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훙은 지난 6일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 올린 글을 통해 “최근 너무 나태했다. 매일 시간만 나면 놀거나 인터넷 경매 사이트를 방문하고 TV만 줄곧 시청했다. 내가 내 자신을 스스로 벌해야 할 정도이다. 남들은 다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데 나는 지금 뭐하고 있나? 내 주변에서는 훈련과 휴식에도 조화가 있어야 하고 절도가 있어야 한다고 충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2월6일은 이상화와 대결하기 정확히 일주일 전으로 이상화는 이날 대회가 열리는 러시아로 출국했습니다.
장훙의 예감은 불행하게도 적중했습니다. 이상화는 여자 500m 1, 2차 레이스 합계 74초859를 기록해 브리트니 보(미국, 75초663)와 장훙(중국, 75초688)을 따돌리고 우승의 기쁨을 맛봤습니다. 장훙은 은메달은커녕 동메달에 머물렀습니다. 기록 격차도 예상외로 컸습니다. 한마디로 완패였습니다.
종목별 세계선수권은 말 그대로 각 종목의 1인자를 뽑는 무대로 올림픽에 버금가는 권위를 인정받고 있어 이상화도 올 시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대회였습니다.
장훙이 직접 밝히지는 않았지만 무리한 일정도 성적 저조의 한 요인으로 풀이됩니다. 장훙은 지난 1월20일부터 신장성에서 개막된 중국 동계체전에 출전했습니다. 중국에서는 올림픽 다음으로 전국체전에 비중을 둡니다. 1월29일부터 시작되는 월드컵 5차 대회 일정을 감안하면 불참하는 것이 훨씬 유리했지만 전국체전이라 그렇게 하지 못했습니다.
동계체전이 끝나자마자 장훙은 5차대회 장소인 노르웨이 스타방에르로 떠났습니다. 그리고 곧바로 여자 500m에 출전해 금메달 1개와 은메달 1개를 따냈습니다.
장훙은 노르웨이서 귀국하지 않고 곧바로 종목별 세계선수권대회 장소인 러시아 콜롬나로 이동했습니다. 이 때문에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제’를 이국땅에서 보내야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누적된 훈련과 출전에 지친 장훙은 자신의 말대로 ‘너무 놀았던’ 것입니다. 월드컵 랭킹 포인트에서 690점을 획득해 이상화를 제치고 1위에 나선 점도 긴장감을 떨어뜨린 요인으로 풀이됩니다.
장훙은 지난 2014년 소치 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1,000m에서 아시아 선수로 처음 우승하며 스타덤에 올랐습니다. 아무도 그녀가 1위를 하리라고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간단히 말해 ‘깜짝 금메달’이었습니다. 국내 팬들에게는 여전히 생소한 선수였는데 올 시즌 들어 500m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며 이상화의 아성을 위협하는 최대 라이벌로 떠올랐습니다.
이상화와의 숙명의 일전을 앞두고도 러시아의 눈 덮인 산을 배경으로 스케이팅 포즈를 취했고, 이상화에게 완패한 다음날에도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찍은 사진을 트위터를 통해 공개했습니다. 공교롭게도 이 날이 ‘발렌타인 데이’였는데 장훙은 “내년 발렌타인 데이까지 독신에서 탈피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습니다. 현재 그녀의 팔로워는 약 73만 명입니다.
장훙이 중국에서 ‘빙속 여신’으로 인기가 높은 이유는 실력도 실력이지만 성적에만 집착하지 않고 인생을 즐기는 낙천적인 태도도 크게 작용하고 있습니다. 중국에서 미녀가 많기로 소문난 곳은 남방의 항저우와 북방의 하얼빈인데 장훙의 고향은 하얼빈입니다. ‘하얼빈 미녀’의 특징은 늘씬한 몸매에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탄력 있는 피부를 갖고 있다는 점입니다. 게다가 중국 북방 사람 특유의 호방한 기질도 보유하고 있습니다.
장훙은 오는 27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 태릉국제스케이트장에서 열리는 스프린트 세계선수권에 출전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합니다. 이번에도 서울의 주요 명소를 찾아다니며 ‘노는 것은 내가 챔피언’ 이라는 말의 진면모를 보여줄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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