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7, 80년대에 요정 정치로 유명했던 서울 성북구의 삼청각. 지금은 서울시 소유의 한식당으로 변신해서 세종문화회관이 운영하고 있습니다. 전망은 좋은데 가격이 워낙 비싸서 일반인들이 이용하기 쉽지 않죠. 그런데 이 비싼 식당에서 공짜로, 그것도 자주 식사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합니다. 어떤 사람들일까요?
조기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설 연휴였던 지난 9일 저녁, 북악산 중턱에 있는 삼청각의 구석진 방으로 일가족이 모여듭니다.
[안녕하십니까.]
곧이어 음식들이 들어가는데, 한우 육회와 전복, 숙성 회에다 바닷가재까지, 초호화 메뉴입니다.
[삼청각 직원 : 랍스터(바닷가재)가 포함된 메뉴는 1인당 20만 9천 원짜리입니다.]
2시간 정도 지난 뒤 방에 있던 한 남성이 계산대로 다가가 음식값을 건넵니다.
[삼청각 직원 : (얼마야?) 33만 원 주신다고 하셨으니까…. 5만 원짜리 6장이랑 만 원짜리 3장 (받았습니다.) (됐어?) 네.]
방에 있던 사람은 모두 11명.
들어간 음식은 1인당 20만 9천 원짜리로, 무려 2백30만 원어치 식사를 하고 돈은 달랑 33만 원만 낸 겁니다.
사실상 무전취식인데도 남성은 오히려 당당합니다.
[최고급 메뉴 주문 남성 : 난 책 잡힐 일 하고 싶지 않아.]
직원들은 서로 눈치만 볼 뿐 아무 대답을 하지 못합니다.
[삼청각 직원 : (잘 계산하신 거 맞아요? 저 방에서 열 몇 분 정도 드신 거 같은데 33만 원밖에 안 나와서…) 아…]
식사 뒤에 일행은 삼청각 내 찻집으로 옮겨 차를 마셨는데, 이 돈은 아예 계산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수소문 끝에 만난 삼청각 전직 직원을 통해 이 남성의 정체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삼청각을 관리하는 서울시 산하 세종문화회관의 임원이었습니다.
[삼청각 전직 직원 : 정00 단장이요. 세종문화회관 직원입니다. 찻집에 서는 늘상 아예 (계산) 안 하고요. 한식당은 비싸다 보니까 (돈을) 조금 내거나 아예 안 내는 경우도 많이 있어요.]
SBS가 입수한 자료를 보면 정 단장은 지난해 8월 삼청각에서 서울시 공무원 3명과 저녁을 먹었을 때는 한 푼도 내지 않았습니다.
[당시 제일 비싼 음식들이 다 나갔습니다. 술만 20병 넘게 들어갔고요. 총 비용은 150만 원 들어갔어요. 그런데 그런 걸 (계산 내역에) 찍지 않고 직원들한테 '찍지마, 그냥 줘' 이렇게 말씀하셨죠.]
그런데도 삼청각 직원들이 정 단장에게 아무 말도 하지 못한 데에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삼청각 직원들은 계약직 신분이고요. 그분의 말씀을 안 들었을 때는 신분상 조치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정 단장은 직원들이 알아서 비싼 메뉴를 내온 것일 뿐, 자신은 제값 내고 식사한 거라고 주장했습니다.
[정 모 단장/최고급 메뉴 주문 남성 : 저는 3만 원짜리를 먹었는데 삼청각 직원들이 단장 왔다고 뭔가 잘 해줬는지는 모르지만 저는 3만 원짜리 먹는다고 먹었는데…(삼청각 관리하시는 분이 그 메뉴가 얼마짜리인지 모르신다는 게…) 메뉴가 어떤 게 있는지 솔직히 저도 잘 모릅니다. 전문가도 아니고.]
정 단장뿐 아니라 삼청각에서 무전취식을 한 세종문화회관 임원들은 또 있었습니다.
[세종문화회관 감사과 직원 : 총괄 책임자에 있다가 (징계를 받고) 그냥 팀원으로 내려오게 됐죠.]
세종문화회관 임원들이 돌아가며 '무전취식'을 하는 사이 삼청각의 한식당 수익은 최근 3년 동안 계속 떨어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