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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차세대 전자 해도' 기술 선점…미래 먹거리 만든다

사람이 눈으로 확인할 수 없는 바다 속 지형을 표시한 해도(海圖)가 없으면 선박은 안전하게 운항하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

수심이 얕은 곳에 잘못 들어가 좌초하거나 암초에 부딪힐 수도 있기 때문이다.

수백년간 사용하던 종이 해도를 대신하는 전자 해도 시대가 1990년대부터 열린 이후 지금은 조타실에 있는 모니터에서 해저 지형과 수심 등을 확인하며 배를 조종하고 있다.

전자 해도는 확대와 축소가 자유로워 넓은 해역을 살피거나 특정 해역의 정보를 상세하게 볼 수 있어 종이 해도보다 훨씬 짧은 시간에 필요한 정보를 파악할 수 있고, 여러 해역의 정보를 하나의 화면에서 확인할 수도 있다.

우리나라의 해도는 국제수로기구(IHO)에 가입한 국립해양조사원이 제작한다.

종이 해도는 1945년 광복 후에야 자체 제작을 시작해 오랜 역사를 가진 영국, 미국, 일본 등에 한참 뒤졌지만 전자 해도 시대가 열린 이후에는 우리나라가 앞선 정보통신기술 덕에 비약적인 발전을 이뤄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해양조사원 측은 "전자 해도는 우리가 일본을 제치고 영국,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으로 발전했다"고 밝혔다.

현재 사용하는 전자 해도는 종이 해도를 디지털화한 수준이지만 바다 속 지형을 3차원 입체 영상으로 보여주고 선박이 가고자 하는 항로의 기상상태, 바닷물 높이, 조류 방향 등 다양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것은 물론 이를 토대로 가장 안전하게 연료를 절약할 수 있는 시간대까지 알려주는 차세대 전자 해도가 곧 등장한다.

우리나라는 2013년에 영국, 미국과 더불어 차세대 전자 해도 시범 제작국으로 선정돼 한창 개발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해도와 관한 기준을 정하는 국제수로기구는 세나라의 개발 결과를 토대로 2018년에 차세대 전자 해도의 국제표준을 정할 예정이다.

표준이 정해지면 IHO에 가입한 모든 나라가 이를 따라야 한다.

전자 해도는 엑디스(ECDIS)라고 불리는 설비에 탑재돼 선박에 장착된다.

우리가 시범제작국으로 참여한 차세대 전자 해도의 국제표준이 정해지고 보급이 시작되면 국내 엑디스 제조업체들의 해외시장 선점을 기대할 수 있다.

기존 전자 해도를 탑재한 엑디스의 세계 시장은 영국과 일본 등이 장악하고 있다.

연간 450억원 규모인 국내 시장에서도 영국과 일본 등 외국제품이 80%를 차지하고 국산 제품은 20%에 그치고 있다.

해양조사원 관계자는 18일 "현재 사용되는 전자 해도 개발과 국제표준 선정 과정에 우리나라가 참여하지 못했기 때문에 엑디스 시장에서 후발 주자일 수밖에 없어 국내시장마저 외국에 내주었지만 차세대 전자 해도는 사정이 달라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우리나라가 시범제작국으로 참여해 기술을 선점한 상태여서 그만큼 국제경쟁력이 높아져 외국 시장에 진출할 기회가 훨씬 많아진다는 것이다.

선박의 항해안전 및 통신기기 분야 세계 시장 규모는 연간 30조원을 넘고, 엑디스만 따져도 수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 8월까지 외국을 오가는 500t급 이상 선박에 전자 해도 탑재가 의무화되고, 상당수 선박이 차세대 전자 해도를 채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가는 차세대 전자 해도 기술이 관련 산업의 발전과 고용 창출로 이어질 것으로 해양조사원은 기대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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