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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달걀골퍼' 김해림 110kg 바벨 드는 이유는?

[취재파일] '달걀골퍼' 김해림 110kg 바벨 드는 이유는?

김영성 기자 yskim@sbs.co.kr

작성 2016.02.27 14:58 수정 2016.02.27 15:33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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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달걀골퍼 김해림 110kg 바벨 드는 이유는?
중 3때부터 체력훈련…남자도 들기 힘든 110kg 바벨도 '거뜬 '   
"30개 넘는 대회 소화하려면 먼저 체력이 받쳐줘야"
 
잔디 달라서 해외 훈련 안가고 국내 훈련 고집  
"첫 우승 상금 전액 기부 생각 변함 없어"

 
한국여자프로골프, KLPGA의 9년차 골퍼 김해림은 아직 우승을 한 번도 못했지만 골프 팬들 사이에 꽤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비거리를 늘리기 위해 하루에 삶은 달걀을 1판(30개)씩 먹고 살을 찌웠다고 해서 '달걀골퍼'라는 별명을 얻었고, 꾸준히 상금의 10%씩 기부하면서 누적 기부액 1억 원을 넘겨 '기부천사'로 불리기도 합니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겨울에는 따뜻한 나라로 전지훈련을 가는데 김해림은 3년째 국내에서 훈련을 하고 있습니다. 청주 집 근처 연습장과 피트니스 센터를 오가며 매일 오전 9시부터 밤 10시까지 샷 연습과 웨이트 트레이닝을 병행합니다. 그녀에게 겨울에 국내 훈련을 고집하는 이유를 물어봤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체력 훈련 때문이죠. 1년에 30개가 넘는 대회를 소화하려면 체력이 가장 중요하거든요. 그런데 과거에  해외로 전지훈련 가봤더니 코스에서 라운드 위주로 연습을 하기 때문에 체력 훈련에 집중할 수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차라리 국내에 남아서 체력을 만들자고 생각한거죠. 코스에서의 감각은 시즌 중에 경기를 하면서 점차 끌어올릴수 있지만 체력은 시즌 중간에 절대 끌어올릴 수 없더라고요. 겨울에 체력을 많이 축적해 두어야 시즌 내내 잘 버틸 수 있어요."
Q. 다른 이유는 없나요?
 
"잔디도 해외와 국내 잔디가 달라요. 제 경우에는 해외 전지훈련 가서 배운 샷 메이킹이나 어프로치 스킬이 국내로 돌아와서는 잔디 감이 달라서 잘 적용이 안됐어요." 
 
김해림은 1989년생, 27살입니다. 선수로서 전성기는 지난 나이지만 중학교 3학년 때부터 꾸준히 해온 웨이트 트레이닝 덕분에 체력만큼은 투어 선수 중 최고를 자부합니다. 남자도 들기 힘든 110kg의 헥스 바벨을 거뜬히 들어 올리고 레슬링이나 유도 선수처럼 굵고 기다란 동아줄을 위아래로 흔들며 매일 2시간씩 입에서 '악'소리가 날만큼 강도 높은 체력 훈련을 소화합니다.
 
Q. 다른 선수들에 비해 웨이트 트레이닝의 강도가 훨씬 센데 이렇게 체력 훈련에 특별히 집착하는 이유는? 
 
"헥스 바벨 무게를 처음엔 60~70kg으로 시작해서 지금은 110kg까지 무게를 올렸어요. 이젠 시즌이 얼마 안남아서 지금은 무게를 더 올리기 보다는 컨디션 조절 위주로 프로그램을 바꿔서 진행하고 있어요. 유산소 운동을 병행해야 하는데 제가 웨이트를 많이 하는 이유는 비거리를 늘리기 위해서죠. 웨이트로 몸에 힘이 붙으면 100%가 아니라 60~70%의 힘만으로 쳐도 비거리는 똑같이 가고 정확성은 더 좋아지니까요. 선수마다 훈련 방식이 다 달라요. 유연성 강화 위주로 하는 선수도 있고, 저같은 경우는 이렇게 몸에 힘을 키워놓아야 마음이 든든해요."   
Q. 체력 소모가 많을테니 잘 먹어야겠네요?
 
"요즘엔 삶은 달걀 섭취를 하루 30개에서 12개씩으로 줄였어요. 대신 아침 저녁으로 삼겹살, 목살 같은 고기를 챙겨 먹고 단백질을 보충하죠."
 
김해림은 인터뷰 중에 간식 시간이 됐다며 기자에게 양해를 구하고 삶은 달걀을 꺼내 그 자리에서 6개를 사과와 함께 뚝딱 먹어치웠습니다. 3년째 먹다보니 껍질을 벗기는 솜씨는 거의 '생활의 달인' 수준입니다. (참고로 노른자는 버리고 흰자만 먹습니다.)
 
Q. 그렇게 달걀을 많이 먹으면 질리지 않나요?
 
"너무 질리죠. 하루 1판(30개) 먹을 때는 큰 솥에 삶았는데 비린 냄새가 나서 정말 먹기 힘들었어요. 이젠 요령이 생겨서 전기 밥솥에 맥반석처럼 구워 먹어요. 냄새도 안나고 먹기 좋아졌어요. 이걸 먹고 체중이 8kg 늘었고 비거리도 20미터 늘었으니 질리고 질려도 약이라 생각하고 먹고 있어요.(웃음)"

Q. 스트레스는 어떻게 해소하나요 ?
 
"음악을 듣거나 영화를 보거나 앉아서 하는 건 제 적성에 안맞아요. 워낙 어렸을 때부터 운동을 좋아해서 남자 아이들하고 동네에서 축구도 하고 농구도 하고 야구도 캐치볼 같은거 하고 뛰어 놀고 하는게 더 스트레스가 풀리더라구요. 요즘은 같이 축구할 친구들은 찾기 어려우니 간단히 집 앞 농구장에서 가끔 농구를 즐겨요."
 
농구 실력을 실력을 보여줄 수 있냐고 묻자 곧바로 집 앞 농구장으로 앞장섰습니다. 차 안에서 공을 가져온 그녀는 훈련 파트너를 앞에 세워놓고 능숙하게 가랑이 사이로 드리블을 두 번 하더니 중거리 점프 슛을 날렸습니다. 공은 림을 깨끗하게 갈랐습니다. 기자의 입에서 탄성이 절로 나왔습니다. 드리블과 슛 솜씨가 그냥 취미로 하는 수준을 넘어섰습니다.
 
이렇게 끼가 넘치고 재주 많고 체력까지 좋은 김해림에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아직 KLPGA투어에서 우승이 없다는 것입니다. 우승 문턱에서 번번히 고개를 속이고 준우승만 4차례 했습니다. 지금도 그녀의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 장면이 하나 있습니다.
 
"지난해 KB금융 챔피언십대회 최종라운드 18번 홀을 잊을 수가 없어요. 제가 전인지 선수에게 1타 뒤지고 있었는데 전인지 선수의 티샷이 오른쪽으로 많이 밀려서 코스 밖으로 나갔어요. 저는 티샷을 페어웨이로 보냈죠. 여기서 파만 해도 최소한 연장전 갈 수 있겠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막상 세컨 샷 지점에 가보니까 전인지 선수의 공이 코스 안에 러프에 들어와 있는 거예요. 

순간 제가 좀 당황했어요. 긴장이 되면서 몸에 힘이 들어갔나봐요. 핀까지 145미터 남기고 6번 아이언을 쳤는데 어이 없는 미스샷으로 그린에 올리지도 못한거죠. 그래도 이 때까진 괜찮았어요. 전인지 선수도 세컨샷을 레이업 했으니 제가 파만 하면 연장전 기회가 올거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그린 쪽으로 걸어가다가 뒤따라오던 갤러리의 말 소리가 들렸어요. '아, 저것도 못 올리냐?' 순간 머릿 속이 하얗게 됐어요. 어프로치 하는데 사람들 시선이 느껴지면서 창피했어요. 결국 칩샷도 홀에 가까이 붙이지 못했고 보기를 해서 스스로 우승 기회를 날려버렸죠.

제가 잘 안우는데 그 때는 정말 제가 바보같다는 생각에 뒤돌아서 살짝 눈물을 훔쳤어요. 제 멘탈에 문제가 있는거죠. 그래서 이번 겨울에는 처음으로 멘탈 트레이닝 코치님도 모시고 정신력 강화 훈련까지 받고 있어요. 그런 기회가 다시 오면 절대 놓치지 말아야죠. 올해는 꼭 우승하고 싶어요."   
 
Q. 올시즌 첫 출전 계획은?
 
"3월 10일 중국 미션힐스에서 열리는 월드레이디스 챔피언십에 나갑니다. 일단 첫 우승이 급한데, 가장 우승하고 싶은 대회는 제 후원사가 주최하는 롯데마트 여자오픈이나 롯데 칸타타여자오픈입니다."
 
Q. 첫 우승 상금을 전액 기부하겠다는 생각은 변함 없나?
 
"사람들이 자꾸 물어봐요. 정말 그렇게 할거냐고. 미친거 아니냐고. 기부는 2부투어 시절부터 부모님 권유로 시작했는데 제가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 참 보람을 느껴요. 일단 우승부터 하고 봐야죠. 말만 앞세우는 선수는 되고 싶지 않아요. 실천으로 보여드리고 싶어요. "
 
지금까지 상금의 10%씩을 기부해 온 김해림은 누적 기부액 1억 원을 넘겨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으로 가입돼 있습니다.
 
Q. 팬들에게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나?
 
"다른 사람에게 '행복 바이러스'를 전해주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서로 눈이 마주쳤을 때, 상대가 제 얼굴만 봐도 그냥 기분이 좋아지는 그런 선수요.(웃음)"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는 기자의 얼굴에 어느새 미소가 번졌습니다. '김해림표 행복 바이러스'가  기자에게도 전해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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