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농어촌 인구가 줄면서 올해 단 한 명의 졸업생도 없는 초·중·고등학교가 전국적으로 135곳이나 됩니다. 교육부가 올해부터 이런 미니 학교의 통폐합을 유도하고 있는데, 과연 학교를 없애는 것만이 유일한 해법일까요? 한 시골학교의 졸업식 모습을 보시면, 생각이 좀 달라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정성엽 기자의 생생 리포트입니다.
<기자>
전남 여수시 남쪽에 자리한 작은 마을은 가는 곳마다 축하를 받는 아이가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예지야, 졸업 축하해. 축하 일등이지.)]
[세상에…. 혼자 다니면서…. 얼마나 짠해요.]
봉덕초등학교 72년 역사를 이어준 올해 단 한 명의 졸업생, 박예지 양입니다.
[박예지/13살 : 1학년 때는 3명이 입학했는데 (2명이) 전학 갔어요. 4학년 때부터는 저 혼자였죠.]
예지의 졸업식은 스무 명 전교생과 선생님, 마을 사람들까지 참여한 학예회와 함께 진행됐습니다.
[오늘은 6학년 예지 언니의 졸업식이기도 하고, 우리 학예회 발표날이기도 하잖아.]
[강경숙/봉덕초등학교 교장 : 예지를 위해서 (졸업식과) 학예회를 합쳐 놓으면, 학예회 때는 전학부모들이 오잖아요.]
다문화 가족 엄마들도 공연을 준비해 졸업식에 함께 했고,
[일본말로 인사말은 곤니찌와란다.]
당연히 전교 1등인 예지는 모든 상을 휩쓸었습니다.
[졸업장 박예지, 공로상·선행상을 수여하겠습니다. 장학증서.]
[너무 무겁습니다. 상을 너무 많이 탔어요.]
예지만의 졸업식이 아닌 마을 주민 모두를 위한 축제의 장이 된 겁니다.
[구영회/주민 : 기분도 좋고, 감사하고 그렇죠. 또 옛날 생각도 나고….]
[정옥선/주민 : 다 마음도 하나인 것 같고, 생각하는 것도 하나로 잘 뭉치고, (마음이) 따뜻하고 좋네요.]
재학생이 60명 이하인 경우 통폐합을 권고하고 있는 교육부 기준대로라면 봉덕초등학교는 없어져야 합니다.
하지만 예지의 졸업식은 작은 학교를 없애는 게 능사는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최성수/여수 교육장 : 학교가 세대와 세대를 이어주고 또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주는 중요한 연결고리를 한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여고생 한 명의 등하교를 위해 적자를 무릅쓰고 운영했던 한 기차역의 이야기도 경제성과 효율성을 우선시하는 우리 교육 당국이 되새겨 볼 만 합니다.
(영상편집 : 박춘배, VJ : 이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