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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김무성 안 나오면 공천 보류"…이한구 칼자루 보여준 면접심사

[취재파일] "김무성 안 나오면 공천 보류"…이한구 칼자루 보여준 면접심사
● 전직 시장도, 전·현직 의원도 예외 없는 공천 면접 심사

공천신청자 면접심사가 있던 어제(20일) 아침 새누리당사에 출근해서 가장 먼저 눈에 띈 물건은 명찰이었습니다. 공천 면접 대기장 앞에는 서울, 인천, 경기의 공천 신청자 74명의 이름이 인쇄된 명찰이 놓여 있었습니다. 익숙하지 않은 이름도 많았지만, 친숙한 전, 현직 의원 이름도 꽤 많이 보였습니다. 첫 면접 대상지였던 종로구에 출마한 정인봉, 김막걸리(이름이 참 독특합니다. 재킷을 보고 한자 이름도 있다는 걸 알고 더 놀라기도 했습니다.) 예비후보는 저보다 더 먼저 나와 있었습니다.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는 박진, 오세훈 예비후보도 약간의 시차를 두고 면접 대기실에 들어왔습니다. 종로에서 한 표라도 더 모으기 위해서 뛰던 후보들이 한자리에 모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김막걸리 예비후보를 처음 본다며 인사를 건네기도 했습니다. 4명의 예비후보 가운데 한명만 공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긴장된 분위기가 감돌았습니다. 박진 전 의원은 "동생이 치고 들어오니 어떻게 하겠냐"고 농담을 건넸고, 오세훈 전 시장은 "형님이 양보까지 해주면 더 좋은데"라고 응수했습니다. 오고가는 농담에도 예비후보자들의 신경전이 묻어나는 대목이었습니다.
공천 면접중인 오세훈, 박진, 정인봉, 김막걸리 예비후보자
종로구 예비후보자들이 들어가고 다음 순서는 용산이었는데, 이 지역은 현역 국회의원인 진영 의원도 포함돼 있었습니다. 새누리당은 19대 국회의원 공천 당시 현역 의원들은 예우 차원에서 면접을 제외시켜줬지만, 20대 총선에서는 예외 없이 모든 예비후보자들이 면접을 받게 했습니다. 진영 의원은 인수위 부위원장을 역임하고 장관까지 지냈던 3선 의원이기 때문에 면접을 받는 것보다는, 면접관이 됐던 경험이 훨씬 많았을 겁니다. 하지만 복도에서 다른 예비후보자들과 똑같이 앉아서 초조하게 순서를 기다렸다가 면접을 보고 나왔습니다. 오후에는 3선의 현역 국회의원이자 사무총장으로 지방선거에서 후보자를 고르는 일을 진두지휘했던 홍문종 의원도 면접장에 나왔습니다. 면접을 마치고 나온 홍 의원에게 물어보니 "역시 면접은 긴장되더라. 말실수 없지 않았는지 걱정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 현역도 예외 없는 공천 면접…공천 칼자루 보여준 공관위

면접을 치르는 사람은 면접관 앞에서는 한없이 나약한 존재입니다. 특히 새누리당 공천 한자리를 놓고 면접을 치르는 예비후보자들의 절박함은 더합니다. 혹여 말을 잘못해 자격 미달자로 경선에 참여조차 못하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될 수도 있습니다. 공관위원들에게 어찌나 큰 소리로 답을 하던지 비공개 면접장 문밖에 서있던 기자들에게 다 들릴 정도로 자신의 절박함을 호소하는 예비후보도 있었습니다. 현역 의원도 자신이 의원이라고 거드름을 피웠다가는 자기만 손해입니다. 이미 이한구 공관위원장은 광역시도별로 1곳에서 3곳까지 현역의원의 공천 목숨을 빼앗아 우선추천지역으로 만들겠다고 선전포고를 한 상태입니다. 콧대 높은 현역 의원들까지 지각자 하나 없이 면접에 절박하게 참여하는 걸 보면서, 이들이 공천관리위원회의 심기를 건드려봐야 좋을 게 없다고 생각한 걸로 느껴졌습니다.

게다가 신청자 모두 예외 없이 대기실과 면접장 문밖에서 기다리는 장면은 이번 공천의 칼자루를 공천관리위원회가 갖고 있다는 점을 상기시켜주기에 충분했습니다. 김무성 대표가 우선추천제로 이한구 위원장과 갈등하면서 "공관위를 해산시켜버릴 수도 있다"며 강력 경고했지만, 면접장에 온 예비후보자들 가운데 공관위가 곧 없어질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는 것 같았습니다.
● "김무성 대표도 안 나오면 공천 보류"…예외 없는 현역 면접에 숨은 공관위 의도

이한구 공관위원장에게 전화를 걸어서 오늘 현역 의원까지 참여시킨 면접심사의 의미를 물었습니다. 직설적인 성격에 답변도 돌직구 스타일인 이 위원장은 "현직 의원 누구도 예외가 없다는 것이 면접심사의 메시지"라고 답변했습니다. 자신들을 임명한 새누리당 지도부들도 20대 총선의 예비후보이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당장 김무성 대표가 면접에 안 나오기라도 하면 어떻게 되는 거냐고 물었더니 "면접에 안 나오면 공천 보류"라고 말했습니다. 이 위원장은 "김무성 대표가 설마 면접에 안 나오리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습니다. 김태호 최고위원이 '막가파식 공중전'을 벌였다고 비난했을 정도로 거칠게 갈등했던 두 사람이 한명은 면접관으로 다른 한명은 면접자로 만나게 된다는 의미였습니다. 이 장면 자체가 공천과정의 정치적인 갑과 을이 누구인지 말해주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대중에게 대표의 공천을 주는 것도 공관위라는 걸 강렬하게 각인시킬 수 있습니다. 

이한구 위원장은 우선추천제에 대한 본인의 소신도 굽힐 뜻이 전혀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우선추천은 과거와 달리 될 만한 지역에 하는 것이며, 광역시도별로 예외 없이 하겠다는 기존 입장도 변함이 없다고 답했습니다. 여당 강세 지역인 서울 강남, 대구경북 지역도 우선추천지역에 들어간다는 의미냐는 질문에 "안 들어간다는 규정이 없다"며 “이 지역 역시 예외는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우선추천지역으로 정해지면 당연히 현역 의원이 공천을 받을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제 공천 운영과 관련해서는 누구의 얘기도 들을 수가 없다"며 이한구 위원장은 자신의 길을 가겠다는 뜻을 강조했습니다.

● "19대 국회가 제일 엉터리"라던 이한구 공관위원장의 칼끝은?

지난해 2월, 20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이한구 공관위원장을 찾아가 불출마 배경에 대해서 심도 있게 인터뷰하면서 가장 귀에 꽂히는 대목은 "19대 국회만큼 엉터리가 없었다"는 평가였습니다. [ ▶[취재파일] "19대 국회가 제일 엉터리"…불출마 선언한 전 여당 원내대표의 돌직구 비판] 이 위원장은 엉터리 같은 19대 현역 의원들을 대폭 물갈이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야권 분열로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절대적으로 유리한 거 아니냐는 질문에는 "더불어 민주당이 현역 의원 가운데 50%정도 갈아치우면 선거판 분위기가 야당으로 확 쏠릴까 무섭다"고 답했습니다. 어쩌면 이 위원장은 야당의 물갈이 드라이브에 대응해 선제적으로 더 많은 현역 의원들을 솎아내는 걸 마음먹고 있는 게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점점 가시화되는 이한구 위원장의 칼춤에 새누리당이 바짝 긴장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보입니다.
●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다"는 김무성 대표의 대응 카드는?

전략공천은 김무성 대표 앞에서는 금기어와 마찬가지입니다. 우선추천이 정치적 소수자를 배려하는 공천이라고 할지라도, 현역 의원을 잘라내는 과정에서 자칫 미운 놈 쳐내고 자기 사람 심기식 공천이 될 수도 있다는 게 김 대표의 생각입니다. 자신의 정치생명을 걸고 지키겠다고 한 상향식 공천의 대전제가 허물어질 수도 있습니다. 이런 생각 때문에 사흘 전(1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공천룰에 벗어나는 공관위의 행동은 용납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가 서청원 최고위원과 볼썽사나운 설전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당시 회의를 마치고 나온 김무성 대표를 만나 입장을 물었더니 "공천을 갈라먹자고 하면 대표에게 몇 자리는 주지 않겠냐"며 "나도 편하고 좋지만 그런 공천은 부정한 일이다"며 펄펄 뛰었습니다.

그러면서 "나는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다"고 자신의 상황을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김 대표 주변의 비박계 인사들은 의원총회를 통한 성토대회를 여는 건 물론 공관위원장 해임 방안, 최악의 경우 공천장에 도장을 찍지 않는 극단적인 방안까지, 여러 가지 대응전략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모두 엄청난 정치적 후폭풍을 몰고 올 수밖에 없는 방법입니다. 이런 방식은 정치적인 갈등보다는 다소 체면이 상하더라도 화해와 봉합으로 일을 마무리 지었던 김 대표의 스타일과도 거리가 있어 보입니다. 당장 김무성 대표의 공관위 면접이 눈앞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사생결단식으로 갈등했던 김무성 대표와 이한구 공관위원장은 그 전까지 갈등을 어떻게 정리할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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