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율이 낮아지는 원인 가운데 하나는 맞벌이 부부가 늘었기 때문이죠. 이런 맞벌이 가정은 양가 어른들이 아이를 봐주지 않는 한 어쩔 수 없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이른바 이모님이라고 부르는 육아 돌보미를 고용하게 되는데요, 이 '이모님'과의 동거가 결코 쉽지 않아서 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안서현 기자의 취재파일입니다.
5살 아들을 둔 안 기자는 운이 좋게도 친정어머니가 아이를 돌봐준다고 하는데요, 주변 동료들이 전생에 나라를 구했냐고 할 만큼 부러워한다고 합니다. 그만큼 이 시대 워킹맘들에게 어린이집 종일반으로도 해결할 수 없는 육아의 돌파구가 절실하단 뜻입니다.
그렇지만 한국인 돌보미를 고용하자니 몸값도 비싸고 구하기도 하늘의 별 따기인지라, 요새는 중국 동포 돌보미가 대안이 되고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 말고도 가족과 함께 한집에서 숙식하는 입주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건 시간이나 급여를 부모가 정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모님이 먼저 요구하는 경우도 많다는 겁니다. 그렇다 보니 이모님들마다 직업소개소마다 제시하는 희망 급여는 제각각이고 경력에 따라서도 편차가 커서 육아 관련 카페에도 항상 적정선에 대한 질문이 줄을 잇습니다.
이는 육아 돌보미의 고용이 비공식적으로, 사적 영역에서 이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알음알음 소개받아 월급은 시세에 따라 서로 조율해서 결정하는 식이지 일정한 가이드라인이 없는 겁니다.
그렇다 보니 돌보미들은 조금이라도 나은 조건을 부르는 곳이 나타나면 가정을 옮기는 일도 잦아서 고용이 불안하기까지 합니다.
소위 '에이스'로 소문난 이모님을 모셔오기 위해 엄마들이 경쟁을 하고, 좋은 이모님을 더 오래 머무르게 하려고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도 벌어지는 겁니다. 그래서인지 중국 돌보미들의 근로 만족도는 91.4%인 데 반해 고용 만족도는 54.8%로 낮게 나타났습니다.
[육아 돌보미 고용 맞벌이 주부 : 애를 맡겨 놨으니까 아무래도 제가 을이죠. 부탁 같은 것도 쉽게 못 하고 혹시라도 집안일이 많아서 아이 보는 게 소홀할까 봐 주말에 청소 되게 열심히 해 놔요. 월요일에 오셨을 때 아이 보실 때 힘들지 않으시게….]
홍콩의 경우 주로 필리핀 출신 돌보미들을 대상으로 한 베이비시터 인증제를 도입해서 정부가 관리하기 때문에 돌보미들은 책임감을, 부모들은 신뢰를 가질 수 있게 됐다고 합니다.
반면, 우리의 경우 돌보미 고용은 여전히 민간에 방치돼 있는데요, 돌보미의 신원 확인부터 표준 계약 절차, 또 사전 교육까지 제도화하는 방안을 한번 고민해보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