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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 될 만하니 자회사 입점, 임대료도 뚝…'분통'

<앵커>

텅 비어있던 수협공판장에 입점해 무려 12년 동안이나 장사를 해 온 마트가 있습니다. 이제야 좀 기반이 잡히려나 싶었는데, 임대인인 수협이 난데없이 똑같은 업종의 자회사를 가게 바로 옆에 새로 입점시켰습니다.

그것도 임대료를 3분의 1도 안 되는 수준으로 깎아주는 특혜를 주면서 말입니다. 마트 주인이 부당하다며 항의했더니 수협 측은 싫으면 나가라고 요구했습니다.

강청완 기자의 기동취재입니다.

<기자>

서울 강서구의 수협 공판장에서 식자재 도매업을 하는 심우선 씨에게 손님들이 위로의 인사를 건넵니다.

[오랫동안 잘 지냈는데 안됐습니다. 이렇게…. (죄송합니다.)]

임대인 측인 강서수협이 매장을 비워달라고 요구하면서 문을 닫게 됐기 때문입니다.

[심우선/피해 상인 : 이렇게 (매장을) 뒤로 하고 나가려니까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고 직원들이나 손님들 얼굴이 계속 아른거릴 것 같습니다.]

심 씨는 지난 2004년 비어 있던 강서수협 공판장 2층에 881 제곱미터 규모의 식자재 도매 매장을 차렸습니다.

초기엔 적자를 감수하고 장사했는데, 입점 4년이 지난 2008년에 매장 옆자리에 같은 업종, 그것도 두 배 이상 큰 규모의 매장이 들어섰습니다.

상권이 좀 살아나는 상황이 보이자 수협 측이 자회사를 입점시킨 겁니다.

더 황당한 건 임대료였습니다.

심 씨는 3.3제곱미터당 6만 원의 임대료를 내왔는데, 수협 자회사인 옆 가게는 1~2만 원의 임대료만 내고 있었던 겁니다.

8년 동안 옆 가게는 심 씨보다 임대료를 26억 원이나 덜 낸 겁니다.

이럴 수가 있느냐고 항의했지만, 돌아온 건 계약 해지 통보였습니다.

결국 심 씨는 지난달 매장 문을 닫았습니다.

강서수협 측은 임대료 차등 부과를 인정하면서도 심 씨에게 책임을 돌렸습니다.

[강서수협 관계자 : 계약서 상으로 보면 맞는데 우리한테 적극적으로 임대료를 인하해달라는 요구를 안 했고 (당시 자회사가) 여력이 안 된다, 적자다 (라고 해서) 그렇게 책정된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런 부당한 사례가 계속 이어지는데도 상인들이 별 대응을 하지 못한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수협 측에서만 따로 사용하고 있는 이 계약서 때문입니다.

분쟁이 생기거나 합의가 되지 않을 경우, 무조건 갑의 뜻에 따른다는 게 핵심입니다.

[김영주 변호사/서울시 상가임대차조정위원 : 분쟁이 발생한다는 건 양 당사자가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다는 뜻인데, 갑이 일방적으로 결정해버린다면 (을의) 권리들이 원천적으로 봉쇄되는 경우가 되겠죠. 이렇게 일방적인 내용이 들어간 계약서는 최근에는 사실 없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강서수협의 불공정행위와 자회사 부당지원 여부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설치환, 배문산, 설민환, 김승태, 영상편집 : 김지웅, VJ : 이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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