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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9명의 法神'… 미국 역사를 결정한 절대권력 - 대법관 죽음으로 본 美 대법원②

[월드리포트] '9명의 法神'… 미국 역사를 결정한 절대권력 - 대법관 죽음으로 본 美 대법원②
16년 전인 지난 2000년 미국 대선은 그 어느때보다 치열했습니다. 공화당 조지 W 부시 후보와 민주당 앨 고어 후보 중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는 가장 늦게까지 개표가 진행된 플로리다주의 행방에 따라 결정될 상황이었습니다.

승자독식인 대선방식에 따라 한 표라도 더 얻은 후보가 플로리다 선거인단 25명을 싹쓸이하게 되는 상황이었는데 개표결과 부시 후보가 몇 백표 차이로 승리했습니다. 그러나 개표과정에서 무효표가 만 4천표나 나온 것으로 드러나면서 재개표를 수작업으로 해야한다고 고어측은 주장했고 플로리다 주법원도 이를 받아들여 수작업 재개표를 명령했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수작업 재검표는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이를 막은 것은  연방대법원이었는데 5대 4로 '수작업 개표는 위헌'이라고 결정한 것입니다.
2000년 미 대선 부시 VS 고어/출처 유뷰트
1790년 연방대법원이 처음 소집된 이래 가장 눈에 띄는 판결을 꼽으라면 1857년 드레드 스콧 사건 판결을 들 수 있을 것입니다. 이 판결은 노예였던 드레드 스콧이 한동안 노예가 아닌 자유 주에서 살았기 때문에 자신은 자유인이라고 주장한 사건입니다.

하지만 연방대법원은 “자유 주에서 살았다는 이유만으로 스콧이 자유인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흑인인 스콧은 시민이 아니므로 법정에 소송을 제기할 자격이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대법원 판결에 대한 여론의 비판이 쏟아졌고, 결국 에이브러햄 링컨의 대통령 당선으로 이어지게 되며 노예들에게도 시민권을 부여하도록 헌법이 수정되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흑인들에게 참정권이 주어졌지만 흑백 분리정책은 계속 이어져왔는데 연방대법원은 1954년 이번에는 100년전 판단과는 반대로 흑인학생의 백인학교 입학을 만장일치로 허용했습니다. “구분하지만 평등하다(Separate but Equal)”는 기존 ‘짐 크로(Jim Crow)법에 대해 “분리가 바로 차별”이며, 수정헌법 위반이라고 판시한 것입니다.

최근 대법원의 주요 판결을 보면 지난해 6월 오바마 정부의 건강보험개혁법에 정부 보조금을 지원하는게 위헌인지 여부에 대해 대법원은 6 대 3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고, 미국 50개주 전체에 동성결혼을 합법화하는 역사적인 결정도 이어졌습니다. 2008년 6월 총기 소지 허용과 관련해 ‘무기 소지권은 수정헌법 정신에 위배되지 않는 개개인의 고유 권한’이라며, 5 대 4로 합헌 결정을 내린 것도 주목할 판단입니다.
미 연방대법원 동성결혼 합헌 결정

위의 사례들에서 볼 수 있듯 연방대법원의 판결과 결정은 그것이 정의든 아니든 미국의 역사를 결정한 과정이었다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이렇게 첨예한 사회적 갈등에 대해 최종 결정을 담당하는 연방대법원, 이를 구성하는 9명의 대법관은 ‘9명의 법신(法神)’이라 불릴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이런 큰 힘을 갖게 된 가장 큰 이유중 하나는 임기가 없는 종신제라는데 있습니다. 미 헌법 규정을 보면 대법관은 "행동이 선량한 동안에는 직위를 유지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선량한 행동’이란 자발적으로 사임하거나 은퇴하지 않는 이상 남은 여생동안 직위를 계속할 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도저히 몸이 아파 못하겠다고 스스로 그만두거나 지난 주말 스캘리아 대법관처럼 숨지지 않는 이상 바꿀 수 없다는 것입니다. 물론 탄핵이나 기소될 경우 물러나도록 돼 있으니 지금까지 1805년 단 한 명만이 탄핵을 당한 게 전부입니다. 우리나라의  대법관은 임기가 6년이고 그것도 임기중 정년(대법원장 70세, 대법관 65세)이 되면 물러나도록 돼 있는 것고 비교하면 하늘과 땅 차입니다.
미 연방대법관들

연방대법관이 절대권력을 갖는 또 다른 이유는 우리나라와 달리 헌법재판소의 기능까지 연방대법원이 갖고 있다는 점입니다. 앞서 예를 든 몇몇 사건에서 보듯 최종심 판결뿐 아니라 위헌법률에 대한 심판권을 연방대법원이 갖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행정부나 의회에서 법안을 만들었다해도 헌법에 비춰 이 법안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권한이 있고, 법안 마련 과정에서도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얘깁니다.

스캘리아 대법관 후임을 둘러싼 미 정치권의 격돌도 이런 막강한 연방대법원의 이념지형이 현재 5대 4 보수우위에서 진보우위로 바뀔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당장 이민개혁법과 총기소유제한, 낙태, 공공노조의 노조비 강제징수 문제 등 대통령 선거와 맞물린 대형이슈들을 연방대법원이 다뤄야하는만큼 오바마 대통령이나 공화당 모두 후임 대법관 인선을 놓고 물러서기가 쉽지 않은 것입니다.    
스캘리아 미 대법관(사진=AP)

미국 언론들은 대통령 선거와 상하원 선거뿐 아니라 대법원의 이념지형까지 바뀔 수 있는 후임 대법관 선정이 예상되는 올해를 '미국 역사상 가장 큰 전투중 하나가 치러지는 해'가 될 것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미국 역사에 지대한 영향을 끼쳐온 연방대법원의 위상을 돌이켜보면 충분히 그런 한 해가 될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 [월드리포트] 우리 편을 심어라…후임 뽑자는데 반발하는 이유는? (대법관 죽음으로 본 美 대법원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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