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준 주유엔대표부 대사는 최근 몇몇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빠르면 이달 안으로 새로운 UN 결의안이 채택될 수 있다. 이미 지난 주부터 미국과 중국이 최종 문안에 기초한 협상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이번 주에 협상이 타결될 것으로 보는 것은 지나치게 낙관적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요약하면 새로운 결의안을 위한 움직임이 속도를 내고 있고 뭔가 진전을 이룬 것도 맞지만 미국과 중국의 입장 차가 아직은 있다는 뜻으로 들립니다.
그제 뉴욕 유엔본부에서는 안보리 의장국(베네수엘라) 주도 아래 "유엔 헌장의 원칙과 목표에 대한 존중"이라는 주제로 공개 토의가 열렸습니다. 이 자리에서 미국과 일본 정부는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는 안보리 결의를 노골적으로 위반한 것이며 유엔 헌장 전체에 대한 '수용할 수 없는 도전'이라고 비난했습니다.
특히 미국은 주권(sovereignty)을 존중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민주적 절차와 자유, 시민 사회, 인권에 대한 조직적 침해, 국제평화와 안전에 대한 위협간의 관계를 직시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우리 대표부 역시 북한 지도부가 더 이상 핵무기 개발을 통해 안보리를 조롱하지 못하도록 '강력하고 포괄적인 결의'를 채택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직후 미국 뉴욕 유엔본부를 방문한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이를 끝장 결의(terminating resolution)라고 표현했습니다.
이날 회의에는 류제이 유엔 주재 중국대사도 참석했지만 북한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다고 우리 대표부는 전했습니다. 다만, 류 대사는 "국제사회가 유엔 헌장에 명시된 국가 주권(national sovereignty)에 대한 존중, 영토 보전, 분쟁의 평화적 해결, 내정 불간섭 등 원칙을 존중해야 한다. 제로섬의 냉전적 사고에서 벗어나 국제적 협력을 강화하고 관용과 상호 존중의 문화를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반기문 UN 사무총장도 참석한 이 회의는 UN의 WEB TV(http://webtv.un.org/watch/part-1-respect-for-the-principles-and-purposes-of-the-un-charter-security-council-7621st-meeting/4756801028001)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실험 이후 중국 관영 언론을 통해 대북 기조의 변화 조짐을 조금은 엿볼 수 있습니다. 환구시보는 사설에서 "중국 사람의 북한에 대한 민심이 부정적으로 변하고 있어 대북 정책에 반영될 필요가 있다"고 했고, 관영 영자지 차이나 데일리도 "사드가 아닌 대북 제재가 한반도 위기의 치료법이다" 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중국은 여전히 자국 이익의 극대화라는 관점에서 북한 정권의 붕괴 또는 급격한 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는 제재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안보리의 새로운 대북 제재 결의안이 필요하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여전히 대화와 타협을 통한 협상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서방 언론에서는 최근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로 북한에 대한 중국의 인식이 바뀐 것은 맞지만 UN 차원의 새로운 제재 수준이 한국 정부를 안심시키는 또는 진정시키는 정도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들을 하고 있습니다. 중국 스스로 자국의 개인 또는 기관에 대한 제한적인 제재에 찬성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미 한국 정부는 개성공단 폐쇄라는 대체 불가능한 조치를 취한 상태입니다. 국제사회를 향해 결연한 의지를 보이긴 했습니다만 한국 정부가 더 이상 쓸 수 있는 카드는 별로 없어 보입니다.
북한 경제의 폐쇄성 등을 감안할 때 국제사회의 강력하고도 포괄적인 제재가 실효성을 발휘할 지도 의문입니다만 그나마도 한국 정부를 안심시키거나 진정시키는 수준에 그친다면 북한 김정은 정권이 지금까지의 잘못된 판단을 되풀이하지 않을까 우려되는 게 사실입니다.
이미 우리가 가진 패를 다 보였다는 점에서 문제의 직접 당사자인 우리 정부의 역할이 앞으로 제한적인 수준에 머무를 것이라는 걱정을 지울 수 없습니다. 이달 안으로 북한에 대한 새로운 제재안이 마련된다고 하더라도 역대 UN의 대북제재 결의안 가운데는 가장 오랜 진통 끝에 나오는 제재안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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