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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정릉천고가 전면통제…"100년도 거뜬한 '획기적'인 기술이라더니…"

[취재파일] 정릉천고가 전면통제…"100년도 거뜬한 '획기적'인 기술이라더니…"

권란 기자 jiin@sbs.co.kr

작성 2016.02.23 10:09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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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정릉천고가 전면통제…"100년도 거뜬한 획기적인 기술이라더니…"
지난 일요일(21일) 오후 2시, 서울시가 갑자기 ‘내부순환로 정릉천고가 전면통제’를 발표했다. 시점은 다음날인 22일 월요일 0시부터. 통행금지가 예정된 시각으로부터 불과 10시간 전에 말이다.

당장 다음날은 한 주의 시작인 월요일, 가뜩이나 교통정체가 극심한 월요일이라 심각한 교통체증을 예상하지 못한 건 아니다. 하지만, 급하게 결정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고 설명했다. 중대결함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시설물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 제14조에 따르면 ‘중대결함’이 있을 경우, 사용제한을 할 수 있다. 얼마나 중대한 결함이기에?

지난 17일 오후 5시, 해빙기 안전점검 중 정릉천고가를 버티도록 잡아주는 케이블 다발 20개 가운데 하나가 끊어져 있는 게 발견되었다. 바로 정밀점검에 들어갔고, 다른 케이블도 끊어지거나 녹이 슬어 있는 것이 발견되었다. 전문가들은 ‘다리 붕괴’까지 일어날 수 있다고 보고 통제를 제안했다.

1999년 건설된 정릉천 고가, 당시 국내에서는 ‘획기적’인 방식이었던 ‘PSC(Prestressed Concrete)공법’이라는 기법으로 만들어졌다. PSC공법은 ‘이론상 굉장히 안전한 공법’으로 여겨진다. ‘100년도 갈 수 있는 기술’이라 한다. 그런데, 정릉천고가는 이제 겨우 17살인데, 왜 불안해진 것일까.

● 케이블이 끊어진 원인은?

서울시와 안전자문단(전문가 13명으로 구성)은 "시공 과정에서의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조심스럽게 의견을 내놓았다.

정릉천고가에 쓰였다는 PSC공법은 PVC파이프 안에 케이블 다발을 넣고 그 안에 시멘트로 채워 외부와 차단한다. 케이블 다발은 ‘VVVV’ 형태로 설치되었는데, 파이프를 설치하고 아래 구멍에서 위로 시멘트를 채워 넣는다. 파이프 위에는 환기구(air vent) 구멍이 있어서, 파이프 안이 다 차면 시멘트가 흘러나온다. 그때 이 환기구로 시멘트가 나오면 파이프 내부가 꽉 찼다고 생각하고 충진을 멈추고 환기구 구멍을 봉합한다. 이 과정을 '그라우팅'이라고 하는데, 전문가들은 그라우팅이 제대로 되지 않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봉합된 환기구 윗부분은 아스팔트로 덮여 있는 부분(차량이 다니는 부분)인데, 전문가들은 필요하다면 아스팔트를 걷어내고 환기구 부분을 점검하는 방법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 정릉천 고가 설계는 80년대에 시작해, 90년대 초부터 시공을 시작했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PSC공법은 당시 상당히 ‘획기적’인 방법으로 주목을 받았다.

정릉천 고가에 PSC공법을 적용한 건,

① 콘크리트로 만들었기 때문에 유지관리 비용이 적게 든다. 다른 공법으로 건축 시 매년 도장을 새로 해야 한다든지, 관리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② 정릉천 고가 하부에는 작은 하천이 흐르는데, 다리 상판에서는 양방향 6차선 도로가 있다. 다리 하부 면적이 좁아 다리를 두껍게 만들 수가 없는데, 상부는 면적이 넓기 때문에 교각과 상부를 잇는 부분을 역사다리꼴로 만들 수밖에 없다. 이때 PSC공법이 적합하다.

전문가들은 PSC공법이 '이론상 굉장히 안전하고 튼튼한 공법'일 뿐 아니라, 정릉천 지형에도 적합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끊어졌다는 건 ‘시공상 문제가 있다’는 걸 방증하고 있는 것이다.

● 그렇다면 '중대결함'을 왜 일찍 발견 못했나?

이번 해빙기 안전점검 바로 직전 점검은 지난해 하반기에 이뤄졌다. 시특법(시설물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에서는 2년마다 한 번씩 정밀점검을 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5월부터 12월까지 점검이 이뤄졌고, 마지막 달에는 보고서도 나왔다.

그 뒤 올 1월, 시설공단이 수시점검을 시행했다. 그때만 해도 케이블 파손은 발견되지 않았다. 어떻게 한 달 만에 그 단단하다는 케이블이 툭 끊어질 수가 있는지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의 설명에 따르면, 이유는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① 점검을 육안으로 실시하기 때문.
 
피복이 입혀진 케이블을 문제가 생기기 전 사전에 점검할 수 있는 방법이 국내에서는 안타깝게도 ‘없다’. 해외에서는 소리로 측정하는 청음법, 진동으로 보는 진동법 등이 사용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사전에 점검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는데, 서울시는 지난해 연구용역을 주기도 했다.

문제가 발생한 뒤에야 서울시는 진동법으로 전체 케이블 점검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진동법은 파이프 내부의 진동을 측정해서 서로의 진동을 비교하는 방법이다. 평균과 다른 진동이 나타나면, 내부에 이상이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만약 이상이 나오면, 파이프에 구멍을 내고 내시경카메라를 넣어 관찰하겠다는 계획이다.

② 파손은 순식간에 발생할 수 있기 때문.

전문가들은 강선 파손이 빠른 시간 안에 진행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마지막 육안 점검이 있었던 1월 이후 한 달 만에도 끊어지는 현상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파이프 안에서 케이블이 부식이 되더라도 밖으로는 드러나지 않지만, 안에서 끊어지게 되면 그 중량이 엄청나게 크기 때문에 PVC파이프도 같이 끊어지게 된다.

이번에도 20일 밤 급하게 교통통제를 결정하게 된 건 다른 케이블에서도 부식이 진행되고 있는 걸 발견했기 때문이다. 그냥 두면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상황이라는 판단이다.

‘돌다리도 두드려 건너라’는데, 하루에 9만7천 대의 차량이 다니는 다리를 위태롭게 지은 건 명백한 잘못이다. 여기에 급작스러운 통행금지로 교통체증을 가중시켰다고 여기저기서 비난이 쏟아진다. 미리 알아내지 못한 건 반성할 일이다. 하지만, 교통체증을 이유로 빨리 통행을 재개하라는 요구할 수는 없는 일이다. 혹여 발생할 수 있는 ‘참사’를 막기 위한 대책이다.

국민들의 생명과 관련된 일인 만큼, 서두를 필요는 없다. 두드리고 두드려도 부족하지 않다.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하게 점검하고 대책을 마련해달라는 게, 시민들의 바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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