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혐의자의 인터넷 이용을 실시간 감시하는 '패킷 감청'을 대상으로 헌법소원이 제기됐으나 위헌 여부 판단이 내려지지 않고 심판 절차가 끝났습니다.
헌법재판소는 전직 교사인 고 김형근 씨가 통신비밀보호법 제2조 7호와 제5조 2항, 제6조에 낸 헌법소원의 심판절차 종료를 선언했습니다.
이들 조항은 전기통신 감청, 이른바 통신제한조치의 요건과 절차를 담고 있습니다.
심판절차 종료 선언은 청구인이 사망했거나 청구를 취하하면 내리는 결정입니다.
헌법소원 대상의 위헌 여부를 판단하지 않는 점은 청구가 부적법 할 때의 각하 결정과 같습니다.
김씨는 국가정보원으로부터 패킷 감청 집행사실을 통보받고 2011년 3월 헌법소원을 냈으나 지난해 9월 간암으로 별세했습니다.
헌재는 "침해받았다고 주장하는 기본권인 통신·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는 승계되거나 상속될 수 없다"며 "청구가 인용돼도 확정된 유죄 판결에 재심을 청구할 수 있는 경우도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패킷 감청은 인터넷 회선에서 오가는 전자신호를 중간에서 빼내 컴퓨터 화면을 똑같이 복사하는 기술입니다.
인터넷 검색과 메신저 대화, 파일 내려받기 등 모든 인터넷 이용을 감시할 수 있습니다.
현행법상 감청은 불법이기 때문에 범죄수사를 위해 제한적으로 이뤄지는데 수사기관은 국가보안법 위반이나 형법상 내란·외환죄 등이 의심되는 사람에 한해 법원 허가를 받아 통신제한조치를 집행할 수 있습니다.
김씨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던 중 국정원의 추가수사 과정에서 패킷 감청을 당했습니다.
국정원은 2010년 12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김씨 명의로 가입된 인터넷 전용회선과 인터넷전화 통화 내역을 감청했습니다.
김씨는 패킷 감청이 대상과 시기 등을 특정하지 않아 영장주의 원칙에 위배 되고 통신의 자유와 사생활 비밀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냈습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논평을 내고 "헌재가 올해 2월11일 사실조회로 청구인 사망사실을 인지한 것으로 확인됐는데도 위헌 여부에 침묵을 지키다가 청구인이 사망하자 부랴부랴 형식적인 결정을 짓고 절차를 종료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민변은 "패킷 감청이 헌법 원리에 부합하는지 중요한 쟁점을 담고 있으므로 예외적으로 본안 판단을 할 수 있는 사안"이라며 "적정한 사례를 선택해 조만간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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