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동계올림픽의 첫 번째 테스트 이벤트였던 스키 월드컵이 열흘 전 무사히 끝났습니다. 두 달 전만 해도 준비 부족으로 무산 위기까지 갔던 점을 감안하면 비교적 성공적으로 마쳤다는 평가를 받았는데요, 문제는 나중에 올림픽이 끝난 뒤 이 경기장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두고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습니다. 권종오 기자가 취재파일에 담았습니다.
강원도 정선 가리왕산에 위치한 알파인 경기장은 지난해 환경 훼손 논란으로 공사 시작이 예정보다 많이 늦어졌습니다. 따라서 평창 조직위와 강원도는 이례적으로 남녀 코스를 하나로 합쳐 건설하기로 했고, 또 산 중봉에 고목과 희귀식물이 사는 점을 고려해 하봉에만 코스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올림픽이 끝나면 생태계 우수 지역을 일부 복원하기로 약속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겨우 환경 훼손 우려를 잠재우고 착공할 수 있었던 겁니다.
그런데 이번에 경기 참관을 위해 방한한 국제스키연맹 회장은 올림픽 이후에도 코스가 계속 보존돼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습니다.
아시아에 더 많은 다운힐 코스가 생겨야 한다며 앞으로 한·중·일 3개국에서 월드컵 시리즈를 개최할 수도 있을 거란 설명도 덧붙였습니다.
[장 프랑코 카스퍼/국제스키연맹(FIS) 회장 : 동계 스포츠 시설을 갖출 실질적 필요성이 있습니다. 한국과 중국의 수백만 스키 인구를 생각할 때, 이것은 정확히 우리가 꿈꾸던 바입니다.]
대회에 출전한 한 선수 역시 올림픽 이후 생태계 복원은 믿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이 경기장으로 인해 한국에서 더 많은 스키 선수들이 배출될 수 있고 스키에 대한 관심도 높아질 거라고 말했습니다.
결국, 올림픽을 치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했던 생태계 복원 약속을 막상 지키기는 쉽지 않을 전망인 겁니다.
실제로 생태계 우수 지역만 따로 복원한다 해도 사실상 국제 대회 유치는 불가능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연습용으로도 사용이 마땅치 않아지기 때문에 경기장을 그대로 보존하든지 아니면 완전히 철거하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될 거라고 조직위의 한 고위 관계자는 내다봤습니다.
물론, 약속을 충실히 이행할 거라는 조직위의 공식 입장이 올림픽 폐막 때까지는 변하지 않을 걸로 예상됩니다. 환경 단체들이 또 반발하면 엄청난 파문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약속대로 일부만 복원하자니 스키장이 무용지물로 남게 되고, 또 약속 위반이라는 비난을 면하기 위해 스키장을 아예 철거하자니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가기 때문에 결정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 [취재파일] "정선 알파인 스키장 보존이 정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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