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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외교수장, 美 심장부서 "평화협정도 논의해야" 작심 발언

중국의 외교수장인 왕이 외교부장이 미국의 심장부인 워싱턴D.C.에서 '작심 발언'을 했다.

공개석상에 나와 "평화협정 없이는 비핵화를 달성할 수 없다"고 발언한 것이다.

다시 말해 북한이 요구하는 북·미 간 평화협정이 없다면, 북한 핵문제도 풀 수 없다고 한 셈이다.

중국이 비핵화 협상과 평화협정 논의의 병행을 주장한 것 자체는 새로운 뉴스가 아니다.

그러나 이처럼 직접적이고 노골적인 어법으로 평화협정 논의를 주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미국의 유력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워싱턴 한복판에서 주최한 세미나에서 이 같은 `폭탄성' 발언을 내놓은 것 자체가 '의도적 공론화'를 노렸다는 분석을 낳고 있다.

존 케리 국무장관과 수전 라이스 국가안보보좌관과의 면담에 이어 버락 오바마 대통령까지 접견한 왕 부장은 방미 기간 내내 '비핵화-평화협정 병행론'을 줄기차게 주장해왔다.

왕 부장의 이 같은 언급은 무엇보다도 지금까지 비핵화에 초점을 맞춰온 6자회담의 틀을 근본적으로 수정하겠다는 뜻을 천명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현재 6자회담의 틀 내에서는 비핵화와 함께 평화협정도 이론상으로 논의할 수 있도록 돼있지만, 현실적으로는 가능하지 않다.

평화협정 논의를 한다면, 그 한 당사자인 미국이 이에 호응하지 않고 있어서다.

이는 비핵화가 일정한 진전을 이룬 이후에 평화협정 논의가 가능하다는 한·미 양국의 입장이 워낙 견고한 데 따른 것이다.

다시 말해 선(先) 비핵화, 후(後) 평화협정 논의라는 선후관계(시퀀스)가 명확히 형성돼있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는 북한이 평화협정 논의를 고리로 비핵화 논의의 초점을 흐리고 주한미군 철수를 노골적으로 주장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한·미 양국의 공통된 인식이다.

작년 말 북한이 평화협정 논의를 공식 제안한데 대해 미국이 뉴욕채널을 통해 '비핵화 우선' 원칙을 표명하며 반대한 것은 이런 맥락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이처럼 노골적으로 비핵화-평화협정 병행론을 제기하면서 국면이 미묘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일각에서는 왕 부장의 이날 발언이 북한을 겨냥했다는 해석하기도 한다.

즉,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초강경 대북제재 결의안 초안에 동의한 것을 두고, 북한이 중국을 강하게 비난할 가능성을 의식해 일부러 평화협정 논의를 워싱턴에 와서 공개로 거론한 것 아니냐는 얘기다.

하지만, 경위야 어쨌든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이 북한의 평화협정 논의 요구를 사실상 수용하고 이를 미국과 한국을 비롯한 한반도 주변국을 상대로 '옹호'하는 행보를 한다는 점에서 상황이 그렇게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관건은 미국이 앞으로 어떤 식으로 반응할지다.

지금까지의 기조대로 비핵화 우선 원칙을 내세우며 병행론을 일축할 것이 확실시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상황이 변화할 개연성도 없지 않아 보인다.

한반도 주변의 역학 구도를 놓고 힘을 겨루는 미·중 양국으로서는 '패권 열강'의 관점에서 한반도 문제를 놓고 담판을 지을 가능성이 있고, 이 경우 논의가 복잡하게 흐를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특히, 중국은 이번에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안에 적극적으로 협력했다는 식의 태도를 보이면서 평화협정은 물론이고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의 한반도 배치 문제에 대해서도 노골적으로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왕 부장은 이날 세미나에서 "사드 레이더의 운용 범위가 한반도 반경을 훨씬 넘어 중국의 안보이익에 위협이 된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앞으로 한·미동맹 간 협의를 통해 사드 배치 수순에 돌입할 것으로 보이지만, 중국이 대북 제재와 연계시키면서 강력히 반대하고 있어 상황 변화가 생길 가능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런 맥락에서 평화협정 논의를 놓고도 미국은 비핵화를 우선시하는 기존 스탠스를 굳건히 유지할 가능성이 크지만, 상황 변화를 염두에 두면서 '전략적 유연성'을 취할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말 "북한이 비핵화에 진정성을 보이면 (평화협정 논의를 포함해) 모든 것이 가능하다"(대니얼 크라이튼브링크 백악관 아시아담당 선임보과관)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존 커비 미국 국무부 대변인도 "어떤 형태의 논의에도 비핵화가 일부가 돼야 한다"며 평화협정 논의에 대한 '가능성' 자체를 배제하지 않고 있다.

앞으로 6자회담 관련국들이 이 같은 중국의 노골적 드라이브에 어떤 방향으로 공감대를 형성하고, 그 과정에서 한국 정부가 얼마나 능동적이고 창의적인 외교적 이니셔티브를 쥐느냐에 따라 한반도 논의의 향방이 가닥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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