이게 장기화되면 어떻게 상황이 변할지 모르니까 제조업체로서 좀 조심스럽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자칫 제조업체들에게 납품단가 인하를 요구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겁니다. 물론 아직은 그렇지 않습니다만 싸움이 길어지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겁니다.

또 최저가 품목의 물량을 확보하는 문제도 있습니다. 지금 기저귀와 분유에 대해서 최저가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지만 이마트가 내세운 건 전체 기저귀가 아니라 하기스 매직팬티(박스형)과 마미포코 360핏(박스형) 두제품 뿐입니다. 분유도 마찬가지로 전체 분유가 아니라 4개 회사의 제품들입니다. 엄밀히 말하면 기저귀 최저가가 아니라, '기저귀 일부제품 최저가', '분유 일부제품 최저가'가 되는 겁니다. 그리고 해당 기저귀 제품을 오랜 기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을지도 관건입니다. 지금 업체들은 서로를 향해 "한정된 수량을 최저가로 내세워 소비자를 현혹하려 한다"고 공격하기도 합니다. 최저가로 내세운 품목이 품절되면 이번 최저가 전쟁은 의미가 퇴색할 수 밖에 없습니다.

여러모로 이번 유통가 최저가 전쟁은 가격인하 폭 말고도 볼거리가 많습니다. 어느쪽이 승리할 때까지 계속될지 아니면 적정한 선에서 서로 '그만 하자'며 물러설지 지켜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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